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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오마카세(3)

서러울 때 한잔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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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오마카세(3)

서러울 때 한잔


누구나 살면서 힘든 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힘든 상황보다 더 어려운 건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받아줄 사람이 없을 때다.

혁진은 카페를 이렇게 운영해도 되는지 고민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위해 카페를 시작했는지 다시 돌이켜보았다.

지난 2년간 삶의 어려움뿐 아니라, 차마 나누지 못할 마음에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많은 이를 만났다.

아마 그들은 그런 마음에 위로받기 위해 이런 카페에 올 여유도 없을지도 몰랐다.

개점 2주 차, 어느 밤.

카페 문을 닫기 30분 전이었다. 혁진이 마지막 잔을 닦고 있을 때, 한 젊은 여성이 어깨가 축 늘어진 채로 들어섰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가는 붉게 부어 있었다.

"어서 오세요."

혁진이 인사했지만, 여인은 대답 없이 구석 자리에 앉았다.

혁진은 메뉴판을 건넸다. 여인은 한참 메뉴판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1번이요."

"네, 알겠습니다."

혁진은 여성을 자세히 봤다.

굳게 다문 입술. 떨리는 눈빛. 주먹을 꽉 쥔 손.

'많이 힘든가 보다.'

혁진은 주방으로 들어가 은은한 꽃 향이 들어간 얼그레이 티를 정성껏 우렸다.

얼그레이의 베르가못 향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꽃향기는 위로를 준다.

혁진은 이 차가 그녀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랐다.


5분 후, 혁진은 따뜻한 찻잔을 여인 앞에 놓았다.

"서러울 때 한잔입니다. 천천히 드세요."

그녀는 찻잔을 들어 향을 맡았다. 은은한 꽃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그녀는 찻잔의 온기를 느끼며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차가 목을 타고 넘어갔다.

여성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혁진은 아무 말 없이 그녀가 차를 마시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녀는 차를 마시는 내내 소리 없이 울었다.

혁진은 조용히 티슈를 건넸다.

한참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저 어제 유방암 판정받았어요."

혁진은 놀랐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리고 일주일 전에 남편이 이혼하자고 했어요."

여성의 목소리가 떨렸다.

"결혼 3년 차예요. 이제 겨우 3년인데 남편은 짐 싸서 나가버렸어요."

혁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들었다.

"저는 친정 식구들한테도 말 못 했어요. 어떻게 말해요? 암 걸렸다고, 남편한테 버림받았다고."

여성은 고개를 숙였다.

"저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혁진은 찻잔을 손에 들고 울먹이는 여인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울어도 돼요. 여기서는요."

여성은 더 크게 울었다.

카페에는 그녀의 흐느끼는 소리로 채워졌지만, 혁진은 조용히 아무도 없는 공간처럼 그녀가 울도록 두었다.

10분쯤 지났을까. 여성은 눈물을 닦고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차 정말 맛있었어요."

"안녕히 가세요."

여성은 문을 나서다가 돌아봤다.

"저... 다시 와도 될까요?"

혁진은 미소 지었다.

"언제든지요."

그날 밤, 혁진은 카페 문을 닫고 생각했다.

'이거야. 이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야.'

차 한잔의 온기. 침묵의 경청.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

혁진은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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