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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구니 Sep 24. 2024

[아빠기자의 육아기행] "혼내더라도 좋게 말해"

2월의 어느 주말. 이날은 간만에 국과 반찬 등 집안일을 많이 한 와이프를 대신해 딸 아이의 숙제를 전담했다.


당장 다음날 있을 '폴리'의 스펠링 테스트를 앞두고 딸 아이는 영어 단어를 암기하고 있었고, 그런 딸 아이 옆에서 난 딸 아이가 미리 문제를 푼 '악어수학'을 체점했다.


여전히 덧셈, 뺄셈 등 기초적인 연산에서 실수를 많이 하는 딸 아이. 문제를 잘 풀었음에도 연산을 잘못해 틀리는 경우가 많았다. 


수천번도 세로로 써서 풀라고 말했지만, 딸 아이는 귀찮은지 암산으로 푸는 경우가 많다. 그 암산이 잘 되면 다행인데 그러지 못하니 매번 잔소리만 늘지만, 딸 아이는 여전히 잘 못하는 암산을 애용(?)한다. 


맞은 문제보다 틀리는 문제가 더 많아 화가 나려는 찰라. 딸 아이가 영어단어 문제를 풀었다며 체점해 달라고 건내줬다. 틀린 수학문제를 다시 풀어보라고 한 뒤 채점을 하는데, 영어 역시 문제가 심각했다.


영어 L의 소문자를 항상 길게 쓰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딸 아이는 작게 쓰고, 다른 단어들 역시 스펠링을 알아볼 수 없게 적었다. 글씨를 잘 못 쓰면 선생님이 틀리게 한다고 말했음에도 여전히 고치지 않는 딸 아이. 


"아빠는 이거 L이 아니라 I로 보고 틀렸다고 할거야"라고 말하며 동그라미 대신 일자로 틀림을 표시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본 딸 아이는 이거 L로 쓴거라고 우겼고, 심지어 "아빠는 내 말은 듣지도 않아"라고 말하며 울기까지 했다. 


그런 딸 아이의 모습에 나 역시 화가 나 큰 소리로 딸 아이를 혼냈다. "매번 스펠링 제대로 써라, 연산 쓰면서 천천히 잘 써라, 다 풀면 검산해라. 이렇게 수도 없이 말했는데 으뜸이는 여기서 지킨 게 하나라도 있어?"라고 내지르자 "그래도 좋게 말할 수 있잖아"라고 말 대꾸를 하는 딸 아이. 


이 모습에 더 화가 나 "아빠가 좋게도 말해보고, 빌어도 봤는데, 으뜸이가 들어준 적 있어? 넌 잘못한 것 고치지도 않으면서 화내면 왜 아빠한테 머라하는데?"라고 혼내자 그제야 아무 말 안 하는 딸 아이.


방에서 큰 소리가 나자 안방에서 쉬고 있는 와이프가 방으로 왔고, 모든 내용을 듣자 딸 아이를 달래면서 동시에 나한테도 좋게 말하라고 핀잔을 줬다. 


딸 아이가 크면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좋게 말해보지만, 가끔 딸 아이의 도를 넘는 말과 행동에 나 스스로 참지 못하고 내지르는 것이다. 그럴 때도 참으면서 잘 달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딸 아이가 말을 잘 들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만, 나 역시 거칠게 말한 부분이 크니...


울딸~ 글씨 제대로 잘 쓰고, 문제를 풀면 한 번 더 검산 좀 해줘. 아빠가 몰라서 틀리는 건 머라고 안 하잖아. 아는 문제 잘 풀고 나서 글씨 잘 못 쓰고, 연산 못 해서 틀리면 그것만큼 억울한 게 어딨니? 아빠도 부드럽게 잘 말할테니까 울딸도 아빠가 말한 것 잘 좀 들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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