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맛이 난다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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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맛이 난다



이제 다시 걸을 맛이 나는 계절이 되었다.

겨울에도 시간이 되는 대로 걷지 않은 것은 아니다.

너무 춥거나 눈이 많이 올 때는 실내를 걷기도 하고, 에스키모처럼 옷을 입고 걷기도 했다.

하지만 매서운 바람에 흔들릴 나뭇잎 하나 없는 앙상한 가지를 보며 걸으면 기분조차 상쾌하진 않다.

걸으면서도 나무들도 혹독한 시간을 견디는데 나도 함께 잘 견디며 이기자는 다짐으로 걷게 된다.



어제는 아내와 집에서 15분쯤 거리에 있는 상암동 하늘 공원 근처 메타세쿼이아 나무 길을 걸었다.

멀리 시골 한적한 곳은 아니고, 차들이 고속으로 다니는 자유로 옆 월드컵 공원에 조성된 산책길이다.

아직은 초봄이라 나무가 아주 울창하지는 않지만 집 근처에 메타세쿼이아 나무 길은 호사다.

그 길은 ‘시가 있는 거리’로 조성되어 가는 길 내내 조금 걷다 보면 전시된 시도 여러 편 읽었다.

군데군데 피어난 라일락 향기도 숨을 한번 더 들이키게 되고 걸을 맛이 나게 한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보통 35m 정도 자라며, 최대 50m까지 큰다.

9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들도 조경수로 많이 사용했는데, 계속 놔둔 결과 10층을 훌쩍 넘기며 아파트 창문을 다 가려버린 경우도 있다고 한다.

메타세쿼이아가 도심지의 가로수로서는 적합하지 않지만, 공간이 넉넉한 시골 도로의 가로수로서는 특유의 이국적인 큰 크기의 가로수로서 메타세쿼이아 나무 길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가 되고 있다.



조금 가다 보니 가다 쉬어 갈 수 있도록 조성된 피크닉 테이블에 수녀님들이 소풍을 나오셨다.

아내와 나도 지나쳐 조금 더 가서 앉아 집에서 싸 온 사과와 레몬물을 마시며 한적함을 마음에 담았다.

우리는 서로 너무 복잡하고 사람이 붐비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이런 한적한 길 걷기를 즐긴다.

올해 가을이 지나기까지 몇 번은 더 이 길을 걷게 될 것 같다.

다음에 이 길을 걸을 땐 더 울창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갑게 맞을 것을 기대한다.



#메타세쿼이아길

#월드컵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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