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중소기업 기획부서
제조분야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면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 두 번째로 저는 "정시퇴근!"을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어쩌면 굉장히 제 개인적인 사례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직장생활 31년 차인 셈인데요 제조분야 중소기업에 오니 평균적인 퇴근시간이 가장 일찍 마치는 거 같아요.
6시 땡 하고 나가보면 굉장히 많은 분들이 퇴근하고 열심히 회사에서 나가 지하철역으로 달려가시더군요 ^^
저는 금융회사와 IT회사들과 디지털 콘텐츠 회사 등에서 일해 봤던 거 같은데, 제가 다녀왔던 회사들에서는 야근은 거의 디폴트였었던 거 같아요.
물론 임원이 되고 난 뒤에는 제 시간을 제가 조정할 수 있었기에 시간 때문에 엄청 제약이 있거나 한건 아니었지만, 평소에도 야근이 많았고 이런저런 이유들로 항상 바쁘게 지냈던 거 같습니다.
그러다가...
제조분야 중소기업에 오니 제조분야가 일을 더 안 해서라기보다는, 함께 생산라인 사람들과 협업하며 일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라인이 종료하면 멈추게 되는 프로세스가 원래부터 일상이었던 조직이어서 일이 몰릴 때는 함께 야근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정시퇴근을 하는 분위기 이더군요.
첨에는 굉장히 신기했었습니다 ^^
그리고 엄청 낯설었섰구요... 뭔가 더 해야 할거 같은데 싶고 이상 했어요 ^^;;;
오랜 관성에 익숙해져 있는 제가 문제인 거지요 ^^;;;
이런 세상도 있는데, 나는 그동안 뭔 영화를 누린다고 그렇게 맨날 야근하며 몸과 시간을 갈아 넣었을까? 하는 허한 마음도 솔직히 좀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한참 어릴 적에 제가 맨날 야근으로 늦다 보니, 당시 유치원생 정도였던 둘째가 아내에게 "아빠는 왜 맨날 안 들어와?"라고 물었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전 둘째에게 그런 얘기한 거 기억하냐고 하니, 둘째가 아직도 기억하더군요. 저는 맨날 늦게 들어와서 '다른 집 아빠들은 안 그렇던데 우리 아빠는 왜 그렇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고 하더군요 ^^;;;
다시 생각해 봐도 뭔 영화를 누리겠다고... 사실 그런 욕심이나 이상한 야심도 없었던 사람인데, 아내와 아이들에게 참 미안했던 시간들을 보냈구나 싶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제조분야 중소기업에 다니니 퇴근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찍 일찍 하니 아내와 아이들이 좋아라 합니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일주일에 서너 번은 저녁 식사 후에 함께 근처 공원에 가서 걷고 달리기도 하고, 또 가끔은 평일에 아내와 아이들과 마트 구경도 하고 가끔은 넷이 둘러앉아 보드게임도 하고 하면서 지내곤 하는데, 많이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라도 이렇게 할 수 있어 참 감사하구나 싶습니다.
좀 더 젊었다면, 제조분야에서도 뭔가 더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들이 보입니다만, 다시 욕심부리고 일속에 몸부림치기에는 제 건강도 그렇고 아내와 아이들과 지금 함께 나누는 것들을 다시 희생하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
제조분야 중소기업이 힘든 시대를 살고 있기에 "뭐 먹고살아야 하지?" 고민이 많습니다만, 제조회사들이야 말로 역설적이게도 AI시대에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는 일터라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제조분야에도 정말 많은 중소기업들이 있고, 이 울타리를 통해 가정을 꾸려 나가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IT분야에서 오래 일했고, 저도 한 때는 나름 요즘 AI라고 하는 것들의 전세대인 CRM 전문가 소리도 들으며 일해 왔었습니다만, 그러나 우리나라가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해 가려면 제조분야의 기업들과 생태계를 건강하게 잘 지켜내고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정말 중요한 숙제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 오늘 글은 요기까지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정시퇴근!" 하도록 하겠습니다!!! ^^
모두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