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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오마카세 (2)

카페 오마카세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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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오마카세 (2)

카페 오마카세


살다가 기회가 어더라도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그것이 기회인지조차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

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그 꿈이 삶이 되기 위해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냥 꿈으로 끝나게 된다.

혁진은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며 그들이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꿈을 마음에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카페를 운영하며 그런 소박한 꿈을 이뤄보고 싶었다.

2024년 초.

혁진이 오랫동안 품어온 '자신만의 카페'에 대한 꿈은 자금 문제로 늘 계획에만 머물러 있었다.

카페를 열려면 최소 7천만 원은 필요했다.

권리금, 인테리어, 장비, 초기 운영비까지. 혁진이 모은 돈은 고작 2천만 원이었다.

'대출을 받아야 하나? 아니면 몇 년 더 모아야 하나?'

혁진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했던 카페의 사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혁진 씨, 아내가 미국으로 몇 년간 유학을 가게 됐어."

"네? 정말요?"

"응. 그래서 말인데... 카페 운영할 사람이 필요해. 혁진 씨가 해볼래?"

혁진은 놀라 물었다.

"제가요? 하지만 저는 돈이 없는데요."

"아니, 권리금 받을 생각 없어. 그냥 월세만 내고, 몇 년간 운영해 봐. 혁진 씨 성실한 거 내가 알잖아. 믿고 맡기고 싶어."

혁진은 믿을 수 없었다.

"정말 괜찮으세요? “

”사실 이번에 가면 다시 오게 될지, 계속 거기 있게 될지 아직 잘 모르겠어. 그래서 완전히 정리하고 가지는 않으려고. “

혁진은 눈물이 날 뻔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2024년 봄,

혁진은 하늘이 준 기회라 생각하고, 당장 카페를 새롭게 단장하기 시작했다.

기존 인테리어는 대부분 유지했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원래의 따뜻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대신 혁진은 조명을 바꿨다. 더 부드럽고 은은한 조명으로. 사람들이 마음을 편히 놓을 수 있도록.

벽에는 작은 액자들을 걸었다. 위로가 되는 시 구절들, 명언들.

"괜찮아요. 당신은 잘하고 있어요."

"여기는 당신의 쉼터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카페 이름이었다.

혁진은 며칠 동안 고민했다. 무슨 이름이 좋을까?

그러던 어느 날, 일본 요리를 먹으러 갔다가 '오마카세'라는 단어를 보았다.

오마카세(Omakase). 주방장 특선. 손님이 메뉴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주방장에게 맡기는 것.

'바로 이거야!' 혁진은 무릎을 쳤다.


카페 오마카세.

혁진은 손님이 자신의 감정 상태를 맡기면, 그날의 혁진이 가장 잘 내어줄 수 있는 한 잔의 차를 대접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메뉴는 단 다섯 가지 감정으로 표현되었다.

서러울 때 한잔

불안할 때 한잔

화날 때 한잔

외로울 때 한잔

답답할 때 한잔

가격은 모두 같았다. 6,000원.

메뉴판에는 구체적인 음료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오직 감정으로만 표현되었다.

개점 첫날, 혁진은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첫 손님이 들어왔다. 30대 여성이었다.

"어서 오세요."

여성은 메뉴판을 봤다. 그리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메뉴예요?"

"손님의 마음에 맞춰서 제가 차를 준비해 드립니다."

"차요? 커피는 없어요?"

"커피보다는 차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차가 더 좋거든요."

여성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음... 저는 그냥 아메리카노 한 잔만 주세요."

"죄송하지만, 저희는 이 다섯 가지 메뉴만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성은 고개를 저으며 나갔다.

"이상한 카페네..."

첫날, 손님은 단 세 명이었다. 그리고 그중 두 명은 주문도 하지 않고 나갔다.

둘째 날도, 셋째 날도 비슷했다.

사람들은 메뉴판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냥 돌아갔다.

심지어 혁진에게 언짢은 말을 던지는 손님도 있었다.

혁진은 그때마다 따뜻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깊은 고민이 쌓여갔다.

'과연 이 방식이 통할까?'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맡길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일주일이 지났다.

하루 매출은 평균 5만 원. 월세도 못 내는 수준이었다.

혁진은 밤에 혼자 카페에 앉아 고민했다.

'방식을 바꿔야 하나? 일반 카페처럼 커피도 팔고, 디저트도 팔아야 하나?'

하지만 혁진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야. 조금 더 해보자. 분명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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