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보이스 힐링 (3)

친구야 제발

by 동그라미 원
자영3.png


보이스 힐링 (3)

친구야 제발

2024년 3월.

자영의 삶은 조금씩 안정되어 가고 있었다.

공공 임대 주택에서 살며, 출판사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작은 도서관에서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조금씩 회복되었다. 특히 가장 친한 친구 미희와는 매주 한 번씩 만나 밥을 먹었다.

그날도 평범한 하루였다.

자영은 오후 5시쯤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려던 참이었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미희에게 온 문자였다.

자영은 문자를 열었다. 그리고 심장이 멎는 듯했다.

'자영아, 미안해. 안녕.'

"뭐야, 이게..."

자영은 손이 떨렸다. '안녕'이라는 단어. 이건 단순한 인사가 아니었다.

자영은 바로 미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 뚜루루..."

하지만 전화는 받지 않았다.

"미희야! 전화받아!"

자영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 또 받지 않았다.

자영은 문자를 보냈다.

'미희야, 무슨 일이야? 전화 좀 받아!'

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자영은 패닉에 빠졌다.

'안녕'이라는 단어. 이건... 마지막 인사 같았다.

자영은 미희의 집 주소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가기에는 너무 멀었다. 적어도 1시간은 걸렸다.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자영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어떻게 해야 해...'

그때, 자영은 문득 떠올렸다.

그날. 한강 다리 위에서.

자신이 죽으려고 했을 때, 누군가 보낸 문자. 그리고 전화. 그리고 노래.

'그래, 노래!'

자영은 깨달았다. 장황한 위로의 말, 걱정하는 말보다, 때로는 노래 한 곡이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자영은 주저 없이 휴대전화 음악 앱을 열었다.

'미희가 좋아하던 노래...'


자영은 기억을 되살렸다. 중학교 때 전학 와서 왕따처럼 혼자 지낼 때 가장 먼저 다가와 준 친구가 미희였다.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숫기가 없는 나와 다르게 미희는 활달했다.

어느 날, 그날도 혼자 운동장 구석에서 음악을 듣고 있던 나에게 미희가 다가왔다.

“뭐 들어?”

미희는 이렇게 말하곤 내 허락도 없이 이어폰 한쪽을 빼서 자기 귀로 가져갔다.

“이 노래 뭐야?”

“...넬에 스테이.”

“노래 좋네.”

그날 이후 미희와는 지금까지 단짝 친구가 되었다.

고등학교는 서로 다른 학교를 가게 되었지만, 종종 만나기도 하고, 자주 통화도 했다.

그리고 대학은 전공은 달라도 같은 대학을 다니게 되었다.

집에서 학교가 멀어서 미희와 자영은 함께 자취방에서 살았다.

둘 다 돈이 없어서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저녁을 때우기도 하고, 미래가 불안해서 술을 마시던 밤들이 많았다.

그때 미희가 가장 좋아하던 노래가 있었다.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

자영은 곧바로 그 노래를 찾았다. 그리고 음악 링크를 복사해서 미희에게 전송했다.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오직 제목과 노래 링크만.

전송 완료.

자영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

'제발, 제발 미희야... 이 노래 들어줘...'

keyword
이전 15화보이스 힐링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