영국에서 할로윈 즐기기

영국 생존기 3탄 가을편

10월 마지막주 월요일을 기점으로 모든 전자기기 시계가 한시간씩 느려졌다. 우리집 벽걸이 시계만 그대로 한시간이 빠르게 가고 있었다. 브리티시 섬머타임이 막을 내리고 마침내 어둠의 시즌이 찾아왔다. (브리티시 섬머타임 British summertime이란? 해가 길어지는 시즌에 1시간 시간을 앞당겨 사람들이 일찍 일어나게 만드는 제도로 영국 뿐 아니라 유럽국가,칠레 등에서 적용되고 있다.)

출근길에 만난 으스스한 가을 풍경
아이 하교길에 만난 반가운 옥스포드 무지개

10월의 영국은 거의 매일 비가 오고 어둠이 드리워진다.

날씨 자체가 할로윈이며 spooky다.

가족들을 이 먼 곳까지 데려 왔는데 집콕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을씨년스러운 가을에 만난 빨간 옷 입은 옥스포드 건물들

으시시한 이 분위기에서 어찌 시간을 보내야 할지 걱정했지만 의외로 영국의 가을을 즐길 만한 이벤트들을 이것저것 찾아낼 수 있었다.


웨일스 브레콘 비콘스에서 만난 스푸키한 가을풍경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기 마련!


그 중 나의 눈을 사로잡은 건 바로

" Pumpkin Picking Farm Festival "












1. 호박 농장 체험

할로윈 시즌 행사중인 농장이 워낙 많아 고르기 쉽지 않다.

옥스포드에 살면서 아직 한번도 가보질 못한 코츠월드에 가는 길에 잠깐 들러볼 수 있을 듯 하여

코츠월드 농장 Cotsworld farm park pumpkin trail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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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은 세가족 £48.85 정도 했다. (농장 체험 중 가장 비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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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온더워터

먼저 워밍업으로 버튼온더워터 Burton on the water에서 코츠월드 가을을 만끽하면서 이색 체험 미로 놀이터, 캔디숍에 들러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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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온더 워터 입구에 드래곤플라이 미로 체험 Dragonfly Maze

버튼 온더 워터 마을 초입에 이색 체험에 도전해보았지만 도저히 잠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이다 직원분께 사정사정 부탁하니 불쌍해 보였는지 초강력 힌트를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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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예쁜 마을 중 하나라는 코츠월드 마을에서는 사진기 셔터 누르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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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후 아들의 눈을 사로잡은 캔디샵에서 신중하게 고르고 고른 설탕덩어리까지 시식한 후

드디어 최종 목적지 코츠월드 농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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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츠월드 농장에서 우아한 치마를 입은 세바스토폴

밧줄놀이터와 동물농장은 지나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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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와 식성 주체 어려운 영국 염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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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매력의 하이랜드 카우

사실 호박을 실제로 캐러 가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들판에 미리 준비된 호박들이 농장에 널부러져 있고 맘에 드는 호박을 모셔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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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영국이란 사실을 잠시 잊고서 수레에 가득 실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공짜인까 잠시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사이즈별로 2-4파운드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우리 가족은 자기가 맘에 드는 호박을 하나씩 골라 하나는 카빙을 하고 나머지 두개는 집에 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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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파운드짜리 야외 카빙 서비스가 있길래 고민없이 신청했다. 몇 년 전 한국 집에서 카빙하겠다고 덤볐다가 집이 난장판이 되어 다신 이짓을 집에서 하지 않겠다 굳게 다짐했었다. 직원분께서 전동 믹서기로 내용물을 깔끔하게 빼주시니 온전히 작품에만 100% 집중할 수 있었고 결국 이런 멋진 예술품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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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의 1년살이 계획이 있다면 호박 트레일 체험은 꼭 한번쯤 해보길 추천한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빛깔의 황금빛 호박 농장 풍경은 자연이 내려주는 축복인 듯 보였다.

농장 가는 길에 드라이브하며 마주하는 그림같은 가을 풍경들은 덤이다.



2. 켈트 문화에서 기원한 할로윈을 영국에서 즐기는 법


할로윈의 기원에 대한 BBC 기사를 보면

2000년젼 과거로 돌아가 켈트족의 Samhain 삼하인이라는 풍습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 현생과 죽은 자들의 영혼세계와의 경계가 가장 희미해지는 날로 죽은 자들이 현생에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날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그래서 거대 모닥불을 피우고 코스튬을 입고 운세를 보면서 이 날을 보내면서 두려움을 떨쳐냈다고 한다.


이후 로마가 유럽을 정복한 후로 기독교 문화와 삼하인 풍습이 자연스럽게 섞여 11월 1일 세인트 데이의 전야제를 즐기는 풍습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또한 트릭 오어 트릿은 수백년 전 중세 영국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서로 기도 노래 부르며 빅토리아 시대에는 페스츄리를 나누는 풍습으로 이어졌고 미국으로 건너가 대형 마케팅 대형 페스티벌 형태로 초코릿 사탕 회사들의 거대한 마케팅 파워를 보여주는 시즌으로 변형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코스튬 행사는 JACK이라는 무시무시한 유령을 겁주기 위해 더 무시무시한 온갖 분장을 하며 이 날을 보낸 켈트족의 풍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다. 순무로 카빙를 했는데 그 이후로는 미국으로 건너가 순무 -> 호박으로 바뀌고 초코릿 사탕 회사들의 거대 마케팅 파워를 보여주는 지금의 할로윈 모습으로 변형된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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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2000년 전 영국 켈트족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집도 spooky 하게 변신시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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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저렴하게 매우 최저가 저렴이 소품들로 꾸몄다.

그래도 이정도면 동네에서 거의 탑클래스 안에 든다.

요란하게 꾸미진 않고 대부분 귀여운 호박 몇개 집밖에 나와있는 정도다.

동네 한바퀴 돌며 호박 카빙 작품들을 구경하는 일도 아주 소소한 재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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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트릭 오어 트릿 trick or treat 즐기는 법:

할로윈 당일 아침 집 앞에 호박을 내놓는다.

오후 5시가 되면 호박이 나와있는 이웃집을 확인한다.

도어 노커를 두드리며 트릭오어트릿을 외친다.

해피할로윈~ 떙큐~ 하면서 사탕이나 초코릿을 나눈다.

옆집으로 이동한다.

트릭 오어 트릿이 끝난 후 크리스마스 악몽, 호커스포커스를 보며 여운을 느낀다.

별 안에 통째로 들어가 있던 흑인 아기가 오늘의 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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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전부터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할로윈 데이였지만

코스튬 장식을 한 어린 아가들 데리고 집밖으로 나오는 가족들을 보면서

과연 비가 오던 말던 개의치 않는 영국인들이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가을을 나름 알차게 보내고 이제 뼛속까지 시린 겨울이 오고 있다.

겨울 영국에서 살아남는 방법도 조금씩 터득중이다.


계절이 이렇게 한번씩 모두 지나가면 나는 한국에 있겠지.


영상버전: https://youtu.be/sCHuD6JPYi4?si=Eb9En442BWcHkq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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