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덮밥이 준 작은 감동

by 동그라미 원



포장 덮밥이 준 작은 감동



명절을 앞두고 아내가 탈진한 듯 입병도 나고 저녁도 못 먹고 쓰러져 누웠다.

암 완치 판정을 받고 이제 반년이 지났기에 아직도 아내가 무리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어제도 치매 증상이 있으신 장모님을 하루 종일 돌보고 오더니 무리가 된 듯싶다.

아내가 일어나면 ‘기운이 나도록 무얼 먹일까?’ 생각하다가 아내가 자는 동안 나가서 장어덮밥을 사 왔다.

세 시간을 쓰러져 자던 아내가 일어나서 포장해 온 장어 덮밥을 먹으려는데 덮밥에 같이 온 국그릇에 이런 메모지가 붙어있다.


사랑하는 고객님 안녕하세요~~!
주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하기 위해 연구하고 언제나 노력하는 가게가 되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내 작은 수고가 위로받고 격려받는 느낌이다.

이 작은 메모와 내 작은 수고가 아내에게 새로운 기운이 나게 할 에너지가 되기를 바란다.

아내는 다행히 장어덮밥을 맛있게 다 먹었고, 이제부터 내일 가져갈 전을 준비하려 한다.

음식을 장만하는 수고를 피할 수는 없지만 명절이 ‘더 피곤한 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적어도 이번 명절은 ‘명절 증후군’에 만신창이가 되는 시간이 아니길 바란다.

세상은 점점 험하고 거친 말들로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 쉬운 때를 살고 있다.

이번 명절 적어도 가족은 서로 자기주장과 날카로운 말로 상처를 주고받는 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의 치열함에 알게 모르게 상처투성이인 마음을 보듬고 서로 도우며 싸매주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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