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그라미 원 Sep 14. 2023

드디어 가을다워졌다


드디어 가을다워졌다.          



8월 15일은 우리나라의 광복절이지만 다른 의미로 늘 그날을 기다렸다.

예년에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라도 8월 15일이 지나면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함을 느끼게 되었다.

아직 낮에는 여전히 더워도 곧 다가올 가을이 기다려지며 마음이 새로운 기대로 채워지는 분기점이었다.

하지만 올여름은 그날이 지나도 오히려 늦장마와 같이 비 오는 날도 많아지면서 습한 더위가 계속되었다.

오히려 9월 초에 적도 근처인 인도네시아에 갔는데 오히려 한국보다 덜 덥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어제 한국에 돌아오면서 ‘이제는 상쾌한 아침 공기가 반기고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돌아왔지만 다시 하루 종일 비가 오면서 밤비행기 피로와 겹쳐 하루종일 무기력하게 지냈다.

오늘 아침에 창을 열고 하늘을 보는데 드디어 기다리던 푸르고 높은 하늘과 콧속으로 전해오는 공기의 신선함, 드디어 가을다워진 날이다.  

그리고 오늘 약속이 있어 서울을 벗어나 가는 길에 만난 하늘은 이제 내가 왔다고 시원한 인사를 건넨다.        


이 여름을 지나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가 몸살을 앓는 안타까운 소식을 많이 듣게 된다.

하와이의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산불, 그리고 모로코의 지진과 리비아에 댐이 무너지며 너무 많은 사람이 희생된 안타까운 소식까지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게 된 여름이었다.

이제 오늘부터는 가을을 정신승리로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2023년 여름이 우리 곁에서 떠나가는 날이다.

물론 여름이라는 시간을 통해 식물이 자라고 열매들이 맺어가는 시간이었지만 아쉬워하며 붙잡고 싶은 마음은 없다.          



지난 3년을 우리는 가을을 가을답게 만끽하지도 못하며 보냈다.

우리 삶이 그토록 쉽게 자유롭지 못하고 가을조차 누리지 못할 수 있음을 절실히 깨달은 시간이었다.

무려 3년 만에 코로나 방역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맞이하는 우리 삶에 새로운 가을이다.



어린 시절 소풍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기대하며 기다리던 날이라 설레던 것처럼 가을에 다시 마음이 설렌다.

보통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정리하는 마음으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가을은 새로운 자유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설렘을 안고 가을의 문턱에 서서 첫발을 내딛는다.


#가을 #여름 #설렘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에 진짜 위기는 언제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