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그라미 원 Nov 01. 2023

도심에서 가을을 만끽하기 원한다면 창경궁



도심에서 가을을 만끽하기 원한다면 창경궁          



창경궁을 다시 찾은 건 거의 50년 만인 것 같다.

몇 살인지도 잘 기억나지 않던 아주 어릴 때 동물원이 있던 창경원이 창경궁으로 복원된 후는 처음이다.

나이가 동갑인 아내는 어려서 창경원도 와 본 적이 없어서 이곳 자체가 처음이었다.

어려서는 단지 그곳이 동물원이고 식물원이 있던 곳으로만 생각했는데 그것이 일제에 의해 우리 역사가 유린당한 아픔의 흔적이었다.          



창경궁은 경복궁, 창덕궁에 이어 지어졌다.  

1418년 조선 제3대 임금인 태종이 세종에게 왕위를 양위한 후 상왕으로 거처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제19대 숙종 때는 장희빈이 창경궁 통명전 앞에서 사약을 마시고 죽은 곳이기도 하다.

제21대 영조 때는 휘령전(문정전) 앞마당에서 정조의 생부 사도세자가 쌀 담는 뒤주 속에 갇혀서 8일 만에 요절한 비극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지금은 아름다운 시민들의 휴식처요, 관광 명소이지만 예전에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아름다운만 누린 것이 아니라, 권력 암투의 장이기도 하였다.          



창덕궁으로 넘어가는 언덕 위를 지날 때  민방위 훈련으로 관람객도 제자리에 있어야 했다.

남산 타워가 정면에 보이는 곳에서 20분간 궁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창경궁을 바라보니 조선 500년 사를 관통하여 일제 강점기의 아픔도 관통하는 마음이다.

로마는 도시 자체가 거대한 유적지나 마찬가지여서 전 세계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서울도 이제 시청의 덕수궁에서부터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과 이전 청와대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역사 탐방 벨트가 형성되어가고 있다. 

서울에도 경복궁에서 창덕궁, 창경궁과 종묘에 이르기까지 조선 500년 역사 흔적이 잘 복원되어 수많은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다니는 관광객들을 보니 마음이 뭉클하였다.          



아내와 창경궁을 찾은 것은 궁에 대한 역사 탐방보다는 춘당지를 중심으로 한 단풍 구경이었다.

창경궁은 바로 옆에 창덕궁 후원과 함께 서울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명소이기도 하다.

창덕궁 후원은 예약제로 인원이 제한되어 가기 힘들지만 창경궁은 입장료 천 원에 가을을 누리기에 제격이다.

춘당지를 바라보며 걷는데 낙엽비가 내리며 마음을 설레게 한다.

멀리 강원도나 지방에 산으로 가지 않아도 도심에서 가을을 만끽하기 원한다면 창경궁을 추천한다.

아마도 이번주와 다음 주까지가 절정일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항암을 잘 이기고 맞이하는 아내의 생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