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이 나름대로 사랑을 하는 대상에서 사람만 빠지고 있는 것 같다.
산책을 하다 보면 사람과 함께 산책하는 경우보다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개와 고양이와 같이 반려견과 반려묘는 마음을 주고 사랑하는 대상이 되지만 사람은 아닌 듯하다.
사람은 상대하기도 맞춰가기도 힘들지만 세상에서 무슨 일 당해도 반겨주며 따라주는 반려견에게 마음 빼앗기는 것도 이 시대의 슬픈 트렌드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미래의 성공에 대해서는 너무도 중요하게 여기며 귀히 여긴다.
그래서 그것을 빛나게 할 스펙, 커리어를 위해 어려서부터 시간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사람은 상대할 시간도, 여유도, 심지어 가치도 별로 없다고 느껴져 가는 세상이다.
특히 자신의 성공이 중요해지면 그 성공에 도움이 될 것처럼 여겨지지 않는 사람은 전혀 귀하지 않게 여긴다.
사교육 열풍, 입시지옥이라는 말은 대한민국에 가장 아픈 흑역사가 되어 가고 있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40년이 지나도 친한 당시 독수리 5형제로 모였던 친구들을 지금도 친구로 만난다.
지금까지 살면서 초등학교 때 친구를 경쟁자로 생각하며 산 적이 없다.
그때 그들이 나에게 경쟁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도 그런 마음이 없다.
그런데 요즘 초등학생부터 ‘의대 진학반’이라는 경쟁심 유발은 그들의 인생 전체에 친구와의 우정이 없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돈은 필요하고 땀 흘려 모은 돈은 소중한 것이지만 사랑할 대상은 아니다.
어떤 대상을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다 보면 그 대상에 집착하게 되는데 사랑들이 가장 집착하는 대상이 돈이다.
돈이 많이 있어서 나쁜 것은 아니지만, 돈 많은 것을 집착하며 추구하다가 소중한 사람은 잃어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
‘돈 많은 사람’이 되는 것을 추구하며 ‘돈 없는 나’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돈도 좋고, 성공도, 그 성공이라는 형이상학을 뒷받침할 학력과 커리어도 좋다.
학대한 부모, 누군가에게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나면 사람이 싫어질 수 있다.
싫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인간관계에 환멸을 느끼고 차라리 반려견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 편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인생에 사랑의 대상은 돈도, 성공도, 반려견도 아닌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인간 세상이 가장 끔찍하게 변하는 현장은 전쟁터이다.
전쟁터에서는 적과 아군만 있고, 사람의 생명은 너무도 쉽게 무시된다.
그런데 오늘 우리 사회가, 입시의 과정이, 생존경쟁이 치열한 일터가 전쟁터로 변하고 있지 않은가?
나에게 사람이 사랑할 대상이 아니라 밟고 일어서야 할 경쟁자라면, 나도 남에게 마찬가지일 뿐이다.
치열한 생존 경쟁의 전쟁터에서 무슨 한가하게 사랑 타령이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치열한 경쟁에서 승자처럼 보이나 정말 속마음을 나눌 사람 하나 없는 정복자도 결국 공허하다.
성공한 사람의 인기, 돈, 직위가 사람과 경쟁할 뿐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한다.
요즘은 평범함이 패자처럼 보이게 하는 세상이지만 그 평범한 사람에게 정말 사랑하며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정작 행복은 누구에게 있는가?
우리는 지금 사람 빼고 다 사랑하고 숭배하며 추구하는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 이상한 세상에도 여전히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이 있다.
냉랭한 세상에 그 사람들의 사랑의 온기로 세상은 따듯한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살벌하고 치열한 생존경쟁의 세상에서 자칫 미 끌어지고 넘어졌을 때 우리를 살리는 건 투쟁심이 아니다.
넘어진 나에게 손 내밀어 주는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말과 위로로 우리는 다시 일어서 달릴 힘을 낸다.
나도 사람 빼고 다 사랑하는 이상한 세상에서 사람을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