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북한산 등산을 하였다.
해발 505m의 원효봉까지 갔다 왔으니 평소에 하던 산책은 아니고 분명 등산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등산을 한 후폭풍은 내려와 파스를 여기저기 붙이고 3시간을 기절하듯 잤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아버지를 따라 여기저기 산에 등산을 많이 다녔다.
그 시절에 산을 타는 재미를 알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는 산에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었다.
어려서 버너와 코펠 등을 나에게 들게 하시지는 않았으니 등산 후 먹는 재미에 따라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성인이 된 후 산에서 음식을 해 먹지 못하게 되면서 일부러 높은 산을 등산으로 오른 적은 거의 없다.
오늘은 친한 지인 두 분과 함께 북한산 등산길에 올랐다.
아침 7시에 산을 오르기 전 내가 준비한 삼각김밥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고 등산을 시작하였다.
나름대로 7개월 이상 하루 만보 걷기는 꾸준히 해도 역시 등산을 위한 근육과 체력은 차원이 달랐다.
오늘의 목표인 원효봉은 북한산 등산 코스 가운데 가장 짧은 코스였지만 나에게는 지나가던 등산객들을 앞세우고 느림의 미학의 시간이었다.
그래도 힘겹게 정상에 올라 나도 일상을 살아가던 도심을 내려다보면 ‘이 맛이다.’라는 느낌이 든다.
언제나 끝이 잘 보이지 않는 정상을 향해 올려다보며 힘겨워하는 일상에 때로는 내려다볼 수 있는 이 순간이 필요하긴 하다.
아마도 무언가 정상에 있는 사람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높은 곳에 오르는 맛을 만끽하기 위해 더 등산을 하지 않나 싶다.
힘이 들어도 내가 때론 힘겹게, 보통은 쳇바퀴 돌 듯 지내던 일상을 높은 곳에서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힘든 등산을 마다하지 않은 사람의 특권이다.
산 정상에서 먹는 방울토마토 몇 알은 평소에 후식이나 샐러드로 먹던 그 맛과는 차원이 달랐다.
사실 오르는 길보다 내려오는 길에 근육이 올라와서 더 쉽지 않았지만 우리보다 늦게 오르는 사람들을 마음으로 위로하는 마음을 가지고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마무리는 산을 내려와서 비빔냉면과 숯불고기 세트로 마무리 후 다음 등산을 기약하였다.
학창 시절에 키가 큰 친구에게 위에 공기는 다르냐는 농담을 종종 하였다.
산 정상에서 선선한 바람이 가져다주는 공기의 신선함은 다르기는 분명 다르다.
때로는 평지를 걷는 산책뿐 아니라 좀 더 높은 곳에 오르는 산책도 필요하다.
단지 건강과 운동을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때로는 다른 시선으로 일상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생 전체를 보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높은 곳에 오른 사람을 보며 부러워하며 살 수도 있다.
그 높은 곳을 가고 싶지만 내 처지나 세상의 불공정이 마음에 원망과 쓴 뿌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발로 힘겹게 오른 산 정상에서 내가 살던 일상을 내려다보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도전과 용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는 다른 것보다 힘든 도전 후에 성취감이 찾아오는 등산이 재격이다.
오늘 나는 높은 곳에 오르는 산책을 통해 ‘작은 성취감’의 퍼즐 한 조각을 내 마음에 맞추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