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뵙고 식사를 하고 차도 마시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에 돌아오려고 하니 퇴근시간이 걸렸다.
안 막히는 시간에는 40분 정도면 가능하지만 퇴근시간에는 대략 1시간 반 이상이다.
차 안에서 한 시간 반 이상을 보내느니 잠시 걸으며 막히는 시간도 피하기 위해 잠수교 옆 한강공원에 들렀다.
일몰을 생각하며 그곳에 들린 것은 아니었지만 마침 차를 세우고 보니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내 기억에 이곳 한강변에서 해가 지는 풍경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석양을 바라보며 아내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어차피 우리 인생도 잠시 멈췄으니 오늘처럼 여유 있게 천천히 갑시다.”
최근에 잠시 빨간 신호등 앞에서 새로운 인생 2막의 파란 신호등을 기다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살면서도 쉬지도 못하고 급히 목적지를 향해 달릴 때는 보지 못하고 누리지 못하는 것을 누리는 시간이다.
인터넷이나 유튜브가 발달된 요즘 우리는 어디를 직접 가지 않아도 너무도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쉼 없이 목적지를 향해 가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석양을 직접 바라볼 때의 느낌을 유튜브 속 화면으로는 느낄 수 없다.
SNS나 유튜브가 우리에게 대리만족이나 자극은 줄 수 있으나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안식은 주지 못한다.
인생에도 여유가 필요하다면 걸음을 잠시 멈추고 석양을 바라보며 강변을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인생에 2막을 향해 나가는 걸음에 서두르거나 조급한 것은 시야만 좁아질 뿐이다.
오히려 잠시 멈춰서 달려온 방향도 돌아보고 나아갈 새로운 방향도 재점검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최근 두 달 동안 지금까지보다 인생에 기억에 남을 사진을 더 많이 얻게 되었다.
다시 새로운 인생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면 사진들과 함께 이 시간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마음에 남을 것이다.
2017년에 두바이에서 한국에 다시 들어온 이후에 지금까지 한강에서 석양을 볼 기회가 없었다.
마냥 분주하기만 한 것은 아니어도 그렇게 자주 지나다니던 한강변에 석양을 멈춰서 만끽할 여유가 없었다.
일부러 석양을 보기 위해 잠시 멈췄던 것은 아니지만 이 시간을 통해 마음에 조급함을 샤워하듯 씻어내고 여유라는 뽀송뽀송한 새 옷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