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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동그라미 원
Nov 06. 2023
조개탄 난로 시절의 추억
조개탄 난로 시절의 추억
11월이 되고 옷깃을 여미게 되는 날이 되면
따듯한 밥이나 따듯한 곳을 찾게 될 것이다.
이제
가을을 지나
겨울이
다가올 때
40년 전 학창 시절의 겨울 풍경이 생각난다.
중학교 시절, 11월이 되면 교실에 조개탄 난로가 설치되었다.
난로가 피워지는 계절이 되면
그날 당번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조개탄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오는 것이다.
다른 날보다 적게 받아오면 오후 수업에는 덜덜 떨며 때론 입에서 김이 나면서 수업을 받아야 했다.
난로가 피워질 때는 도시락 전쟁이 펼쳐진다.
난로 위에 양철통 도시락을 쌓아 놓는데 가장 명당자리는 세 번째 자리이다.
난로 바로 위는 밥이 탈 수도 있고, 네 번째를 넘어가면 잘 데워지지 않는다.
난로 바로 옆에 있는 친구는 선생님 눈치 봐가며 도시락 순서 바꾸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참 불편한 것이 많은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불편한 기억보다 따듯한 추억이다.
편리하고 무엇이든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불편함이 많았던 시절을 추억하게 되는 것은 외일까?
예전에 라오스 시골에 가서 살 때에도 전기도 자주 나가고, 겨울에는 난방이 따로 없어 마당 뒤켠에 장작을 쌓아놓고 뒷마당에서 장작을 피워놓고 지냈었다.
여러 가지 불편함은 많았지만 우리 가족 모두는 지금도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우리가 다시 조개탄을 피우던 시절로 돌아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편리함이 우리 마음에 풍요로움과 여유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닌 듯하다.
지금도 세상 어딘가에는 더 깊은 성찰을 위해 편리함을 포기한 채 고행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아마도 편리함과 세상의 풍요가 우리의 마음을 풍요하게 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각자 가치의 문제 이긴 하겠지만 물질의 풍요보다는 마음의 풍요와 여유가 나에게는 더 소중하다.
불편하던 시절이 마음에
그리운 건
지금 어쩌면 마음이 그 시절보다 빈곤한 건 아닌가 싶다.
비바람이 치더니 다시 날이 추워진다.
일부러 조개탄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지만 마음만은 따듯한 겨울이 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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