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사랑이 가장 오래 기억되는 것의 하나는 어머니의 손맛이다.
자라 온 과정 내내 어머니에 대한 기억 중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기억은 어머니가 해 준 음식에 대한 기억이다.
자라는 내내 우리 집에서 가장 큰 원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침에 식사를 같이 하는 것이었다.
대학생 때도 늦게 들어오거나 늦게 자는 건 상관없지만 7시 아버지와 함께 먹는 아침식사는 함께 해야 했다.
어머니는 언제나 아침에 새 밥과 국을 끓이시고 식사를 준비하셨다.
그래서 언제나 아침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새 밥과 따듯한 국을 먹었다.
집에서 살림만 하신 것이 아니라, 유치원 원장으로 일을 하시면서도 특별한 때가 아니면 그렇게 하셨다.
그때는 당연하게 생각했었지만 돌아보면 얼마나 대단한 정성이자 노력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또 설과 추석에 명절 때가 되면 언제나 손이 많이 가는 갈비찜과 잡채, 각종 나물이 빠지지 않았다.
80대 후반이 되셔서 이제는 힘드시니 그만하시라고 해도 안 하면 서운하시다며 여전히 준비하신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어머니가 유치원을 하시면서 집은 유치원 맨 위층에 살았었다.
한 번은 연말에 아버지 회사 손님 100명 이상을 초대해 유치원 교실에서까지 음식을 먹으며 잔치를 했다.
그때도 친척 몇 분이 도와주시기는 했지만, 어머니가 그 많은 음식을 진두지휘하며 차리셨다.
지금도 어느 곳에 식당이 어머니 손맛과 같이 느껴지는 곳이면 그곳은 소문난 맛집이 된다.
아이들이 자랄 때 어머니의 손맛은 한 인생을 육체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잘 자라게 하는 동력이다.
이번 추석에는 미국에서 여동생도 찾아온다고 하니 어머니는 더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실 것이다.
지금은 매일 어머니가 해 주시는 음식을 먹지는 않지만 언제나 어머니 손맛은 삶에 버팀목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