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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을 누릴 줄 아는 행복한 사람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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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을 누릴 줄 아는 행복한 사람



실로 오랜만에 시험을 하나 보았다.

컴퓨터용 사인펜을 가지고 사지선다형 시험을 본 게 거의 30년 만인 것 같다.

비도 오는데 집에 와서 라면이나 먹을까 하다가 시험을 보고 난 나에게 점심을 사줬다.

요즘 핫하다는 연남동에 가서 나에게 스파게티를 대접했다.



어떤 일에 수고했고 스스로 다독이고 싶을 때 이따금 나에게 밥을 사거나 작은 선물을 한다.

스스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이러한 습관이 주는 만족은 의외로 크다.

어떤 일을 하고 남이 나를 알아주기를 신경 쓸 일도 없고 그러한 기대에 에너지를 쏟기보다 스스로를 격려하는 것이다.

인간관계를 끊고 사는 사람도 아니고, 함께 기뻐해 줄 사람이 없어서도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존중하는 시간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없는 에너지를 얻게 된다.



이렇게 나에게 나름 근사한 식사를 대접하는 나에게 “넌 왜 이 모양이냐?”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넌 왜 이렇게 밖에 못하냐?”라고 비난하거나 책망할 이유도 없고 그냥 “수고했어.”라고 어깨 두드리면 된다.

혼자 괜히 분위기를 신경 쓰기보다 정말 먹어보고 싶었던 맛집에 가서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를 대접하면 된다.

이것이 나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에티켓이다.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받는 건 기분이 좋다.

하지만 정말 내가 필요한 게 아닐 경우도 많고, 또 내가 때가 되면 갚아야 한다는 부담도 생긴다.

그런데 내가 나에게 선물할 때는 정말 필요한 것을 사고 또 나에게 되갚을 부담도 없다.

그래서 어떤 일을 마무리하거나 성취를 하고 나면 나에게 밥을 사거나 선물을 하곤 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채워지기 원하는 사람은 채워지지도 않고 점차 부담스러운 사람이 되기 쉽다.

하지만 스스로 채워져 넘치는 넉넉함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더 편하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넓혀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때로 억지로 누군가와 함께 하려고 하기보다 혼자인 시간을 즐기고 누린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서 비어가던 내가 채워지고 고갈되던 에너지가 충전될 때가 더 많다.



세상은 점점 더 각박하고 남을 칭찬하고 세워주기보다 비난하고 깎아내리기 바쁜 시대이다.

비난받지 않으려고 애쓰고 남의 칭찬에 굶주려 있는 것보다 스스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이 더 낫다.

셀프 칭찬과 셀프 격려를 통해서도 다른 사람의 칭찬과 격려 이상의 마음이 채워지는 효과가 있다.

이것은 자기 연민과도 다른 것이고, 자기 과시욕으로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과도 다른 것이다.



요즘은 혼밥이 대세이다. 하지만 처량한 마음으로 혼밥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혼밥을 할 기회가 만지만 나에게 밥 한 끼 사거나, 요리를 해서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먹으면 느낌이 다르다.

밥 같이 먹을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잘 알고 속마음을 나눌 사람과 교제하며 식사를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 눈에는 혼자 처량하게 먹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가장 좋은 식사 한 끼 대접을 받은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 칭찬과 하고 격려도 하며 밥 한 끼라도 대접하는 사람은 남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도 칭찬과 격려를 잘하고 또 다른 사람을 정말 마음으로 환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또한 자기 연민에 빠져 있거나 자기 과시욕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을 부담스럽게 만들지도 않는다.

어차피 혼밥 할 기회조차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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