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않은 길을 가게 되었을 때

May 10. 2023

지난 주말 아내와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모님을 찾아뵙고 점심을 함께 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월드컵 대교를 건너는데 평소와 다르게 원래 가던 차선이 너무 막혔다.

그러다가 오른쪽 차선이 여유가 있어 빠졌다가 결국 집 방향이 아닌 내부순환로로 들어가게 되었다.

조금 빨리 가보려고 요령을 피우다가 오히려 한참을 돌아가게 된 셈이다.

내부순환로 홍제 IC로 나오기 전에 기회가 되면 아내와 한번 같이 가려고 했던 홍제천변이 기억이 났다.

그래서 어차피 그 근처로 온 김에 차를 돌려 홍제천변을 걸을 수 있는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세웠다.

평소 주말 같으면 그곳에 주차할 곳이 있을까 싶었는데 비가 온 뒤라 주차도 여유 있게 가능했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않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선선하고 미세 먼지 없는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즐겼다.

단순한 산책 해프닝뿐 아니라 우리 인생에도 나의 의도나 계획과 상관없이 예상치 않은 길을 갈 수 있다.

많은 경우 그것이 실수이든, 뭔가 잘해보려다가 일어난 일이든 예상치 않은 길을 가게 될 때 사람마다 느끼는 마음과 대처하는 법이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길을 잘못 들어서 돌아가게 되었을 때 분이 나고 스스로에게 화가 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그 상황에 난 화로 인해 주변의 사람에게 화를 내며 탓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다시는 이런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분을 삭이며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그 상황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생명을 살린 페니실린으로 대표되는 전혀 예상치 않은 우연을 통해 새로운 발견과 발명을 한 경우를 보라.

만일 세계 최초의 항생제를 발견하고 만든 플레밍이 그가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에 대해 새로운 기회로 여기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았다면 인류는 수많은 질병에 대해 해답을 찾지 못한 채 더 큰 고통과 위기를 겪었을 것이다.

나의 예상치 않은 산책과 인류의 위대한 발견을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언제나 익숙한 길만 가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않게 다른 길을 갈 수 있다.

우리가 그러한 시간에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어떤 시도를 하는지는 우리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우리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일부러 작정하고 가려고 한다고 그 길이 만족하고 성공의 길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내 의도나 계획과 상관없이 새로운 길로 접어들게 되었을 때 원망이나 실망이 아닌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것이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1997년에 전 국민이 함께 겪었던 IMF 구제금융이나 불과 3년 전 모두가 겪은 코로나 팬더믹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고 누구도 경험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모두가 길을 모두가 가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미래도 전혀 예측 가능하지 않았던 길을 가야 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어떤 사람에게만 그런 과정과 경험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도 전혀 새로운 길로 가게 될 수 있음을 인정하며 준비하고 살아야 한다.

그 준비는 그 새로운 길을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삼는 것이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이런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가 20대 정도까지 배우고 가진 것들로 남은 80년을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말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이다.

부와 성공의 관한 교훈 중에 돈을 좇아가지 말고, 돈이 나를 따라오게 하라고 하는 말이 있다.

돈이 따라오게 한다는 것은 내가 어떤 일을 즐기며 남들에게 진짜 만족과 도움을 줄 때 돈이 보상으로 주어진다는 의미이다.

새로운 기회나 도전도 내가 의도적으로 하려고 하기보다 나도 모르게 들어선 길이 내 인생에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도전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이다.

살면서 예기치 않게 새로운 길을 가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즐기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예기치 않게 다가온 길 위에 있다면 그 길을 즐기며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이 모두가 가고 싶은 새로운 길이 되게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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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수 없는 인생이라면

동그라미 원 소속 글로다짓기 직업 에세이스트

새로운 인생 2막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살면서 깨닫고 어려움을 극복한 마음들을 글을 통해 함께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