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그라미 원 May 06. 2024

어버이날 부모님께 갈비 얻어먹은 사연




어버이날 부모님께 갈비 얻어먹은 사연          



부모님도 이제 80대 후반에 연세이다 보니 어버이날을 맞이하며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2년 전에 코로나로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보내고, 아내도 두 번이나 암을 겪고 나니 누구에게라도 이번에 맞이하는 기념일을 내년에도 똑같이 맞이하라는 보장은 없다.

8일은 평일이어서 찾아뵙기 쉽지 않아 오늘 찾아뵙기로 했다.          

처음에는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고양 꽃 박람회에 가보고 싶어 하셨다.

그런데 그저께 전화하셔서 수원에 실버타운에 살고 계시는 고모할머니를 뵈러 가면 좋겠다고 하셨다.



고모할머니는 나에게도 특별한 분이다. 

처음 직장에 들어갔을 때 집은 경기도 평촌이고, 직장이 도봉동이어서 출퇴근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고모할머니께서 도봉동에 살고 계셔서 결혼 전에 처음 1년을 주중에는 고모할머니 댁에서 머물면서 직장을 다닐 때 매일 아침밥도 직접 해 주셨었다.

고모할머니를 모시고 수원에 유명한 갈빗집에 가서 갈비를 먹기로 하였다.          



아침에 부모님께 드릴 상품권과 카네이션을 준비해서 부모님 댁에 들렸다.

꽃과 그리 많지도 않은 상품권을 드리니 기뻐하시면서 점심은 어머니가 고모할머니 대접을 하는 거니 어머니 카드를 주시면서 그걸로 계산을 하라고 하신다.

부모님을 모시고 11시 45분쯤 갈빗집에 갔더니 11시 30분부터인데 이미 대기가 10 테이블이 넘는다.

12시 반이 되어서야 자리를 잡고 아주 오랜만에 갈빗집에 와서 생갈비 구이를 먹었다.

식당에 와서 소고기 생갈비 구이를 직접 구워 먹은 건 몇 년 만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니 부모님께 드린 상품권과 꽃값 보다 식사비가 더 많이 나왔다.          



고모할머니를 실버타운에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오는 길에 홈플러스가 있어서 장을 보고 가자고 하신다.

장을 보시면서 과일과 이것저것을 담으시면서 하나씩 더 담으시더니 나중에 하나씩 나누시면서 집에 있는 것까지 한가득 싸주신다. 

모처럼 부모님에게 선물도 드리고 식사도 대접을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부모님께서 우리에게 더 많이 베풀어 주신 하루가 되었다.

평생을 지금까지 하나라도 더 베풀어 주기를 원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인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내년에는 꼭 다시 맛있는 식사 대접하기 위해서라도 부모님도 우리도 같이 건강하게 1년을 보내야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기도한다.      


#어버이날 

매거진의 이전글 쌀국수도 국민음식이 되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