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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Jun 20. 2023

가슴 아프면 고쳐 줄 이 없는

흉부외과 명의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며


가슴 아프면 고쳐 줄 이 없는 


흉부외과 명의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며     


한 대학병원에 흉부외과 의사 선생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면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대동맥 수술 명의’가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은 그가 살린 환자들이 소셜미디어에 추모 글을 잇달아 올리면서 퍼지고 기사화가 되기도 하였다. 추모의 글 가운데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

‘환자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병원 근처에서 사셨던 분. 저도 그렇게 해서 살아났습니다’

최근에 의대 지망 열풍이 불지만 정작 흉부외과는 의사가 점점 부족해지는 현실과 맞물려 더욱 마음이 아프다.

그 한 분의 죽음으로 인해 당분간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많은 환자들의 희망이 위태로워지는 안타까움이다.     


우리나라에 코로나를 거치며 어려움을 겪는 직종이 많지만 그 열기가 식지 않는 영역이 있다.

그것은 사교육 열풍이다. 2022년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액은 26조 원에 이르고 1인당 지출액은 연간 500만 원에 이른다.

이런 현실 가운데 최근에 가장 씁쓸했던 것은 초등학생부터 ‘의대 진학반’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내 자녀가 의사가 되기 원하는 부모의 마음을 잘못이라거나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의사가 되게 하기를 원하는 부모들 가운데 자녀가 흉부외과 의사가 되기를 꿈꾸는 부모는 얼마나 될까?

‘내 자녀가 꼭 필요한 영역에서 힘들더라도 헌신하기를 원하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경제적 성공을 이루고 높은 사회적 신분을 가진 사람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자녀가 더 성공하기 원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기를 원하는 마음은 시대와 지역을 떠나 부모의 마음을 것이다.

그래서 초등학생부터 ‘의대 진학반’에 보내는 부모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생부터 의대를 보내기 위한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 신분을 가진 사람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중요하다.

자녀들에게 어려서부터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을 심어주지 못하면 그들이 의사가 되거나 세상적으로 성공을 했을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지식이나 정보로, 혹은 고액과외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 부모의 삶을 통해 그런 본이 되지 않으면 나타나기 어렵다.     


대형 서점에 ‘자기 개발서’ 코너에 가면 수많은 자기 개발서 책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베스트셀러가 된 책 중에 ‘자기 헌신서’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어떻게 해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보다 이타적이며 세상에 소금과 빛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적은 별로 없다.

지금은 어쩌면 ‘자기 개발서’ 만큼이나 ‘자기 헌신서’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나 사교육 열풍의 문제는 단순히 법이나 정부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또 이제 우리는 힘들고 어려운 일은 모두 기피하여 외국인 근로자에게 맡기지 않으면 안 되는 나라가 되었다.

사회 구성원 전체가 이타적인 헌신에는 관심이 없고, 이기적인 성공을 향해서만 달려가면 본질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너는 무조건 이걸 해라.’,‘이제는 결혼하면 무조건 자녀를 둘 이상 낳아라.’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나 자신은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이타적이고 내가 드러나는 일보다 정말 필요한 일을 하며 살고 있나?’를 돌아본다.

스스로가 누구를 탓하거나 훈계를 할 입장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이 안타깝고 그 미래가 답답한 건 사실이다.     


이제는 그야말로 혈관 이상으로 가슴이 아픈 이들의 희망이 더 줄어들었다.

돌아가신 의사 선생님은 최근 비인기 전공인 흉부외과 미래를 걱정했다고 한다. 고생스럽고 위험 부담이 큰 분야이지만, 꼭 필요한 분야인 만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인재가 모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는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많은 젊은 의사 지망생과 그들의 부모들에게 마음에 울림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번 의사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통해 그분의 바람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 사람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금은 그 성실함과 잠재력이 너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사회 지도층 누구라도 내가 실천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고민하고, ‘자기 헌신서’와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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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ews1.kr/articles/508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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