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의 습격 - 마이클 이스터
어느듯 이동진은 우리 사회의 문화권력이 되었다. 서점을 방문하면 "이동진 평론가 추천 책" 이라는 홍보문구를 달고 있는 책이 베스트셀러 칸에 놓여있음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나 또한 그가 추천한 책을 거의 다 읽은 셈이니, 정말이지 이동진의 추천은 현재 한국 도서계의 큰 구매동력이 되었다. 부정적으로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대부분 그가 추천한 책들은 정말로 괜찮은 작품들이고, 또 이런 추천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좋은 책을 읽게 된다면 분명 좋은 현상이다.
다만, 가끔씩 "왜 하필 이런 책을" 하는 게 걸릴 때가 있다. 미루어 짐작 컨대, 이동진도 공사다망하니 한 달에 읽을 수 있는 책의 분량이 한정돼 있을 것이고, 이런 저런 출판사와 문화계 종사자들이 이 것 좀 읽어 주세요 라고 부탁한 책들 위주로 읽는게 아닌 가 싶다. 그러다 보면 어떤 달은 미처 한 권 읽기도 쉽지 않을 때가 있을 것이고, 마침 그 달에 읽은 그 한권이 그닥 나쁘지 않았다면 추천작에 오르는 건 아닐까? 뭐 어디까지나 이건 내 짐작일 뿐이니, 귀담아 들을 필요는 없다.
"편안함의 습격". 제목은 멋있다. 미디어가 뽑을 만한 제목이다. 원제는 THE COMPORT CRISIS 직역 보다도 원제의 뜻을 잘 살린 것 같다. 작가인 마이클 이스터의의 프로필을 보니, 신방과 교수이고 건강 칼럼니스트다. 딱 그런 사람이 뽑았을 만한 제목이다. 그리고 이미 여기서 이 책은 모든 걸 다 말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운동 좀 해라" 다.
작가는 일년에 최소한 4달을 월급 받아 가면서 쉴 수 있는 대학교 교수다. 그러니 북극에서 한 달간 머물면서 순록사냥도 하고, 야영도 하고 그럴 수 있다. 이런 점에 대해 본인도 인지하고 있으며, 따라서 자기처럼 대자연에 안기라는 말을 하자는 건 아니라고 쓰고 있다. 나름 양심적이다. 여느 "지금 처럼 살면 너 빨리 죽어" 라는 저주를 퍼부어 대는 다른 건강 칼럼니스트들에 비하면 말이다.
취지에는 뭐 반대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 안락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삶이 우리의 건강 뿐만이 아니라 정신마저도 망가뜨리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이걸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 남들 다 하는 얘기에 거들뿐인 책이 되지 않으려고, 북극에서의 한달간의 수렵 여행기를 기본으로 깔았다. 본인은 아마도 상당히 인상적었고, 또 여러모로 분명히 도움이 됐을 거다. 비아냥 거리는 게 아니다. 다만 읽는 사람은 솔직히 와 닿지를 않는다. 가 본 적이 있는, 최소한 간접적으로라도 나름 낯설지 않은 자연환경에서의 여행기라면 좀 더 공감이 됐겠지만, 솔직히는 "사서 고생한다" 라는 인상이 컸다. 작가가 정말 똑똑한 게 나같은 독자의 반응도 예상을 했던 건지, 자기처럼 오지로 가서 여행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을테니, "현실에서 조금만 더 불편하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라"는 조언을 한다. 어쨌거나 "사서 고생을 해야 한다." 는 거다.
마이클이 언급한 것 처럼, 나 또한 컴퓨터 모니터 앞에 하루 8시간을 꼼작없이 앉아 있는 사무 노동자다. 집에 오면 피곤해서 쇼파에 앉아 TV를 보고, 졸리면 잔다. 이게 많은 현대인의 일상이다. 물론 여전히 육체 노동을 하시는 근로자분들도 계시겠지만, 일단 편안함의 습격 대상에선 후순이다. 그런데 나같은 편안함의 주요 습격 대상들은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년에 시달리고 있다. 업무 때문에 피곤한데, 이중고를 겪는 거다. 아 그렇다고 "움직여야 한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생활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는 주장에 반대를 하거나, 폭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미 알고 있다는 거다.
이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을 얘기하려고 구지 진화론을 꺼내들고, 우리는 수렵인의 후예이기 때문에 "러킹" (일종의 완전군장 구보 같은 것) 을 해야 한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진화론을 안 믿으면, 운동 안해도 된다고 생각하겠는가? 구지 여기서 사냥꾼의 후예를 끄집어 내지 않더라도, 현대인은 "운동해야만 한다" 라는 구호에 아마 거의 모두가 동의를 할 것이다.
너무 깔끔 떨면서 사는 것, 즉 지나친 위생 관념이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얘기를 하는데, 일면 맞는 부분이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안그래서 해를 입는 사람들이, 심지어는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이미 우린 코비드19 판데믹을 겪었다. 위생은 지나치게 지켜야할 사항이지 면역력 증가를 위해 적당히 더럽게 살 필요도 있는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가가 그토록 칭찬하는 자연속에서 고생하면서 살던 우리의 선조들은 그게 수렵인이든 아니면 경작인이든 간에 대부분 나이 50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평균 수명이 매우 짧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현재의 늘어난 평균 수명에 만족해서, "현대인은 역대 최고로 건강하다"라는 말을 하자는 건 아니다. 오래 산다고 건강하게 사는 건 아니니까. 다만 요점은 나도 짬내서 운동하려고 애쓰고 있고, 내 주변의 이웃들을 보면 나보다도 훨씬 더 자주 그리고 더 많이 운동도 하고, 트래킹도 하고, 섭식도 하면서 살고 있더라는 얘기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자연스레 튀어나온 내 솔직한 반응이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자주 운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