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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아바 Feb 28. 2020

육아와 육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러 갑니다.

고양이, 헤치지 않아요.

아기가 태어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우리 집에는 이미 아가들이 있다. 생후 35개월과 생후 26개월인 고양이들이다. 각각 '덕선이'와 '뭉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나와 남편은 항상 '애기들'이라는 호칭으로도  고양이들을 즐겨 부른다. 함께 먹고 자고 뒹굴며 생활하는 애기들은 가족이다. 시댁과 친정, 모두 고양이를 선호하는 분들은 아니어서 결혼할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오셨지만 우리 부부의 입장이 워낙 단호하기에 다들 별말씀을 하진 않으신다.

 

-생후 35개월의 의젓하고 새초롬한 숙녀 고양이 덕선-

- 덩치만 쑥쑥 커버린, 구미 넘치는 생후 26개월의 뭉이


고양이를 키우는 걸 아는 지인들은 나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되자 굉장히 안쓰럽거나 친절한 혹은 단호한 표정으로 걱정과 조언(?)을 건넨다.


"고양이 키워도 괜찮겠어?"

"이제 딴 곳에 보내야겠네."

"어쩔 수 없이 버려야겠구먼(...)"


모두 내 눈 앞에서 내 얼굴을 보며 던진 말이다. 신기하게도 가까운 사이일수록 사용하는 언어는 더욱 거침없이 과감해진다. 화를 내봤자 소용없다. 걱정(?)해주는 사람에게 되려 성내는 무례한 사람으로 취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소 띤 얼굴로 단호하게 "괜찮아요."라고 일축한 후 재빨리 화제를 바꾸는 게 그나마 상책이다. 악의 없지만, 쓸 데 없는 조언만큼 곤란한 게 또 있으랴.


처음 고양이를 키우기 전 알레르기 검사를 했고, 연애를 할 때도 고양이 알레르기가 없고 고양이를 좋아할 것이 남자 친구를 선택하는 중요한 조건이었다. 우리 고양이를 나보다도 더 예뻐해 주는 남편이었기에 우리의 결혼 생활은 순탄했고 더욱 행복했다고 믿는다. 다가올 출산을 앞두고도 우리 부부의 생각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 부부에게 '애기들'을 버리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지인들을 마주할 때마다 착잡함을 감출 수 없다. 집으로 돌아와 속상한 서로를 위로하며 우리가 더 잘 하자, 더 조심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 몇 번이고 다짐한다. 보란듯이 고양이와 아이를 잘 키우면 사람들의 편견이 바뀔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경험상 육묘와 육아를 동시에 하는 경우 사람들이 흔히 하는 걱정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1. 고양이의 털이 기관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손꼽는 유일무이한 고양이의 단점 '털'. 짧으면 짧은대로, 길면 긴 대로 고양이의 털은 골치다. 고양이들은 털이 없는 품종이 아니라면 털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흔히 집사들은 고양이들이 '털을 쪄낸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런 고양이의 털이 어린아이들의 기관지에 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다행히도 우리의 기관지는 매우 열일을 하기 때문에 먼지도 걸러내는 폐가 고양이 털을 허용할 리가 없다. 호흡기로 넘어갈 경우 재채기 등으로 걸러낸다고 한다. 몇 년 동안 고양이와 동거 동락하고 있는 우리 부부도 털 때문에 옷을 보관하거나 소파 등의 페브릭 제품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솔직히 포기하고 산다) 것 외에는 건강상의 문제는 없다. 예전에 모 연예인의 자녀가 돌연사하였는데, 부검 결과 기관지에 고양이 털이 가득 차 있었다는 괴담이 돈 적이 있었는데 당연히 루머다.


그리고 고양이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은 고양이의 털이 아닌, 고양이의 침 속에 있는 단백질 성분 때문이다. 예전에 고양이 알레르기 검사를 하기 전 보통 고양이 카페나 다묘 가정에 갔을 때마다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기에 나는 당연히 내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고양이 입양 전 했던 알레르기 검사의 결과에서 나는 고양이가 아닌 집 진드기와 집먼지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참조로 고양이와 어린이 천식과 관련된 기사를 찾게 되어 링크를 첨부한다.

고양이와 함께 자란 어린이, 천식에 덜 걸린다.(나우뉴스/2017.11.10)




2. 고양이의 배변 내 '톡소플라스마 균'에 대한 우려

임산부는 참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다. 지카 바이러스, 톡소플라스마, 코로나19(...) 등의 각종 병원균과 기생충이 특히 그렇다. 임산부가 고양이와 관련해서 특히 조심해야 하는 것이 바로 '톡소플라스마'. 소두증 기형을 유발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기생충이다. 야생 고양이의 변이나, 날 것의 생선이나 육류, 오염된 채소 등에서 감염될 수 있는 기생충이다.


임산부로서는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기생충이다. 그래서 나는 현재 임신과 동시에 사랑하는 생선회, 초밥, 육회는 입에도 델 수 없는 금욕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집에서 키우는 집고양이가 톡소플라스마에 감염이 됐고, 그 기생충을 가진 변이 내 체내에 흡수되어(...) 나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 우리 애기들은 집 고양이고, 늘 바삭바삭한 건조사료만을 먹고 있다. 그래도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하며 임신이 확인된 이후로는 고양이 화장실 청소는 모두 남편이 전담하고 있다. 지화자.




3. 고양이의 이빨과 발톱, 공격성향에 대한 우려

우리 부부도 마냥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와 아기가 만나면 예쁜 그림책처럼 잘 지낼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한없이 순둥순둥 한 애기들이지만 어쨌든 고양이들이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특히 자기를 방어할 수 없는 갓난아기에게 위협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결국 최선은 아이가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법을 익힐 때까지 예의 주시하며 조심, 또 조심할 수밖에. 우선 아이의 주 거주지가 되는 안방은 1.8m 높이의 실내 방묘문을 설치할 예정이다. 아이와 고양이가 보호자 없이 있게 되는 상황은 만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또한 고양이는 보통 돌발상황에서 방어 행동을 취하다 공격하게 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아이의 돌발행동을 제어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쓸 것이다.


최근 열심히 보고 있는 고양이 관련 유튜브에서는 아기와 고양이를 같이 만나게 하는 건, 일종의 '합사'라고 표현했다. 우선 차근차근 익숙해질 수 있도록 조리원에서부터 아기의 물건들을 남편을 통해 고양이들에게 접촉시켜 아기의 냄새에 대한 좋은 기억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기 손수건 같은 것으로 냄새를 맡게 하고 좋아하는 간식을 꾸준히 주면서 냄새에 대한 좋은 경험을 많이 시켜주면 좋다고 한다.



- 고양이 전시회 '궁딩팡팡 페스티벌'의 육아육묘 사진전-


육아와 육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좇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고양이들이 태어날 아이에게 누구보다 좋은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와 함께 사는 고양이는 서로 배려하고 소중하게 대해주면 너무나 큰 사랑으로 답을 주는 아이들이다.


우리는 태어날 아이가 생명의 소중함과 무거움을 아는 아이가 되길 바란다. 가족을 만들기 위해 또 다른 가족을 버리는 건 태어날 아이를 볼 면목이 없다. 우리 부부 못지않게 아이에게 많은 사랑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애기들'을 믿기 때문에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하여 성공적인 육아&육묘에 힘쓰도록 하겠다.  내년 궁딩팡팡 페스티벌에는 아마 우리 '애기들'의 가족사진이 벽면에 걸려 있을 거다. 기대하시라.



덧. 육아육묘에 대한 공부를 하며 참조했던 유트브 영상은 다음과 같다. (냐옹신과 고부해는 사랑입니다.)


1. 나응식 수의사의 '냥신티비'의 <고양이를 키우면 유산 가능성이 있다?! (톡소플라스마의 모든 것!)> 영상

https://youtu.be/uj96plXjUmc


2. 고양이를 부탁해(고부해) 채널 내 예비부모 가정의 솔루션을 다룬 <고양이를 부탁해 - 아기와 냐> 영상

https://youtu.be/8WukG8t07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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