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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보이스 힐링(5)
함께 이겨나가는 보이스 힐링
by
동그라미 원
Nov 20. 2025
보이스 힐링(5)
함께 이겨나가는 보이스 힐링
2024년 6월.
자영과 미희는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미희는 보이스 피싱 피해를 신고하고, 금융감독원의 도움을 받아 피해 구제 절차를 밟았다.
돈을 모두 돌려받지는 못했지만, 일부는 보상받을 수 있었다.
또한 미희는 한국소비자원에 상담을 요청했고, 무료 심리 상담도 받았다.
"미희 씨, 보이스피싱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자책하지 마세요."
상담사의 말에 미희는 조금씩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
자영도 전세 사기 관련 민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시간이 걸렸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영은 출판사에서 일하며 조금씩 돈을 모으고 있었다.
"자영 씨, 이번 책 정말 잘 편집했어요. 고생했어요."
"감사합니다!"
자영은 일에 보람을 느꼈다. 돈은 많지 않았지만, 자신이 편집한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어느 날 저녁, 자영과 미희는 함께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자영아."
"응?"
"나, 요즘 생각해 봤는데..."
미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우리처럼 힘든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전세 사기 당한 사람들, 보이스피싱 당한 사람들..."
"맞아."
자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 사람들이 정말 힘들 때, 누군가 옆에 있어주면 좋겠어. 우리처럼."
미희의 눈이 반짝였다.
"그래서... 나 생각해 봤는데, 우리 작은 모임 같은 거 만들면 어떨까?"
"모임?"
"응. 전세 사기, 보이스피싱 같은 피해자들이 모여서 서로 위로하고 도움을 주는 모임."
자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미소 지었다.
"좋은 생각이야, 미희야. “
두 사람은 그날부터 작은 모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름은 '보이스 힐링'.
목소리(Voice)로 치유(Healing)한다는 의미였다. 노래, 대화, 위로의 말 한마디로 서로를 치유하는 모임.
처음에는 자영과 미희 둘 뿐이었다. 하지만 SNS에 공지를 올리자, 조금씩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첫 모임에는 다섯 명이 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세 사기 피해자입니다..."
"저는 보이스피싱으로 2천만 원을 잃었어요..."
"저는 투자 사기를 당했습니다..."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며, 사람들은 울었다. 하지만 그 눈물은 외롭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했기 때문이다.
모임의 마지막에는 '오늘의 노래' 시간이 있었다.
각자 자신에게 힘이 되었던 노래 한 곡씩을 추천하고, 함께 들었다.
자영은 넬의 'Stay'를 추천했다.
"이 노래가 저를 살렸어요."
미희는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를 추천했다.
"이 노래가 제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줬어요."
다른 사람들도 저마다의 노래를 추천했다.
미생의 OST였던 이승열에 ‘날아’
폴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
작은 카페는 음악과 위로로 가득 찼다.
한 달 후.
'보이스 힐링' 모임은 20명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한 지역 방송국에서 이 모임을 소개했다.
"금융 범죄 피해자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모임, '보이스 힐링'을 소개합니다."
방송이 나간 후, 더 많은 사람들이 연락해 왔다.
"저도 참여하고 싶어요."
"저도 힘이 필요해요."
자영과 미희는 바빠졌지만, 행복했다.
어느 날, 자영은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그리고 문득, 그날 밤을 떠올렸다.
한강 다리 위. 자신에게 문자를 보냈던 그 익명의 누군가.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자영은 아직도 궁금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그 사람도 나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던 사람이었을지도 몰라.'
그래서 자신에게도 도움을 준 것이고, 이제 자신도 다른 사람들을 돕고 있는 것이다.
자영은 집에 도착해서 핸드폰 화면에 어머니 사진을 보았다.
"엄마, 저 잘하고 있죠?"
사진 속 어머니는 여전히 따뜻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자영은 문득, 그날 밤 전화에서 흘러나왔던 넬의 'Stay'를 다시 들었다.
"(조금의) 조금의 (따뜻함) 따뜻함 (이라도)이라도 간직할 수 있게 해 줘"
그 가사가 자영의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보이스 힐링' 모임은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여러 도시에서 지부가 생겼다.
"자영 씨, 미희 씨, 정말 대단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도왔다니."
"아니에요. 저희도 도움을 받았으니까요."
자영과 미희는 겸손하게 대답했다.
어느 날, 자영은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발신자는 익명이었다.
제목: 감사합니다.
내용:
'자영 씨, 저는 당신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보이스 힐링' 모임 덕분에 저는 살았습니다.
저는 작년에 투자 사기로 5천만 원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죽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보이스 힐링' 모임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
당신이 한강 다리에서 받았던 도움을, 이제 저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자영은 이메일을 읽으며 눈물이 났다.
'이게 바로... 보이스 힐링이구나.'
한 사람이 받은 위로가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돕고.
이렇게 위로가 순환하는 것이다.
2025년 겨울.
자영은 다시 한강 다리를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죽으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자영은 난간에 기대어 강물을 바라봤다.
'2년 전, 나 여기 서 있었지.'
그때와 지금은 너무 달랐다.
그때는 절망뿐이었지만, 지금은 희망이 있었다.
그때는 혼자였지만,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였다.
자영은 휴대전화를 꺼내 넬의 'Stay'를 재생했다.
"Stay 내 눈물이 마를 때까지..."
그 노래가 흘러나왔다.
자영은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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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생 2막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살면서 깨닫고 어려움을 극복한 마음들을 글을 통해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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