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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문제를 틀린다면, 페이크에 넘어갈 확률이 높습니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용기 - 책 <페이크와 팩트>

by chiimii


Q1. 제2차 세계대전, 미국과 일본 파일럿이 태평양 하늘에서 패권을 다투며 경쟁했다. 미국 해양안보연구센터는 도그파이트에서 살아남아 귀환한 폭격기의 총알 자국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총알 자국은 엔진이나 콕핏은 손상이 없었고, 주로 날개와 꼬리 부분에 집중되어 있었다. 장갑을 더 씌워 강화해야 할 부분은?

Q2. 야구공과 배트를 같이 사면 110달러다. 배트가 공보다 100달러 비싸다. 그렇다면 공은 얼마일까.

Q3. 게임 쇼에서 세 개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한 군데에는 자동차가, 나머지에는 염소가 있다. 당신이 1번 문을 선택하자 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진행자가 3번 문을 열었다. 3번 문에는 염소가 있었다. 진행자가 “2번 문으로 바꾸시겠어요?”라고 묻는다. 선택한 문을 바꾸는 편이 나을까?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를 질문으로 만들었다. 가짜뉴스나 거짓선동에 넘어가지 않는 것에 자신만만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이 세가지 답 모두 틀렸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정보를 많이 가지고, 빠르게 가지는 것이 power였다. 그러나 요즘은 누구나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와 무엇이 맞고 틀린지 파악하기 힘들다. 터무니없는 가짜뉴스에 속아 넘어 선동 당하고 있는 댓글들을 보면 한숨이 나오지만, 더 정교하고 더 은밀하게 만들어낸 가짜뉴스에는 나 역시 혼란스럽다. 앞으로 더 쏟아질 정보들 사이에서 ‘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해 의식하고 또 연습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심플하고 명확한 것을 좋아한다. 그런 인간의 고유한 특성과 심리를 이용해 누군가는 때때로 흑백논리로 호소하고, 양극단의 대립상황을 만들어낸다. 누군가 영웅이면, 다른 누군가는 악당이 된다. 레닌은 “각 개인은 우리 편에 설지 반대편이 설지 선택해야만 한다.”라고 말했고, 부시 미국 대통령은 9.11 테러 이후 모든 국가에 “여러분이 미국 편이 아니라면 테러리스트의 편에 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에는 무수한 사람과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흑백논리와 양극단의 이분법은 우리에게 생각할 시간 없이 빠르게 한 쪽으로 치우치게끔 유도한다.


우리는 믿고 싶은 것을 더 믿고, 믿고 싶지 않은 것은 외면한다. 우리와 반대되는 정보를 최소화하려 한 결과, 우리의 알고리즘은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여준다. 알고리즘은 예전의 editor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중의 사고와 여론을 형성한다. 가짜뉴스와 알고리즘이 심어준 우리의 신념은 그와 충돌하는 정보나 행동을 만났을 때 인지부조화를 느낀다. 불안에서 도망치는 우리는 더욱 ‘증거’가 아닌 ‘신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불행에 이르고 마는 것이다. 주로 그러한 가짜뉴스에서는 불완전한 인간의 감각숫자를 두려워하는 인간의 특성을 이용하기도 한다. 인간의 감각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취약한지 책에서 어느 한 실험결과가 말해준다.

“연구팀은 실험대상자의 가족에게서 아주 어릴 적에 일어났던 여러 경험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그러고는 정말로 일어났던 이야기들 속에 단 하나의 거짓 경험을 섞어 대화했다. 바로 실험대상자가 쇼핑몰에서 가족과 떨어져 길을 잃었다가 한 노인의 도움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이 사건은 완벽히 날조된 기억이지만, 실험대상자의 대략25%가 이 일이 정말 일어났다고 믿었을 뿐 아니라 이 사건의 진실성을 확신하면서 이야기의 세부 사항을 꾸며내기 시작했다.”

이처럼 인간의 감각은 열망에 의해서, 외로움과 고립감에 의해서, 또 어떤 감정이나 외부 요인에 의해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통계 역시 많은 분야에서 fake가 fact인 척 하고 숨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사망한 사람의 수가 우체국에서 사망한 사람의 수보다 더 많으므로 우체국이 병원보다 의학 치료에 더 적합하다.” 이 문장은 우리가 보기에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이런 식으로 통계를 조심스럽게 조작해서 진실을 왜곡하는 사례는 미디어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그리고 기타 포털에서 수많은 정보가 더 빠르게 생산되고 알고리즘은 이것들을 더 빠르게 나르고 있다. 우리는 그 중에 더 오래 머무르는 정보가 있고, 나는 나의 이목을 이끄는 정보들을 되돌아봤다. 나를 자극하는 그 정보는 ‘사실’이라기보다는 ‘사실이기 바라는’ 것들이었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본 유발하라리 <AI시대 인간의 길> 강연이 떠오른다. 진실은 세 가지 특성이 있다. 사실 확인에 필요한 비용이 많이 든다. 복잡하다, 그리고 불편하다. 우리는 픽션과 판타지 속에서 진실을 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글을 시작한 세 가지 질문은 우리가 분석적,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며 우리의 직관적 판단에 오류와 실수가 따를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Q1. 제2차 세계대전, 미국과 일본 파일럿이 태평양 하늘에서 패권을 다투며 경쟁했다. 미국 해양안보연구센터는 도그파이트에서 살아남아 귀환한 폭격기의 총알 자국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총알 자국은 엔진이나 콕핏은 손상이 없었고, 주로 날개와 꼬리 부분에 집중되어 있었다. 장갑을 더 씌워 강화해야 할 부분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돌아온 비행기들이다. 즉, 총알을 맞고도 무사히 돌아온 비행기들이다. 그러므로 총알 자국이 많은 부위는 맞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부위다. 진짜로 장갑을 더 씌워야 할 곳은, 총알 자국이 없는 곳, 즉 비행기들이 총알을 맞고 돌아오지 못한 부위 엔진이나 콕핏이다."

Q2. 야구공과 배트를 같이 사면 110달러다. 배트가 공보다 100달러 비싸다. 그렇다면 공은 얼마일까.
“직관적으로 대부분 10달러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연립방정식을 세워 구하면 5달러임을 알 수 있다.”

Q3. 게임 쇼에서 세 개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한 군데에는 자동차가, 나머지에는 염소가 있다. 당신이 1번 문을 선택하자 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진행자가 3번 문을 열었다. 3번 문에는 염소가 있었다. 진행자가 “2번 문으로 바꾸시겠어요?”라고 묻는다. 선택한 문을 바꾸는 편이 나을까?
“몬티 홀 문제다. 보통 50대 50 확률이라고 생각되지만 바꾸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다. 문을 바꾸면 참가자가 자동차를 탈 확률이 3분의 2지만, 처음 선택을 바꾸지 않으면 3분의 1이기 때문이다. (정말 여러 가지 해설이 있고 나도 이해가 되지 않아 챗gpt와 30분 토론한 뒤 이해했는데 가장 깔끔한 해설은)
1. 처음에 자동차를 고를 확률은 1/3이다.
2. 처음에 염소를 고를 확률은 2/3이다.
3. 처음에 자동차를 고른 경우에는 바꾸면 실패한다. (1/3)
4. 처음에 염소를 고른 경우에는 바꾸면 성공한다. (2/3)
바꾸는 전략은 처음에 염소를 고른 경우에만 성공하는 전략인데 처음에 염소를 고를 확률이 자동차를 고를 확률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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