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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구리씨 May 02. 2024

축구에 열받은 아들아 워워~

세상에 열받은 아들아 워워~

"아~이! 흥민이 형! 그럼 안되지!!!"

"메디슨! 뭐 하는 거야!!! 빨리 패스해야지! 에잇!!!"

"베르너!!! 뭐 해!!! 악!!!"

ㅋㅋㅋ

며칠 전 토트넘 경기에 열중하신 아들의 외침이었습니다.


남자아이들을 자녀로 둔 가정들은 다들 공감하실 수 있으시겠습니다만,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축구를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참 좋아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나이가 들고 자라더니 자연스럽게 국내외 축구팀들의 경기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잠도 공부도 설쳐 가시며 열정을 다해 보더니, "손흥민" 선수팬이 되어서는 토트넘 경기는 놓치지 않고 꼭 챙겨보는 열혈팬이 되었습니다 ^^


EPL(영국 프로축구 리그)에 세리에(스페인 프로축구 리그), 분레스리가(독일 프로축구 리그), 한국 국가대표님 경기까지 챙겨 보시면서 환호하기도 하고, 때론 경기 결과를 두고 두 아들이 서로 열띤 토론을 열과 성을 다해합니다.(저렇게 공부를 좀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긴 합니다... ^^;;)


저희 아이들은 내향적인 거 같으나 무대에 나가면 외향적인 게 되는 저와 천상 내향인인 아내 사이에서 자라나서 아직은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하지 않은 청년들이어서인지 내향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열정적으로 축구를 좋아하고 열심히 뛰고 하는 부분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어릴 때부터 적극 권장하긴 했습니다만, 아쉬움은 그러다 보니 너무 축구만 좋아하는 부분에 있습니다.


젊은 시절, 제 또래 사람들이 상당수 그렇듯이 가정형편이 좋지 못해서 강습비가 비싼 스포츠는 부담이 돼서 제대로 못 배운 대신, 공으로 하는 운동들은 대부분 열심히 했었고 나름 운동 쪽에 재능이 아주 없는 건 아니어서 저는 축구, 족구, 배구, 농구, 야구, 탁구, 당구 등 공으로 하는 운동들은 다 중간이상은 하는 편입니다.


나름 로망이 나중에 결혼해서 혹 남자아이들이 태어나면 아이들과 이런 스포츠들을 함께 하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저 위의 스포츠 중에 개인적으로 제일 자신 있는 건 야구와 배구였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청소년기 시기까지 "오직 축구"였습니다. ^^;


야구 글러브도 여러 개 사서 꼬셔보고, 배구공은 항상 있었습니다만, 곰팡이와 먼지만 쌓여서 결국 처분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


아시다시피 축구는 제가 '조기축구' 같은 것을 계속하면야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저 같은 일반 아저씨들은 나이 들수록 무릎이 부실해져서 젊을 때는 미들이었다면 어느 순간부터 수비하다가 마지막에는 골키퍼 하다가 자연히 구경꾼이 됩니다 ^^;(서글프지만 몸이 점점 약해져서 안 따라 줍니다)


큰아이가 20살이 넘어 최근에서야 '배구'와 '야구'맛을 들이더니 '축구경기'에서 '배구와 야구경기'로 확장을 해가고 있습니다. 저는 갱년기가 몇 년 전 온 뒤로는 양쪽 어깨가 몇 달간 번갈아 원인 모를 통증과 함께 확 약해지고 난 뒤로는, 이제는 예전과 같은 '공 던지기'가 되지 않습니다. 이 녀석들이 어릴 때 그렇게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꼬실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갱년기로 약해진 뒤에 이제사 관심을 보이니 세월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


축구에 열받아하며 씩씩 거리는 우리 아들의 뒤통수에 대고 이렇게 얘기합니다


"아들

 나중에 예전 아부지가 그랬듯 너네 아들과 축구 함께 하며 가르쳐 주려면 '보는 축구'와 '게임 축구' 보다는 '하는 축구'를 더 많이 하면 좋겠어.

그리고 나는 이제 어깨가 망가져서 쉽지 않지만, 네 동생 좀 꼬셔서 너희 둘이서라도 축구 말고도 다양한 운동을 함께 하며 건강하게 잘 지내면 좋겠다.


내가 살아보니 나름 건강하게 잘 몸관리 한다고 했는데도, 남자도 50대가 넘어 년기가 오니 약해지고 여기저기 고장 나는 거 같아. 공으로 하는 운동들, 특히 좀 격렬한 스포츠들은 때가 있는 거 같아. 젊을 때 많이 해라.

영국 축구나 유명한 사람들 축구에 너무 열받지 말고, 네 몸으로 즐겁게 운동하며 건강하게 잘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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