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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구리씨 May 09. 2024

비전을 갖으라는 세상에 열받은 아들아 워워~

세상에 열받은 아들아 워워~

"비전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는 인재가 돼라!"

"비전을 가지고 재능을 잘 발전시켜서 사회의 리더가 돼라"

"비전을 발견하라!"

"어린 시절에 이 비전을 잘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라"


"아부지, 어른들은 이렇게 얘기하시고 비전을 발견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하시는데 나는 모르겠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뭐가 되어야 할지 전혀 와닿지도 않고 모르겠어요"

"나는 뭔가 도태된 거 같고, 막막하고 그렇네요. 저렇게 비전을 가지라고 하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내가 뭘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지금도 제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내게 맞는 일인가 고민이 돼요, 내가 정말 좋아해서 했다기보다는 이 일이 내가 택할 수 있었던 일이고 기술이기에 선택은 했지만 재미는 없거든요. 그래서 더 답답하고 불안하네요"




"Boys, Be Ambitious!!!"


제가 젊은 시절 제가 다니던 교회 목사님께서 당시 청소년들에게 많이 해 주셨던 말씀 중 하나입니다.

제 기억에 청소년기에 어른들은 제게 비전을 가지라고 하셨는데, 저 역시도 그 당시에 그분들의 "이 비전을 가지라"는 말씀이 딱히 와닿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뭔가 일찍 하고 싶은 게 확실한 친구들이 제 주변에도 있었습니다만, 저와 같은 상당수의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하라는 대로 초중고를 다니고 내가 뭘 잘하는지, 어떤 재능이 내게 있는지 알 기회도 없었고 그저 닥치는 대로 시험 치고 학교 다니며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그런 "비전"이라는 것은 막연하고 먼 어딘가에 있는 뜬구름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워낙 그런 내용들을 부모님들과 교회, 학교, 매스컴에서 끊임없이 들으며 살다 보니, 뭔가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고 뭔가 잘하는 것도 없는 저는 왠지 죄짓는 거 같기도 하고 루저 같기도 한 마음에 언제나 무겁고 답답한 채 청소년기와 청년의 시간을 보냈던 거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막막함에서 벗어나 나도 분명한 비전을 같고 싶다는 것이 점점 강박관념이 될 정도로 제게 부담이 되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며 휴학까지 하며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화두에 집착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고민하면서 해보자는 목표를 제 나름대로 정리한 후에는 그것이 제 나름대로의 비전으로 제 마음에 자리매김을 했고, 저는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제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부딪쳐 배우며 달려가 보았습니다.


물론, 그렇게 열심히 달려가서 제 또래들보다 빨리 성장하고 잘 나갈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 비전을 위해 열정을 다해 달렸던 것이 이런저런 이유들로 실패하지 않았었다면 저는 지금도 그 비전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을 거 같아요. 그런데 생각지 못했던 여러 이유들로 열심을 가지고 달려간 그 길이 실패하고 사방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고 난 뒤에야 멈춰 서게 되었고, 그렇게 긴 시간을 거쳐 멈춰 서게 된 뒤에 돌아보니 제가 비전이라고 믿었던 것을 위해 달리면서 놓친 게 너무 많았음을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 인생의 완숙기라 할 수 있는 50대 중반쯤 되니 제가 달려온 길들을 통해 제 삶이 더 성숙하고 깊어진 부분들과 여러 유익은 분명히 있었다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모든 이들이 소위 어른들이 얘기하는 "비전"이라는 것을 향해 달려갈 일이었나 생각해 보면 "아닌 거 같다"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아직 제가 살아갈 인생이 얼마나 남았을지 알지 못하고 많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인생은 뭔가 "산(비전)을 향해 올라가는 등산"이라기보다는 "모래바람과 안개가 가득한 광야길을 한발 한발 걸어가는 나그네 걸음"이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산(비전)을 향해 올라가는 등산"은 "내가 잘하고 뛰어나서 효율적으로 잘 달려가는 레이스"라면 "모래바람과 안개가 가득한 광야길"은 "내 부족함과 모자람을 인정하고 함께 손잡고 가족, 동료들과 함께 서로 격려하며 걸어가는 여정"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인생을, 비전이라는 것에 대해 인식이 바뀌고 난 뒤에는 저희 아이들에게 "비전을 가져라"라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때로는 부모와 형제와, 아내와 아이들과, 동료들과 여정 가운데 만나게 되는 벗들과 이웃들과 웃고 울며 함께, 또 때로는 홀로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전을 가져라"가 아니라 "그런 여정을 함께 또 홀로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그런 따뜻하고 선한 성품을 가진 나그네"가 되도록 자신을 잘 지켜내며 성장해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제가 살아온 작은 삶에서의 배움이고 깨달음이기에 모든 이들에게 말씀드릴 내용은 아니지만, 적어도 제 아이들에게는 이정표로 전해주고 싶은 내용이랍니다. ^^


"아들

 '비전'이란 화두에 너무 열받지 말았으면 좋겠다

 살아보니 인생에는 정답이란 없는 거 같더라. '비전'이라는 것을 일찍부터 발견하고 달려가는 이들이 있지만, '그게 그 사람의 삶에서 과연 정답일까'는 인생의 끝에나 가야 확인할 수 있을 거 같아

 

 너나 나와 같은 평범한 우리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여정을 혼자 또는 함께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 아닐까 싶어. 하루하루가 쌓여서 그게 '실력'이 되고 '성품'이 되고 '삶'이 되는 거 같아.

 좀 답답해도 괜찮아. 인생에 우연이란 없다고 봐. 지금 이 길이 내가 걸어갈 걸음의 시작이니 하루하루 성실히 걸어가다 보면 이길로 계속 갈 수도 있고, 다른 길이 열려 그리로 갈 수도 있는 게 인생이고 우리 삶이라 생각해.


 성실하고 즐겁게, 네 가능성과 가치를 믿으며 포기하지 말고 걸어가 보렴

 내 나이쯤 되면 아마 나보다 멋진 아저씨가 되어 있을 거다!

 지금 잘 시작해서 가고 있으니, 힘내서 청년의 시간을 잘 채워가 보면 좋겠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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