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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구리씨 Apr 25. 2024

경제에 열받은 아들아 워워~

세상에 열받은 아들아 워워~

안녕하세요? 

오늘 글은 시작하기 전에 제가 "경제 전문가"가 아니며, 그저 제 아이에게 "우리나라 경제는 원래 태생부터 불공평했으며 여전히 그 불공평한 기조는 그대로이고 왜곡되었다는 것과, 그것을 누리는 이들의 암묵적인 연대로 오랜기간 동안 그것이 다인 것처럼 되어진 세상이지만, 세상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며 그런 것들에 흔들리거나 휩쓸리지 말고 자신의 길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갔으면 좋겠다는 아빠의 마음"을 전제를 깔고 지극히 개인적인 부자 관계의 글이라 생각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월급에서 이것저것 때고, 적금 넣고 나면 맨날 허덕이고 있어요"

"왜 돈 많은 사람들에겐 감세와 절세를 못해줘서 난리면서, 쥐꼬리 만한 월급 받는 우리에게는 각종 세금을 더 받으려고 이렇게 요란을 떨까요?"

"청년주택이래 봤자 '화장실 딸린 자가 고시원'과 다를 바 없어요. 거기 가느니 걍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살래요"

"미래를 생각해보면 그냥 막막해요. 무기력한 마음이 훅훅 들어와요 ㅠㅠ"


저희 아들들 만의 얘기가 아닐 거 같습니다.

저는 몇년전 젊은 직원들이 대부분인 디지털콘텐츠 회사에 몇 년간 다닌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술은 잘 사주지 않지만 차와 밥은 잘 사주는 편이라, 어딜 가든지 젊은 친구들과 비교적 갈등 없이 잘 지내는 편입니다. 그러면서 친해진 젊은 직원들과 이런저런 얘기들도 나누고 그들의 고민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보면, 저희 아들이 가진 고민과 비슷한 고민들이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경제는 커질지 몰라도 자신들에게는 부의 이동이 점점 더 벽이 되고, 코인투자와 같은 일확천금을 얻는 기회가 아니면 답이 없는 거 같다"며... "미래에 대해 무기력한 마음에 그냥 오늘을 즐기며 그냥 살아요"라고 얘기하며 헛헛한 웃음을 짓던 젊은 대리의 넋두리가 기억납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지고, 소득은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한 편이라지만 물가가 너무 오르고, 특히 부동산이 너무 가파르게 상승해서 젊은 세대들이 부모에게서 독립하거나 젊은 부부들이 가정을 이루려 할 때 일부 여유가 있는 가정 자녀들 외에는 빚의 족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입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저희 젊은 시대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물론 이게 좀 많이 크긴 합니다만 ㅠㅠ;) 큰 기조에서는 많이 다르진 않다고 생각합니다(일부 부유한 집 자녀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젊은 세대는 저희 시대에도 많이 부족한 채로 가정을 이루며 시작했더랬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부분의 뒤에는 우리들의 부모세대 때부터 전방위적으로 언론과 방송, 정치인들을 통해 세뇌되어 온 유교적인 배경의 출세론과 친일 기득권 세력을 통한 자신들의 성공의 정당화 방식의 우상화 시도의 결과가 오랜 기간 중첩되고 쌓여온 결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쌓여진 왜곡된 생각과 가치관들이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그 과정의 안쪽, 본질을 들여다 보고 개선의 방향을 찾기보다는 그 결과의 과실만을 전국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기술적 발전과 함께 급격히 널리 퍼져서 전 국민이 그 방향으로 쏠리는 결과를 낳았고, 옳고 그름의 고민 없이 그저 "나만 아니면 되고", "나만 잘 살고, 내 아이만 잘되면 돼"라는 이상한 나라가 되어 버렸고, 오늘날은 그게 더 심화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너무 어렵게 꼬아 썼나 걱정됩니다만, 양해 바랍니다~)


이런 예를 몇가지 들어볼까요?

예컨대 과거 저희 어린 시절에는(1980~1990년) 인터넷이 아직 없는 시대여서 신문과 방송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광주사태 때 광주에 폭동이 발생했고, 빨갱이들이 쳐들어왔다고 뉴스와 방송에서 반복적으로 매일 나왔었습니다. 저는 정말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 할머니가 옆에서 테레비 보시며 욕 하실 때, 함께 맞장구치며 "나쁜 사람들"이라고 했었습니다. 나중에 어른이 돼서 그 실상을 알고 얼마나 화가 났었는지 모릅니다. 


이런 부분이 정치적인 부분에만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다른 부분에서도 만만치 않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저도 아버지께서 사업 망하셔서 빚잔치를 하시고 부산으로 온가정이 내려가기 전까지 소위 강남 8 학군에 속한 모 고등학교에 다녔었습니다.

당시에는 외고, 자사고, 과학고 이런 류의 특목고가 없던 시대이기에 항상 강남 8 학군의 유명학교들이 입시 때 보면 서울대 상위권에 제일 많은 수가 들어가곤 했고, 그것을 앞다퉈 신문에서는 대서특필하고 방송에서도 노래 불렀습니다.


그런데 사실 웃기는 것은 유명했던 강남의 K, S, H 고등학교가 당시에는 학년별 반이 20개가 넘고 한 반에는 65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었던 것은 어느 방송과 뉴스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부산에 제가 고2 말에 전학 간 학교는 부산에 명문이었고 부산에서는 학생들이 많은 학교였습니다만, 14개 반 정도였습니다. 서울 강남의 학교가 10개 반 정도가 더 있었으니 동일 조건이 아님에도 당시 S대 들어가는 수는 몇 명 차이 안 났습니다. 이런 내용은 당시 뉴스도 기사에도 없었기에 전 국민이 강남 그 학교들이 더 명문으로 착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웃기는 건 제 친구들 중에도 있었습니다만, 이미 당시에 강남의 부자층에서는 특별한 컨설팅을 통해서 초4~5학년때 미국에 유학을 보내서 "재외국민 특별전형제도"를 통해 대학에 보낼 수 있는 제도의 허점을 활용해 고2~3에 이 학교들에 편입해서 국내 SKY 대학에 특례제도를 활용해 입학하는 학생들이 제법 되었다는 것입니다(명문고등학교+명문대 패키지 프로젝트인 셈이지요). 이 제도가 1978년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만들어졌는데, 만들어질 때에는 해외주재원이나 공관 근무 공무원들의 자녀들을 위해 만들어진 명분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당시 정치권과 재계, 부자들의 자녀들 학력 세탁 용도로 변질되었는데, 사실 제가 청소년기 때에뿐 아니라 요즘도 저희와 같은 일반인들에게는 그닥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걸 활용하려면 상당한 재력이나 여건이 동반되어야 하거든요. 


이런 편법들을 통해 SKY 뿐 아니라 국내 유수 대학에 진학한 자녀들은 그렇게 해서 대기업에, 부모의 대를 이어 여러 사회 유수의 자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80년대 초반이 이 제대롤 활용한 1세대라면 지금 우리나라는 이 제도를 이용한 3세대 정도가 이 프로세스를 따르고 있을 것입니다. 여전히 강남 입시 컨설팅에서는 잘 활용하고 있는 조기유학 프로그램 중 하나라 들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권력자들과 이 제도를 활용한 이들에 의해 불공평하게 사회 전반이 재구성되어 오늘날까지 오고 있습니다. 


너무 속상한 얘기 이기도 하고, 음... 더하면 왠지 음모론 수준이 될 거 같아서 이 부분에 대한 예시는 이 정도로 하고, 얘기의 전환을 해보려 합니다.


이렇게 사회는, 정확히 말하면 이 사회의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기득권 층과 그들의 편법을 같이 활용해 공범이 된 많은 이들은 그래서 '보다 나은 공정한 사회' 보다는 "1등이 아니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류의 얘기로 "일류대학, 대기업, 부자" 등으로 사회의 시선을 몰아갔습니다.


일류대학, 대기업 나오지 않은 이들 에게는 "부자"만 남습니다. ^^;;;

"부자"는 노력에 따라 가능해 모드로 "부동산 부자 되기"류의 성공신화로 사람들에게 얘기하기도 하고, 그런 이들을 요즘은 SNS와 언론을 통해서 홍보되고 전파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오래되고 잘못된 개념이 여전히 언론과 SNS에서는 떠들고 있지만, 우리 사회 밑에서부터는 이미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깨어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후진국과 군사독재 시절에 만들었던 프레임이 사실 아직까지 이렇게 더 공고해진 게 더 말이 안 되는 일이지요)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의 사회, 문화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5~10년여 정도를 뒤따라 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 대신 "용접, 배관기술을 배우고 취업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가 났었습니다(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685726?sid=104


사실 국내도 언론에서와 SNS에서 다루고 있지 않지만, 이미 많은 젊은 청년들이 대학 진학 또는 일반 기업 취업 대신, "용점, 배관, 전기" 등 기술을 바탕으로 현장에 뛰어 들어서 경력을 쌓으며 전문가가 되어 가는 이들이 제법 적지 않습니다.


그들은 젊고 건강하기에 빨리 기술을 습득하고, 유능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팀을 꾸리거나 높은 연봉을 받으며 자리를 잡아가기도 합니다.

일반 건설현장은 조선족 동포분들과 동남아 분들이 주류입니다만, 평택이나 용인, 이천 등 반도체 현장 등 보안 등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허용하지 않고 내국인 노동자만 참여할 수 있는 시장에서는 이들은 젊지만 각 현장의 리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고, 우수한 기술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등 일부 건설현장에 국한되는 얘기 이기도 합니다만, 젊은 청년들이 뛰어들어서 일할 만한 환경과 여건이 제대로 주어진다면, 우리나라의 잘못된 유명대학, 대기업, 의사, 변호사 등 "사짜" 중심 사회가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는 반증이고, 이미 일부지만 그렇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경제에 열받아 씩씩 거라고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제 아들에게 이렇게 격려해 주고 싶습니다.


"아들

 세상은 안 변하는 거 같지만 긴 호흡으로 이리저리 변해 가는 생물 같더라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가 막히고 꼬인 부분도 많고

 너나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인 건 맞아

 그치만 너무 속상해하고 낙심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숨겨진 악은 결국 드러나게 되고, 악한 의도로 꼬아 놓은 것들은 결국 무너지게 될 거야

 네 미래에 대해 막막해 보인다고 무기력해지려는 마음에 넘어가진 말았으면 좋겠다.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뚜렷이 보이지 않으면 지금까지 해온걸 즐겁게 하면서 하루하루 잘 살아가면 충분해.

 아빠로 부탁하고 싶은 건 그럴 때일수록 네 몸과 맘을 건강하게 하는데 투자하면 좋겠다.

 진짜 네가 하고 싶은 게 생겨서 그때 열정을 불살라 달려들고 싶으면 그날을 기대하며 오늘의 너를 아끼며 잘 다듬어 가며 살았으면 좋겠다.

 힘내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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