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거실이나 화장실 등 미쳐 신경 쓰지 못한 곳이 더러울 때가 있다. 그럴때면 와이프의 핀잔이 거침없이 날라 온다. 그러면서 집에 있으면서 이런 것 좀 신경 쓰라고.
이런 말을 들을 때면 급격히 화가 난다. 내가 노는 것도 아니고, 분 단위로 집안일 하고 딸 아이를 보고 있는데, 그것 조금 못했다고 핀잔을 하니까. 외벌이인 남편이 전업주부인 와이프한테 생각없이 말하는 게 비수가 된다는 것을 휴직을 하면서 깨닫게 됐다.
남자들이 쉽게 생각하는 집안일, 하지만 끝이 없는 게 바로 집안일이다. 거기에 해도 티가 잘 안 나고, 안 하면 또 엄청 티가 난다. 특히 육아를 하면서 중간중간 해야 하는 집안일은 더 힘이 든다.
보통의 나의 하루 일과는 다음과 같다.
아침 6시반에 일어나 밥을 안치고, 새벽 문 앞에 배달 온 반찬(오늘애찬이나 마켓컬리 등)을 정리해 냉장고에 넣는다. 그런 뒤 국을 끓이는 동시에 반찬과 물 등을 식탁을 세팅한다.
이렇게 해서 7시가 되면 밥이 되는 동시에 딸 아이를 깨우러 간다. 당연히 한번에 일어나는 경우는 없다. 10분만, 5분만... 달래고 달래서 안고 나오면 쇼파에 또 누워있고, 그런 딸을 다시 달래 일으킨 후 유산균을 먹이고 식탁에 앉힌다.
그 사이 반찬이나 국을 만든 와이프도 같이 식사를 하고 먼저 식사를 마친 나는 그날 입을 와이프와 딸 아이의 옷을 스팀다리미로 다린다. 옷을 다 다릴 때쯤 와이프의 출근 준비가 거의 끝나고 와이프는 다려진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이때가 8시10분에서 20분 사이.
딸 아이가 이 시간까지 밥을 다 먹어주면 고마운데, 아직 다 먹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서둘러 먹이고, 씻긴 후 옷을 입힌다. 그리고 잘 못하는 솜씨로 딸 아이의 머리를 묶은 후 8시45분쯤 집을 나선다.
등교를 시킨 후 집에 돌아오면 9시5분에서 10분 사이. 오전 9시반까지 주식창을 본 뒤 집 청소를 시작한다. 주말에 대청소를 하는 만큼, 평일엔 먼지를 털고, 끈끈이로 침대 등을 닦은 후 휴대횽 청소기로 청소를 시작한다. 바닥에 짐들이 많아 옮기고 해야 해서 은근 20분 넘게 걸린다.
청소를 마친 후 바로 설거지에 들어가는 데 이때가 10시 가량이 된다. 그날 아침 와이프가 만든 국과 반찬에 따라 설거지의 양이 달라지는데, 양이 많을 경우 설거지에만 30분 넘게 걸린다.
물론 설거지 시작 전 세탁기를 돌린다. 설거지가 마무리가 될 시점에 세탁기 1회분이 끝나게 되는 코스로, 쉴 틈없이 건조대에 마른 빨래를 걷고, 막 끝난 빨래를 널은다. 그런 뒤 마른 빨래를 접어 각자의 서랍에 넣으면 대략 11시.
점심을 간단하게 해결(보통 빵을 먹거나 안 먹기도 한다)하고 난 뒤 서둘러 씻고 나갈 준비를 한다. 딸 아이가 4교시만 하교하는 날엔 12시 전후로 교문을 나오기 때문에 11시40분에는 집에서 나가야 한다.
이렇게 딸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와선 이오와 요거트, 과일 등 간식을 먹인다. 그런 뒤 영어학원의 단어 테스트가 있으면 단어 공부를 같이 하고, 그게 아니면 학교 숙제를 미리 시켜서 마무리한다.
여기까지 해서 시간이 남으면 그땐 딸 아이를 조금 쉬게 한 뒤 2시13분에 영어학원 셔틀버스를 타러 집을 나간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선 간단한 반찬을 만들거나 세탁소, 과일가게 등을 방문한다. 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은 다시 셔틀을 타고 집에 오지만, 다른 날은 바로 다른 학원을 가야 해 미리 저녁밥을 예약으로 안치고 3시50분쯤 영어학원으로 데리러 나간다.
영어학원에서 딸 아이를 데리고 수학학원이나 영어학원으로 데려다 준 뒤에야 온전한 내 시간이 생긴다. 짧게는 30분부터 길게는 한시간 반 가량. 학원 근처 서점에서 책을 보거나 도서관 열람실에서 주식, 자격증 등을 공부한다. 물론 독서와 공부는 잘 안 되고 핸드폰을 만지는 시간이 더 길다.
이렇게 시간을 보낸 후 딸 아이를 다시 데리러 갔다 집에 도착하면 7시 언저리. 바로 목욕을 시키고 밥을 차려 다 먹이면 7시50분에서 8시 사이가 된다.
저녁식사를 다하고 잠시 숨을 돌리고 난 후 난 설거지를 시작하고 와이프는 딸 아이의 교육을 담당한다. 설거지에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까지 다 완료하면 9시에서 9시30분.
아직 딸 아이의 학습이 끝나지 않아 책을 보거나 다른 집안일을 해야 하지만, 이미 몸은 힘들어 졸기 일쑤다. 조는 가운데 와이프가 거실로 나오는 소리에 일어나 딸 아이를 양치시키고 치실과 크림 등을 발라준 후 침대에 눕혀 재우고 나오면 10시에서 10시반이 된다.
그 이후로 정신을 차리면 이렇게 글을 쓰거나 책을 본다. 그리고 간단히 운동도 하고 난 뒤 잠자리에 든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하루 일과다. 물론 그 사이 다른 일정들이 생기면 더 늦게 자거나 내 시간을 못 가지는 경우가 더 많다.
일정 중간 중간에 그것도 매일 해야만 하는 집안일. 최대한 빨리 끝내고 내 시간을 가지는 게 중요한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딸 아이의 교육은 와이프가 주로 담당하는 나도 힘든데, 오롯이 혼자 아이를 보는 전업주부는 더 힘들 것 같다. 그러니 남편들이여. 와이프한테 잘하자. 청소, 설거지, 빨래, 음식물쓰레기만 담당해도 와이프한테 이쁨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