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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Oct 13. 2023

삐삐와 시티폰을 아십니까?


배우 이정재가 광고모델로 등장한 한국이동통신 012 홍보포스터(좌)와 이후 30주년 기념 광고촬영을 한 모습 [사진=SKT인사이트]    



삐삐와 시티폰을 아십니까?     


      

한 때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만 다른 기술의 개발로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삐삐’라고 불렀던 무선호출기를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90년 대 중반 최대 가입자수는 천오백만 명에 이르렀다고 하니 오늘날 핸드폰처럼 웬만한 사람은 다 사용했던 것이다.

삐삐가 당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당시 외부 활동 중에는 서로 연락할 길이 없었는데, 당시 삐삐는 공중전화와 찰떡궁합이었다.

때로 공중전화 부스에는 삐삐를 든 사람이 긴 줄을 서기도 했다.          



삐삐 시절에 같이 등장했던 것이 시티폰이었다.

수신 전용이었던 삐삐와는 찰떡궁합인 시티폰은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 수만 있고 받을 수는 없는 발신전용 기기다.

그리고 전화를 걸 수 있는 위치도 공중전화 근처에서만 가능했는데 그 당시 긴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 옆에서 큰 소리로 떠들면서 상대방과 통화를 하던 시티폰 보유자들은 일종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핸드폰의 등장과 함께 삐삐도 시티폰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중학교 시절 나를 팝송의 세계로 안내해 준 신박한 것이 있었으니 워크맨이었다.

당시 워크맨을 달고 밖에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음악을 듣는 것은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워크맨이 아니어도 대학 때까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을 테이프에 녹음하다가 음악이 끝나기 전 DJ 맨트가 나오면 실망하면서 녹음을 멈췄던 시절도 있었다.

그 뒤로 포터블 시디 플레이어도 있었는데 이미 다 사라진 것들이다.          



앞으로는 또 뭐가 등장해서 지금 우리가 당연하듯 쓰고 있는 것들이 사라지게 될까?

그러나 지금은 신기하고 궁금하기보다 앞으로 지금 우리에게 당연하던 것이 사라지는 세상이 오히려 두렵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삐삐의 편리함과 비교할 수 없는 핸드폰의 편리함이 사실 우리 삶에 자유가 아닌 족쇄가 되기도 한다.

사실 어쩌면 삐삐도 없던 시절이 더 좋았다는 마음도 든다.          



삐삐도 시티폰도, 그리고 워크맨도 이제 역사의 추억으로 남은 채 사라지고 있다.

그 시절들은 나에게 10대에서부터 20대까지 인생에 전성기를 향해 나가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나에게 추억이 될 때 그것을 누리던 나의 시대도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아~ 삐삐, 시티폰, 그런 게 있었지.’라는 추억 뒤로 쓸쓸함이 찾아온다.          



삐삐는 사라졌지만 새로운 변신이 마음에 새로운 위안과 도전이 된다.

그러나 삐삐는 사라졌지만 그 기술은 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변신의 옷을 입었다.

대부분의 많은 식당에서 사용하는 진동벨이 삐삐가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한 것이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5060에 은퇴해도 한참을 더 새로운 쓸모로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삐삐가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쓸모가 된 것처럼, 내 삶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새로운 쓸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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