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중소기업 기획부서
지난주에는 중소 제조사는 앞으로 뭘 해야 할까?라는 글 중 첫 번째로 "회사의 생존방향을 어디까지로 둘 것인가에 대해 경영진이 명확히 정하고 가야 한다"라는 얘기를 나눠 봤습니다.
https://brunch.co.kr/@9ae626636ef04c0/104
이제 갓 시작한 회사나, 아직 젊은 사장님들에게는 어쩌면 해당되지 않을 얘기들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지난번 글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상당히 많은 제조분야 중소기업들(제 생각엔 적어도 2/3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의 경우 경영진들이 50대 중반 이상이고 그런 경영진분들이 특히 제조분야에는 많다 보니, 그런 분들과 그런 제조분야 중소기업에 대해 적어본 내용으로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오늘과 다음번 글은 좀 상충되는 내용을 다뤄볼까 싶습니다.
오늘 글은 "가장 잘하는 데서 기회와 가치를 만들어 봐야 한다"는 내용이고 다음번 글은 "가장 잘하는 기술 또는 역량을 활용해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글들도 앞에 풀어왔던 글들처럼 제가 보고 겪고 느꼈던 분야에 국한해 이해되고 해석되었던 부분들을 중심으로 생각해 본 부분이기에 개인적인 의견 또는 제한적인 의견 정도로 이해해 주시고 즐겁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가장 잘하는 데서 기회와 가치를 만들어 봐야 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얘기이겠습니다.
중소기업은 재정적으로 언제나 좀 빡빡한 상태에서 운영이 되다 보니, 기존 비즈니스보다는 새로운 것, 정확히 말하면 영업이익이 좀 더 나은 것을 간절히 찾고 바라고 있습니다.
대표이사 분들은 더 하시지요. 영업이익과 수익이 항상 빡빡한 채로 운영되다 보니, 제조업의 특성상 생각지 못했던 제품의 클레임이나 한쪽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그 해는 영업이익이 빵 이거나 마이너스가 되기 일쑤이기에 항상 예민하시지요.
반면 직원들은 매출이 오르면 당연히 이익이 날거라 생각하고 기여를 많이 한 자신에게 뭔가 추가이익이 부여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회사가 실상은 어렵다는 얘기는 믿지 않으려 할 때도 많습니다.
일부 언론에 대표이사는 고급차를 타고 직원들에게 급여는 짜게 주고 "좇소기업"이라고 하며 비아냥거리는 글들을 많이 봅니다. 실제로도 그런 기업의 사례를 저도 몇 번 보기는 했습니다만, 이 바닥에서 만난 대다수의 제조분야 중소기업 사장님은 정말 피 말리는 고분군투를 하시고들 계십니다.
"고급차"를 타는 이유도 금융기관이나 투자기관, 관련 기업들을 만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타시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저도 다른 분야였지만 중소기업 대표였을 때, 모든 영혼을 끌어 모아 심력을 다 쏟아부어서 노력해야 겨우 이어 나갈 때가 많은 게 중소기업의 현실이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번만 삐끗하면 때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도 하기에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거 같았었습니다.
오늘 상당수의 제조분야 중소기업 사장님들, 직원들이 어느 정도 있고 매출도 어느 정도 있어서 그럴듯해 보일수록 사실은 더 고민이 많으신 이유이기도 합니다.
암튼, 제가 제조분야 중소기업에 와서 보니,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들처럼 어느 정도 규모와 업력이 있는 회사들, 특히 대표이사가 자기 분야의 기술 영역에서 경력이 있는 회사인 경우는 본인들은 자신들의 기술에 대해 특별한 것이 없는 것들이라 생각하시고 기술에 대해 내세울 것이 없다고들 많이 얘기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시장이 원하는 AI를 접목한 대단한 어떤 기계나 로봇과 같이 자동화된 기술이어야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세상에서 기계를 설계하고 조립하고 만드는 일련의 기술과 경험들은 한편으로는 좀 뒤떨어진 올드패션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곤 합니다.
그러나 제가 몇 년간 와서 보니... 세상은 많은 것이 모바일과 AI, 로봇과 같은 신기술을 중심으로 되어지는 영역들이 틀림없이 있고, 많은 분야에서 그렇게 적용되고 있습니다만, 전통 제조기술과 역량을 가진 기존 제조기업들도 거기에 조금만 시장에 먹힐 아이디어를 추가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고, 그것들 중 일부는 새로운 비즈니스로 발전시킬만한 아이템들이 있음을 여기저기서 보게 됩니다.
기존 기술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만나 변주를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들이 필요합니다. 제가 이 시장에서 살펴보니 제가 아래 나열하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변수들과 필요한 요인들이 더 있음을 봅니다만, 그중에서도 가장 필요한 Key Word는 결국 "Contents"인 거 같습니다.
이 "Contents"는 제조분야에서는 여러 가지를 포함하고 통칭하는 단어라 하겠습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면, 예컨대 "모터제어 기술"을 가진 제조 중소기업은 그 기술로 그동안 "금융자동화기기의 '수표/현금 입출금기"를 만들어 왔다고 하십시다. 정밀한 여러 모터들을 가공해 만들고 그 모터들이 유기적으로 동작해 원하는 동작을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드는 펌웨어를 구현해 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핵심 모듈 또는 기계를 동작 소프트웨어와 연동하는 일들을 밥먹듯이 해왔습니다.
금융자동화기기의 전체 껍데기와 맨 윗단 사용자 소프트웨어와 서버 프로그램은 몇몇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영역에 두고 협력업체가 더 성장해서 자신들의 경쟁자가 되길 원하지 않기에 협력사를 이리저리 찢어 놓다 보니... 전체 개발을 할만한 역량은 안 되는 제조분야 중소기업은 자신들이 오랜 기간 해온 모터제어 기술을 그냥 평범한 기술로 치부합니다.
요즘은 열심히 만들어도, 후발주자가 그 제품을 중국 "선전"같은 데다 보내서 "똑같이 만들어 줘" 하면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얼마 안돼서 만들어 오는 형국이라 더더욱 제조분야 중소기업들의 상당수는 자신들을 "기름쟁이" 정도로 치부하거나 사양산업으로 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다중모터 기술을 응용해 그 위에 "Content"를 '금융자동화기기'가 아니라 '주차차단기' 프로세스를 얹으면 "모빌리티 제품"이 되고, "Content"를 '헬스측정 프로세스'를 얹으면 "헬스케어 제품"이 되게 됩니다.
새로운 영역, 새로운 제품으로 도전할 때에 제조회사에 와서 보면, 중소기업의 경우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혼자 할 수 없기에 외부에 프로세스별로 다양한 협력사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다른 "Content"를 적용하려 하면 상당히 많은 비용출혈이 불가피해지다 보니, 중소기업 경영진으로서는 이 부분 역시도 의사결정을 망설이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와서 보니 이렇게 새로운 "Content"를 만들어 낼 때 보통은... 기획-디자인-설계-1차 샘플 개발-리뷰 및 디버깅-2차 샘플개발-리뷰 및 디버깅(대기업들은 이걸 여러 번 하지만, 중소 제조기업은 2번도 많이 하는 셈인 경우가 많아요)-1차 시양산-시장 품평 및 도출 개선사항 중 긴급건 보완-양산 개시의 절차를 따르는데, 이 과정을 제조분야 중소기업이 내부에서 다 소화할 수는 없습니다. 외부에 비용을 지불하고 외주를 줄 수밖에 없는 영역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다 보니, 경영진들은 한번 시도했다 실패할 때 손실이 작지 않기에 선뜻 결정하고 시행하지 못하는 거지요.
그렇지만 결국 다르게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안 하는 걸로 결정하고 그냥 서서히 망해 가느냐, 아니면 최선을 다해 시도함으로 망할 수 있는 위기가 더 빨리 임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시도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해 보는 기회를 잡을 것이냐의 결정의 문제 앞에 경영진들이 심사숙고하여 결정하셔야 하는 숙제라 하겠습니다.
하루하루 피 말리는 상황 속에서 재정적인 여유가 전혀 없는 제조분야 중소기업들이라면 이건 말이 안 되는 얘기이겠지만, 빠듯하더라도 아직 여력이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경영진들께서 충분히 심사숙고하며 고민해 보셔야 할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해가 갈수록 제조분야 중소기업이 설 자리가 점점 더 좁아져 가는 시국이지만, 과거 이외수 작가가 자주 쓰셨던 표현처럼 "존버"(많이 버텨보자)하며 오랜 기간 해왔던 기술들에 새로운 "Content"를 적용해 보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고 만나고 부딪쳐 가는 기업들이 많이 나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런 성공사례들을 즐겁게 또 말씀드리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 봅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