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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Oct 12. 2023

비리와 관행 사이


비리와 관행 사이     



어느 조직이나 사회에 관행이라는 것이 있다.

신문이나 언론에 비리에 관한 기사를 보면 사실 조직 안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관행이었던 것이 대부분이다.

많은 조직에서 이미 바뀌거나 정정되었어야 할 것들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던 것들이 외부의 시각에서 보면 비리로 비치는 것이 있다.          



이 글에서 어느 조직의 관행이 비리었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무인도에 혼자 사는 게 아니라면 작든 크든 조직 생활을 한다.

회사생활을 하지 않아도 서너 명이 자주 만나 식사나 차를 마시는 모임도 넓은 의미에 조직이다.

관행이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조직에 있어서 관행은 그 조직의 작동 원리이고 정체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관행이 변화해야 하는 시점에 ‘고착화’되면 비리까지는 아니어도 불합리한 것이 생기게 된다.    

      


그들에게는 관행이었던 것이 우리가 언론 기사에서 보면 비리였던 것이 많이 있다.

바꾸어 말하면 나에게는 관행이라고 여겨진 것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일탈이 아닌 어느 조직의 문제를 바라볼 때 그것이 나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최근에 [내로남불]이라는 용어를 많이 듣게 된다.

우리는 언론의 자극성 제목이 달린 기사를 보면서 쉽게 판단하고 비난하거나 욕하기 쉽다.

내가 속한 조직에서 당연하듯이 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듣거나 보면 ‘그건 잘못이다.’라고 할 것은 없는가?

예를 들면 독재를 강하게 비판하는 분 중에 자신이 조직을 이끄는 방식은 독재적인 경우도 본다.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이 아랫사람에게는 독재처럼 여겨지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최근에 이런저런 교육을 받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년 전에 회사를 경영하던 때와는 경영자 입장에서 상황이 너무 달라졌구나. 참 쉽지 않겠다.’ 

‘만일 지금까지 옛날에 내가 하던 관행대로 했었으면 지금은 다 문제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주 오랜만에 외부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보게 되지만, ‘라떼는 말이야.’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오랜 관행을 객관화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최근에 어느 조직이든 그 안에 MZ세대와 차이와 갈등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어려서부터 SNS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상대적으로 ‘우리’라는 유대감은 적은 세대에게 내가 속한 조직의 관행이 세상의 시각에서 불합리하게 여겨지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어느 조직이든 있기 쉬운 관행은 ‘갑’은 ‘갑’이고, ‘을’은 ‘을’인 관행이다.

이러한 관행과 그 관행을 깨려는 시도로 인한 갈등은 최근 드라마의 단골 제주이기도 하다.          



이미 우리 시대는 ‘갑질’이 ‘횡령’이나 ‘사기’ 만큼이나 사람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조직 사회에서 차등과 차별의 문제로 아파하고 고통받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이렇게 하면 거대한 사회 부조리를 바로 잡을 수 있다는 허왕된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속한 조직이나 사회에서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무시하고 차별하는 관행은 없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나에겐 당연했던 관행이 다른 사람에 의해 ‘갑질’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 모두는 비리와 관행 중간에 어디쯤에 서 있다. 

때문에 우리는 다른 조직의 문제를 바라볼 때 먼저 거울처럼 스스로를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조직에 책임 있는 위치이거나 리더일수록 이러한 마음에 자세가 있어야 조직이 건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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