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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의 점심 데이트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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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의 점심 데이트



최근에는 아들과 두 달에 한 번 정도 점심을 함께 먹는데, 이번 주는 2번이나 아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아들은 대학 졸업 후 인턴이 끝날 무렵 첫 직장이 인도네시아로 정해져 그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동안 일 년 후 결혼을 하게 되었고, 결혼하자마자 신혼생활을 인도네시아에서 2년간 보냈다. 2년 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함께 일하던 며느리가 한국에 돌아오기까지 몇 달을 우리와 함께 지냈다. 지금은 분가해서 따로 살지만 서로 바빠서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그래도 아내가 가끔 아들 회사 근처 안과에 정기 검진을 갈 때 맞춰서 한 번씩 아들과 점심을 함께한다.



지난 월요일, 아내의 안과 검진이 있어 아들과 점심 약속을 했다.

날이 제법 쌀쌀하고 바람도 불어 처음으로 새벽에 패딩을 꺼내 입은 날이기도 했다. 안과가 명동인데, 바로 앞에 예전 우리 동네에 있어 종종 먹던 찜닭집이 보였다. 아들에게 거기서 먹으면 어떻겠냐고 하니 예전 동네에서 함께 먹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러자고 한다.

단순히 밥 한 끼를 넘어, 오랜만에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월요일에 반갑게 아들을 만나 식사를 했는데, 금요일에는 혼자 시내에 볼일이 있었다. 시내로 나가는 지하철을 타기 전에 아들에게 물어보니 점심 약속은 따로 없다고 한다. 사실 내가 볼일이 있는 장소에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 떨어진 곳이지만, 아들과 점심 약속을 잡았다. 마침 아들 회사가 있는 곳에 딱 점심시간에 맞게 도착할 시간이었다.

전철을 타고 가면서 근처 맛집을 검색하다가 태국 음식점을 발견해 그곳으로 가자고 하니 좋다고 한다. 아들도 어려서 라오스에서 3년을 살며 태국 음식에 익숙하고, 또 인도네시아에서 3년을 살아 동남아 음식을 좋아한다. 내가 조금 일찍 도착해서 먼저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아들이 도착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나니, 이미 그리 크지 않은 식당은 만석이 되었다.



우리는 카오카무와 똠얌 쌀국수를 시켰다.

카오카무는 부드럽게 졸여 낸 족발을 밥 위에 올려 먹는 태국의 국민 아침 메뉴이고, 똠얌 쌀국수는 태국의 시그니처이자 세계 3대 스프라 불리는 똠얌꿍에 쌀국수 면을 넣은 국수다.

카오카무도 괜찮았지만, 똠얌 쌀국수 맛이 제대로 태국의 맛이어서 더욱 만족스러운 점심이었다.

계산하고 나오면서 보니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부터 1층 입구까지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점심을 먹고는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잔 하며 최근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오랫동안 서로의 처지를 잘 모르게 되면 오히려 할 얘기가 없어지기 마련이다.

이번 주는 장가간 아들과 두 번이나 만나 점심을 함께하게 된, 연말의 선물 같은 한 주였다.

다음에도 내가 시간이 되면 아내의 안과 검진 날이 아니어도 아들과 식사를 해야겠다.



#까이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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