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과 공항버스 타는 곳에서 헤어지면서 딸 아이가 울면서 한 말이다. 외할아버지랑 헤어지기 싫다며, 자기도 외할아버지를 따라 갈 것이라고 투정을 부리는 딸 아이를 꼭 안아주며 달랬다.
3월의 어느 일요일. 장인어른께서 다시 브라질로 돌아가시는 날이 다가왔다. 지난해 12월 한국으로 들어오셨는데, 3개월이 지나 다시 돌아가시는 것이었다.
장인어른은 한국에 계시면서 딸 아이의 학교, 학원도 데려다주시고, 놀이터에서 놀아주시는 등 짧은 기간 딸 아이와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셨다. 이런 외할아버지가 가신다고 하니 딸 아이는 굉장히 아쉬워했다.
처음엔 차로 인천공항까지 모셔드릴 계획이었지만, 공항버스 예약이 돼 집에서 멀지 않은 분당 서현역 공항버스 정류장에 모셔드리기로 했다. 점심은 먹은 후 차 트렁크에 있는 짐을 모두 집으로 옮겼다. 그런 뒤 장인어른께 드릴 비상약이며, 간단한 음식, 용돈 등을 전해드렸다.
각자 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 나 먼저 장모님 댁으로 가 장인어른의 짐을 챙겼다. 커다란 캐리어 2개와 옆으로 메는 가방을 들고 차 트렁크에 실었다. 그런 뒤 장인 어른과 먼저 차를 타 소소한 이야기를 하며 남은 가족들을 기다렸다. 얼마 뒤 장모님, 와이프, 딸 아이가 함께 나와 차에 탔고, T맵이 알려주는 방향으로 운전을 시작했다.
장인어른이 공항버스를 타는 서현역 정거장은 집에서 20분 정도의 거리로, 미리 차로 장소를 확인한 후 근처 스타벅스로 향했다. 아직 30분 넘게 시간이 남은 만큼,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시기 위함이다. 스타벅스에서 차를 마신 후 다시 출발할 시간이 돼 자리를 일어났다.
공항버스 근처에 차를 주차한 후 짐을 끌고 정거장으로 갔다. 코로나19로 분당의 다른 정거장이 모두 폐쇄되고 서현역만 운행을 해 공항 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버스를 기다린지 10여분. 마침내 버스가 도착했고, 장인어른의 짐을 버스 트렁크에 실었다.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차에 오르신 장인어른을 창 넘어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고, 그렇게 장인어른이 다시 돌아가셨다.
장인어른이 탄 버스가 출발하자 집으로 가려하는데 딸 아이가 엉엉 울기 시작했다. 자기도 할아버지를 따라 브라질에 가고 싶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못 간다고 다음에 가자고 잘 말해도 딸 아이의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정말 브라질에 가고 싶기 보단 외할아버지랑 헤어지기가 싫어서였을 것이다.
울음을 그치지 않는 딸 아이에게 좀 전에 간 스타벅스에서 마음에 들어했던 텀블러를 사주겠다고 말한 뒤 겨우 딸을 달래 차에 탔다. 약속대로 텀블러를 사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울다 지친 딸 아이는 잠이 들었다.
그렇게 3개월간 함께 한 장인어른과의 시간이 끝이 났다. 연세도 적지 않으신 나이에 저 멀리 타국에서 힘들게 고생하시는 장인어른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한편,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부디 몸 건강히 계시다 돌아오시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손녀 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으면 한다.
울딸~ 외할아버지 가셔서 서운했어? 울딸이 밥 잘먹고 공부 잘하고 있으면 외할아버지 금방 다시 돌아오실거야. 그때까지 외할머니 말씀 잘 듣고. 그리고 스타벅스 텀블러는 솔직히 너무 비싸니까 기념일에만 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