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기자의 육아기행] "큰일났어. 으뜸이 심각해"

by 피구니

회사에서 조금 늦게 퇴근해 집에 돌아온 어느 날. 이미 저녁을 먹은 후 딸 아이의 방에서 와이프의 큰 목소리가 들렸다. 딸 아이의 숙제를 봐주는데, 딸 아이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와이프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옷도 못 갈아입고 바로 딸 아이의 방으로 가니 와이프는 화가 나있고, 이런 엄마의 모습에 딸 아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영어도 수학도 다 대충해서 문제도 다 틀리고 있다는 게 와이프의 설명이다.


일단 딸 아이를 거실로 데리고 나와 달래주면서 차분히 물었다. 어떻게 대충했길래 엄마가 저리 화가 났냐고 물으니 자기는 문제가 어려워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와이프는 조금 전에도 같이 잘 풀었던 문제인데, 왜 모른다고 대충하냐고 다시 화를 냈다.


그러면서 정말 큰일이라며, 영어도, 숙제도 머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와이프를 다시 말리고, 울고 있는 딸 아이를 달래는 일, 이게 이날 퇴근 후의 나의 모습이었다. 저녁은커녕 제대로 씻지도 못하면서...


딸 아이의 교육. 와이프는 처음부터 못했으면 기대도 안 하는데, 잘했던 아이가 최근 들어 대충대충 하려고 하니 문제를 다 틀린다며 속상해한다. 실제 딸 아이는 수학 계산 문제에서 풀이를 쓰기 대신 암산으로 풀려고 한다. 그나마 암산으로 정답을 맞추면 괜찮은데, 죄다 틀리니. 풀이가 중요하다고 꼭 써서 문제를 풀으라고 딸 아이에게 말해도 딸 아이는 귀찮은건지, 아니면 풀이를 쓰는 게 어려워서인지 안 한다.


가끔은 나도 와이프처럼 목소리를 높여서 혼을 내기도 하는데, 한편으론 이게 맞는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우리 때와 달리 지금 딸 아이의 숙제 수준은 내가 풀어도 어려울 때가 많다. 딸 아이도 어려움을 느낄텐데, 이런 딸 아이가 잘못한다고 혼내는 게 맞는건지.


딸 아이의 교육 문제로 머리 아파하는 와이프도, 학원과 숙제로 버거워하는 딸 아이 둘 다 안쓰럽다. 딸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과하게 시키는 것은 아닌지.


울딸~ 학원이랑 숙제하느라 많이 힘들지? 엄마는 울딸이 잘할 수 있는데, 대충하려고 하는 게 속상한거야. 아빠는 울딸이 문제 잘 못 풀어도 괜찮아. 계산 틀릴 수도 있지 머. 그런데 수학 풀 때는 풀이과정은 좀 써보자. 그래야 실수를 줄일 수 있거든.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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