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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Mar 21. 2024

다시 도시락을 싸며





다시 도시락을 싸며



거의 40년 만에 다시 도시락을 싼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도시락을 가지고 다녔지만 그 이후로는 도시락을 싼 적은 거의 없다.

그런데 다시 매일 도시락을 준비하는 새로운 루틴을 살고 있다.



3월부터 장애인 활동 보조사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아침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돌보기 때문에 아침 5시 반에 아침을 간단히 먹고 집을 나선다.

5시 50분쯤 집을 나서서 버스 한 번을 갈아타고 가면 대략 6시 50분쯤 도착을 한다.

왼팔 일부 외에는 사지를 거의 쓰지 못하는 분이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떼어 식사를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한다.

빵이나 떡 하나, 삶은 달걀, 그리고 약간의 과일과 야채, 그리고 하루 견과를 준비한다.

아내도 3월부터 어린이집 연장반 교사로 일을 시작하며 저녁은 나와 비슷하게 도시락을 싸가지고 간다.

그날그날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이렇게 간단히 틈틈이 먹을 것들로 준비한다.



2시에 일을 마치면 3시쯤에 집으로 와서 점심 겸 저녁을 준비해서 한 끼 제대로 식사를 한다.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식사 패턴이 나의 루틴이 되고 있다.

물론 밥과 반찬을 싸가지고 가는 어린 시절 도시락은 아니지만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며 일을 할 수 있는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나이가 들어도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며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음이 축복이다.

2월 말부터 사회복지사 공부도 시작하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보다 누군가를 돕는 분야가 내 삶의 루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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