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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May 03. 2024

45년 지기 친구들


45년 지기 친구들



지난주에 아주 오랜만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다.

초등학교를 다섯 군데나 다녔는데 마지막 4학년에서 6학년까지 다녔던 학교에서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은 철원 출신이신데 처음으로 서울에 있는 학교에 부임하셔서 처음 담임을 맡았던 학생 중 하나가 나였다.

선생님은 그 학교에서 30년 정도를 근무하시고 이미 정년 퇴임을 하셨다.



초등학교를 다섯 군데나 다녔지만 당시에 매주 주말에는 서로의 집을 돌아다니며 만나서 놀았던 독수리 5형제 친구가 있다.

각 집을 다니면서 놀다 보니 서로 부모님들끼리도 함께 만난 적도 있기 여동생도 그중에 2명의 여동생과는 초등학교 동창 친구이다.

우리는 45년이 지난 지금도 1~2년에 한 번씩은 함께 만나는데 아주 가끔은 첫 제자의 정을 기억하시는 선생님과도 함께 만난다.

친구들이 선생님과 함께 만난 건 7년 만이고, 7년 전에는 해외에 있어서 참석을 못해서 선생님을 아마 15년 정도만에 뵈었다.



선생님은 30년 동안 시와 동시를 써오신 시인이시기도 하다.

어제도 허리가 불편하신데 제자들을 위해 친필로 말씀도 적은 시집을 가지고 오셔서 나누어 주셨다.

친구들이 오기 전 30분 정도 먼저 와서 선생님과 최근에 브런치를 통해 쓴 시도 보여드리며 시를 통해 살면서 깨달은 지혜를 정제된 언어로 녹여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은 40년이 지나도 가르침을 주시고 격려해 주셨다.



친구들 중 한 사람은 제주도에 가 있어서 참석을 못했는데 마지막으로 함께 만난 게 2년 전 제주도에 있는 친구가 내려가기 전에 함께 만났었다.

각자 하는 일도 다르고 이제 각자가 가는 길도 다르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매주 경쟁자가 아닌 친구로 매주 만나서 놀던 관계여서 여전히 반갑고 편하다.

인사동에 한정식집에서 만났는데 근처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친구의 단골 아지트와 같은 곳에서 맛있는 식사와 함께 반갑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도 오래전부터 사모님이 편찮으셔서 옆에서 섬기시는데 지금도 세월의 무게를 시로 승화시키고 계시다.

선생님을 뵈면서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살게 될 때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모든 것을 이기고 승화시킬 수 있는 지혜가 되는지를 다시 배운다.

친구들도 각자 어려움도 있고 사연도 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잘 이겨내며 모두 가장의 역할들을 잘하면서 살고 있는 친구들이 귀하다.

식사 후에 선생님은 허리가 안 좋으셔서 먼저 들어가시고 친구들과는 근처 인사동의 루프탑 카페에 가서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워낙 전학을 많이 다니다 보니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45년 간 꾸준히 만나서 마음 편히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음이 새삼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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