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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 소설
15화
보이스 힐링 (2)
다시 서다
by
동그라미 원
Nov 13. 2025
보이스 힐링 (2)
다시 서다
다음 날 아침, 자영은 눈을 떴다.
원룸 고시원 방. 전세 사기를 당한 후, 자영은 더 이상 집이 없었다.
보증금 50만 원에 월세 35만 원짜리 좁은 고시원이 그녀의 새로운 집이었다.
창문도 작고, 햇빛도 잘 들지 않았다. 하지만 자영은 살아 있었다.
'나, 어젯밤에 정말...'
자영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어젯밤 받은 문자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자영님, 지금 죽고 싶을 만큼 힘드시죠? 이 번호로 전화 주시면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전화 주세요.'
자영은 그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봤다.
"뚜루루, 뚜루루..."
하지만 이번에는 연결되지 않았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자영은 한숨을 쉬었다. 그럼 어젯밤은 뭐였을까? 꿈?
하지만 통화 기록에는 분명히 남아 있었다. 5분 32초.
'누구였을까...'
자영은 침대에 앉아 생각했다.
'나, 어떻게 살아야 하지?'
전세금 2억은 사라졌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집주인은 이미 해외로 도주한 상태였다. 돌려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직장도 그만뒀다. 전세 사기를 당한 충격으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결국 사표를 냈다.
지금 자영에게 남은 것은 통장에 겨우 87만 원. 그리고 신용카드 빚 500만 원.
'이걸로 어떻게 살아...'
하지만 자영은 어젯밤을 떠올렸다. 난간 위에 섰던 그 순간. 그리고 흘러나온 노래.
'엄마가 날 살렸어.'
자영은 일어났다. 그리고 작은 책상 위에 놓인 어머니 사진을 보았다.
"엄마, 저 포기하지 않을게요. 제가 다시 일어날게요. “
자영은 그날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늘이 무너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하늘은 푸르고 솟아날 구멍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인터넷으로 전세 사기 피해 지원에 대해 검색했다. 그리고 전세 사기 피해지원위원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영은 바로 신청했다. 피해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들을 모두 준비했다. 계약서, 입금 내역, 경찰 신고 접수증.
일주일 후, 자영은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공공 임대 주택 우선 입주 자격을 받았다.
"정말요? 제가 들어갈 수 있어요?"
"네, 자영님. 전세 사기 피해자분들께는 우선적으로 공공 임대 주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곧 연락드릴게요."
전화를 끊은 자영은 눈물이 났다. 희망이 보였다.
또한 자영은 대한법률구조공단에도 연락했다. 무료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자영님, 집주인이 해외로 도주했어도 민사 소송을 통해 재산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부라도 돌려받을 가능성이 있어요."
"정말요?"
"네. 포기하지 마세요."
자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 달 후, 자영은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다.
작은 출판사의 편집 보조였다. 월급은 많지 않았지만, 자영은 감사했다.
"자영 씨, 여기 원고 검토 부탁해요."
"네, 알겠습니다!"
자영은 책상에 앉아 원고를 읽었다. 원고의 내용은 한 사람이 절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였다.
자영은 문득 자신의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다.
'나도 이렇게 다시 시작하고 있어.‘
두 달 후, 자영은 공공 임대 주택에 입주했다.
작은 원룸이었지만, 햇빛이 잘 들었다. 창문 밖으로는 작은 공원이 보였다.
그날 그 문자가 오지 않았다면, 그 음악을 듣지 못했다면...
"엄마, 고마워요. 저 여기 살게 됐어요."
자영은 핸드폰 바탕 화면에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저장해 놓고 핸드폰을 켤 때마다 본다.
"엄마, 오늘도 힘내서 일하고 올게요."
자영은 이제 매일 아침 출근길에 넬의 'Stay'를 들었다.
그 노래는 그녀에게 '살아남은 자의 훈장'이었다.
가사 한 줄, 한 줄이 자영에게 말했다.
“Stay my dear Stay my dear”
어머니는 갑자기 떠나고 옆에 안 계시지만 여전히 내 옆에서 지켜주시는 것 같았다.
노래를 듣고 있을 때 어머니가 말하는 것 같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너는 잘하고 있어. 계속 나아가.'
자영은 미소 지었다.
'그래, 나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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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평범함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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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생 2막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살면서 깨닫고 어려움을 극복한 마음들을 글을 통해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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