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개구리씨 May 16. 2024

큰 꿈을 꾸라는 세상에 열받은 아들아 워워~

세상에 열받은 아들아 워워~

"아부지 나는 큰 꿈이 없어요. 내가 잘못 된 걸까요?"

"나는 그냥 세상에도 별 관심이 없고 그냥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딱히 나서기도 싫고 별로 잘난 것도 없는 거 같고 그냥 그래요. 이게 이상한 걸까요?"

"큰 꿈을 꾸라는 얘기가 좋은 얘기이긴 한데, 나는 글쎄요... 모르겠어요. 그냥 그래요"

 



저는 제 또래 치고는 사회생활을 금융과 IT 분야에서 하다 보니 일찍 IT환경과 웹모바일의 SNS들에 접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어서 한때지만 블로그나 페이스북 같은데 열심히 활동도 하고 글도 많이 올리고 소통도 열심히 했더랬습니다.


앞에 글에서 잠시 언급드렸던 것처럼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제법 큰 비전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제 2,30대는 정말 큰 꿈을 꾸며 열정적으로 살았던 거 같습니다(이전글 : https://brunch.co.kr/@9ae626636ef04c0/31)


 큰 꿈을 꾸고, 큰 비전을 갖는 것이 나쁘거나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당연히 큰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오늘을 최선을 다해 경주한다는 것은 인생에 보람 차고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다만, 전에 글에 이어 제 아들과 같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그 "큰 꿈"의 내용을 세상의 매스컴이나 성공한 일부 사람들의 "결과론적으로 잘됬기에 할 수 있는 얘기"에 현혹되거나 속지 말라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을 받기를 갈구하는 매스컴에서 얘기하고 강조하는 "큰 꿈"은 대게 "큰 성공으로 부자가 되었다거나"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문적 성취"를 거뒀거나, 사업가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거나"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보도합니다.


때로 그런 대상자가 소위 개천에서 용이 난 어릴 적 환경이 있다면 더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양념을 쳐서 부각합니다 ^^


성공한 사람들의 글이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류의 책들에서 어필하는 "큰 꿈을 가지고 성공하는 사람들의 예"는 멋지게 포장해서 "야 너도 할 수 있어!"(야나두 카피 같네요 ^^;;;)라고 얘기를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여기서 얘기하는 성공(그걸 성공이라고 봐야 하는지에 대해선 이견이 많겠지만요)은 이미 청소년기와 대학, 직장이라는 겹겹이 요상하게 카르텔이 되어 있는 구조속에서 소수만의 이야기 일수 밖에 없습니다.


어릴수록 그 얘기들에 솔깃한 마음이 들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이들을 키워보니 저희 때와 다른 부분은 일단 고등학교 때부터 각종 자사고에 특목고에 영재고 등등 이미 소수의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로 구분을 시켜 버립니다. 이미 여기에 포함되지 못한 기성교육 테두리 안에 있는 아이들은 한번 절망을 맛봅니다.


대학은 어떤가요?

지인 교수들 얘기를 들어보면 소위 이름 있는 대학으로 갈수록 그 안에서 묘한 갈등들이 보인다고 합니다.

일단 대학에 대해 사회가 경쟁과 등급을 매겨 부추기고 그 틀 안에 자라난 아이들이 아직 청년이고 젊은데도 불구하고 자기 학교에 대한 우월의식 같은 터무니없는 의식들을 가진다고 합니다. 소위 상위권 학교일수록 과잠이 유행하는 데에는 이것도 한몫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더 놀란 건, 그러다 보니 학교 안에서도 입학전형 중 사회균등 기회제공을 위한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에 대해 차별하려는 시도를 하는 일부 학생들이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말을 전하는 지인 교수도 처음 듣고 너무 터무니없어서 화도 못 냈다고 하더군요. ^^;;;


언제부터인지 서서히 나라 전체를 좀 먹게 된 이런 좋지 않은 문화가 사회 구석구석에 퍼져 있고, 이런 과정을 통해 학교를 마치고 사회를 나왔는데, 이 사회가 멀쩡하겠습니까? 매스컴에서 이미 많이 보시겠지만, 연봉과 워라벨, 이 2가지 키워드로 어느 순간 청년들 앞에 온 사회가 전방위적으로 몰아붙이고 얘기합니다.


SNS는 개인적인 공간이기에 풍요롭게 잘 나가는 삶의 모습에 대해 자랑하고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얘기하는 소수가 SNS라는 특징을 타고 온 세상에 그들만 보이게 알고리즘이 몰아갈 때 언론과 사회가 그것만이 다가 아니며 다양성과 젊은 세대들이 보람과 소망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가치들과 꿈들에 대해 찾고 제시해 주는 자정역할을 해주면 좋겠는데, 더 부추기는 역할(그럴 때 관심을 모으고 광고수익이 오르니 그렇겠지만요 ^^;)에 열심을 내니 사회가 더 빨리 이상해져 온 거 같습니다.


이런 사회를 아이들이 살아가게 해 버린 건 우리들 어른들의 탐욕과 무책임 탓이라 미안한 마음입니다.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가야 할지,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실제적인 방법은 솔직이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런 얘기를 할 만한 자격이 있나 생각해 보면 그렇지 못하기도 하구요 ^^;;


그렇지만, 제 아이들과 제 아이들과 같은 고민과 낙심들이 있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격려하고 힘내라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아들

 나도 젊었을 때는 큰 꿈이란 걸 가지고 싶었고, 그래서 정신없이 열심을 다해 달리곤 했던 거 같아

 근데, 살아보니 세상이 원하고 세상에서 인정하는 것이 꼭 내가 꿔야 할 '큰 꿈'은 아닐 수 있었구나 라는걸 이제서야 좀 깨닫게 되는 거 같으네.

 내가 살아가는 곳에서 '나 다움'을 잃지 않으며 내 곁에 있는 이들을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는 게 또 다른 '큰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젊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들아.

 너무 조급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무 일찍 낙심하거나 포기하지도 말았으면 좋겠다.

 '젊음'이라는 가장 큰 보물이 네게 있음을 기억하고 조금 느리더라도, 돌아가더라도 뭐 어때. 네 길을 한 걸음씩 좌충우돌하며 씩씩하게 걸어가면 좋겠다.

 그 길의 끝에 네 삶의 '소중한 꿈'을 발견하게 되기를 축복한다!

  

  

이전 11화 비전을 갖으라는 세상에 열받은 아들아 워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