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에 들어간지 7개월만에 처음으로 회사를 방문했다. 11월 복직에 앞서 전자결제를 올리기 위해서다. 이미 같은 부서 선후배에게 회사를 이날 회사에 간다고 알렸고, 이에 이날 같이 점심을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향했다. 휴직 전 매일 같던 코스인데, 이날은 짜증보단 오히려 설렘이 가득했다. 집에서 딸 아이만 돌보다 오랜만에 혼자 있으니 그랬던 것 같다. 복직을 하면 지하철 타는 게 다시 짜증스럽게 느껴지겠지만, 이날만큼은 기분이 좋았다.
한시간 반이 걸려 회사에 도착하니 많은 선후배들이 반갑게 맞이해줬다. 그러면서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난거야?" "살은 왜 이렇게 빠졌어?"라며 말을 걸어줬다.
선후배들과 간단히 인사를 한 뒤 경영지원실로 가 11월 복직을 한다고 알렸고, 이에 회사 컴퓨터로 전자결제를 올렸다. 전자결제도 오랜만에 하는데다 복직원은 처음 써 어떻게 할지 모르자 옆의 경영지원실 직원이 다가와 도와줬다. 그렇게 전자결제를 올리고 인사를 한 뒤 다시 사무실로 내려왔다.
점심시간이 다 돼 점심을 함께 하기로 한 선후배와 같이 나왔다. 나오면서 다른 부서 선배들을 만났고,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점심을 먹으면서 그간 회사 이야기를 들었다. 내년 초 신문 건물로 이사한다는 이야기부터 기자들 소소한 현황까지. 육아휴직에 들어간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됐다.
점심을 먹은 후 본부장과 부장 등 임원들과 다시 인사를 한 후 회사를 나왔다. 일하는 선후배들이 부럽기도 하면서 바빠 보이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는 등 기분이 다소 복잡했다.
오랜만에 서울로 나온 만큼 여의도로 이동해 그간 못 만난 증권사 직원분들을 만났다. 서로 안부를 묻고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나눴다. 휴직한 상황인 만큼 최대한 일적인 이야기는 자제했다. 오히려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오히려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여의도에서 5시반까지 시간을 보낸 뒤 저녁 약속이 있는 왕십리로 향했다. 제약바이오를 담당했을 때 알게 된 대학병원 홍보 선생님들을 만났다. 술을 마시며 예전 이야기를 나눴다. 그 당시 서로 힘들었던 이야기가 단골 안주로 나왔는데, 시간이 지나 지금은 웃으며 넘기는 주제가 돼 버렸다. 6시부터 10시까지 타이트하게 술을 마신 후 11월 복직하면 다시 보자는 말과 함께 헤어졌다.
오랜만에 점심부터 저녁까지 나 혼자 외부에서 보낸 날. 육아를 하면서 나 혼자만의 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 하루였다. 이건 와이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복직 전까지 와이프한테 더 많은 시간을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