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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암과의 싸움을 끝내며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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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암과의 싸움을 끝내며



“이상 없이 깨끗합니다. 이제 5년 지났으니 일 년 뒤에 와서 다시 한번 보겠습니다.”

아내가 암 수술 후 5년이 지났고 오늘이 5년째 검사 결과를 보는 날이다.

지난 5년 동안 매 6개월마다 전신 검사를 하고, 결과를 보는 날이면 마음에 부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10년 전 처음 암이 발견되어 수술하고 4년 반 만에 재발이 되어 다시 5년을 암과 씨름하며 보냈기 때문이다.

암은 5년 지나면 완치로 보고, 중증 혜택도 종료되는데 4년 반 만에 암이 재발해서 3기 말이 되었었다.

우리나라는 암이 걸리면 중증 산정 특례 제도가 있어서 5년 간 모든 치료비에 5%만 내면 된다.

이달 말로 중증 산정 특례 혜택이 끝나니 일단 10년간의 암과의 싸움은 일단락이 지어지는 것이다.



이런 제도적 혜택은 큰 도움이 되지만 말기에 가까운 암 판정은 큰 정신적 충격으로 다가온다.

사실 처음과 달리 거의 말기에 가까운 판정을 받고 나니 내색을 할 수 없었지만 나도 충격이 컸다.

당사자인 아내는 마음이 어땠을지 지금도 다 헤아리기는 어렵다.



암은 이제 국민 3명 중 한 명은 평생에 어떤 암이든 한 번은 걸릴 정도로 흔한 병이 되었다.

막상 암이 걸리면 감기에 걸린 것처럼 쉽게 넘길 수 없고,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지 긴 싸움을 하게 된다.

5년 전, 수술 후에 항암, 방사선 치료, 그리고 표적 항암 치료까지도 거의 2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5년째 호르몬 억제 약과 매달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아야 했다.

처음 표적 항암을 하면서 생긴 심장 기능 이상에 대한 약도 아직 매일 먹고 있다.

10년간 암과 싸워왔고, 내년 5월이면 부작용을 감수하고도 매일 먹었던 호르몬 억제 약도 마무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아내와 우리 가정에 새로운 출발의 시작이다.



의사를 만나고 나오면서 말없이 웃으며 아내와 하이파이브를 했지만 오늘은 아주 뜻깊은 날이다.

지난 10년간 긴 싸움을 하면서도 엄마, 아내, 며느리, 사모의 모든 역할을 잘 감당한 아내가 고맙다.

아내는 항암을 하는 동안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고 지금은 어린이집 연장반 교사로 일하고 있다.

아내가 항암을 할 당시 코로나 시절이어서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힘들지만 공부를 응원했던 것은 암을 극복하고 할 것이 있다는 희망이 치료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이제 새로 태어난 새 인생이라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모든 인생의 어려움을 이기며 살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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