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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Sep 04. 2023

매번 6개월 인생



매번 6개월 인생          



오늘은 아내와 서둘러 아내의 검사 결과를 보러 병원에 갔다.

아내는 3년 전 암이 재발해서 수술을 하고 항암과 방사선 치료, 그리고 표적항암치료까지 지난 3월에 마쳤다.

모든 항암 치료가 다 끝나고 전체 검사를 지난주에 했고 오늘 그 결과를 보는 날이었다.

담담한 듯했지만 사실 4년 반 만에 재발한 경험이 있으니 어찌 마음이 복잡하지 않았겠는가?

그래도 감사하게 오늘 결과는 아무 이상이 없고 6개월 뒤에 다시 검사를 하기로 했다.          



아내는 다시 완치 판정을 받기까지는 자신은 ‘6개월 인생’이라고 한다.

6개월에 한 번씩 검사 결과를 확인하며 이상 없다는 판정으로 다시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아내가 가족 단톡방에 매번 6개월 인생이라고 하니 미국에 사는 동생이 ‘6개월 60번 가자요!!’라며 응원한다.

그냥 의미 없이 남은 30년을 사는 것보다 6개월 단위로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며 사는 건 좋은 일이다.

장모님은 췌장암 수술을 하셨지만 이미 15년은 지나서 며칠 전 얘기를 나누다가 ‘내가 암 수술을 했었니?’라고 하신다.

아내도 10년 이상 지나서 ‘내가 암이 걸린 적이 있었나?’라는 암에 대한 치매끼를 기대해 본다.          



아내와 병원 진료를 마치고 근처 터키 식당에 가서 점심 식사를 했다.

중동식에 가까운 터키식은 중동에 4년을 살았던 우리에게는 익숙한 맛이다.

오랜만에 렌틸콩 수프와 양고기 케밥을 먹으며 마음으로는 잠시 두바이 맛집 투어를 다녀왔다.

이제 아내와 나는 새로운 인생을 향해 6개월을 열심히 달리며 ‘6개월 인생’을 후회 없이 살려고 한다.

백세 시대니 ‘40년을 어떻게 사나?’ 보다 ‘6개월 다시 열심히 달리자!’가 더 보람 있게 사는 방법이다.     

     


인생에 죽을 위기를 일부러 겪을 필요는 없지만, 그런 위기를 겪으면 남은 시간은 훨씬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인생의 한계를 깨닫고 그 안에서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 수 있다면 한계를 깨닫게 된 것은 축복이다.

어차피 덤으로 사는 시간을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하며 시간을 헛되게 낭비할 이유도 없다.

어떤 일을 할 때에도 정해진 시간이 있으면 훨씬 집중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이제 우리 부부는 인생 2막에 각자 새로운 도전을 하며 ‘6개월 인생’을 60번 사는 출발선에 서려고 한다.

매번 6개월 인생은 남은 시간을 정말 해야 할 일에 집중하게 하는 타이머와 같은 역할이 되기를 소망한다.         


#항암 #암재발 #6개월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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