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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구리씨 May 23. 2024

돈이 최고라는 세상에 열받은 아들아 워워~

세상에 열받은 아들아 워워~

"아부지, ㅇㅇㅇ회사로 이직하고 싶어요" 

"왜?"

"월급을 지금보다 많이 주잖아요"

"비교하려는 건 아니지만, 친구들 회사 얘기를 듣다 보면 좀 속상해요"


브런치 연재를 시작하며 몇 가지 제목 라인을 잡아 봤을 때, 제게는 가장 표현하기 힘든 제목이 오늘 글이었습니다 ^^;


제가 뭔가  "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입장이나 상황에서 이 글을 쓴다면 더 당연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소시민으로 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글을 쓰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꼬리를 물어 망설이게 되는 거 같습니다. 


그래도 이 브런치 취지가 제 아이들과 저희 아이들과 같은 청년들에게 격려하고 그런 시기를 겪으며 오늘을 함께 사는 인생의 선배로 마음을 나누려는 것이었어서 딱 그 정도의 관점에서만 적어보려 합니다.

제한된 관점임을 감안하고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저는 청년시절 "뭔가 의미 있게 돈을 벌고,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려 애쓰는 비즈니스 공동체를 만들어 보려는 소원함"을 가지고 열심히 살았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소위 좀 잘 나갈 때에도 저를 위해 돈을 쓰는 부분은 항상 마지막으로 제외했었고, 회사를 경영할 때도 급여도, 차도, 비용도 직원들에게 더 좋은 것들을 양보했었고 그렇게 하면 다들 알아주겠지 싶었고, 다 같이 뭔가 더 으쌰으쌰 하며 따라오리라 생각하며 열심히 앞서 일을 기획하고 진두지휘하고 달려갔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잘 나갈 때에야 제가 앞에서 버티면서 몰랐지만, 어려운 상황이 되니 이런저런 딴 주머니를 찬 직원들과 파트너들에게 뒤통수도 맞고 어려운 상황들을 겪게 되면서 사람들이 참 "어찌 보면 작은 돈"에 연연해 이렇게 사람을 힘들게 하는구나 싶은 마음에 사람에 대한 실망과 낙심에 한동안 더 힘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제가 회사를 정리하고 현재까지 3개의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약 8년여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세상은 더더욱 (이상한 방향으로) 변해가는 거 같음을 직간접 적으로 접하면서 봐오고 있습니다.


그 이상한 변화 가지들 중 제가 느끼는 첫 번째는 부동산을 통한 부자의 꾸준한 양산입니다.

우파정권, 좌파정권 할 것 없이 지역개발과 재개발이란 명목하에 부동산 부자(옛날로 치면 졸부)를 계속 양산해 오고 있으며 최근 10여 년 간 전국이 더 빼곡하게 개발하며 더 심화되고 있는 거 같음을 봅니다.


제가 사업을 한참 할 때,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작은 회사고 부족한 사람들이지만, 열심히 투자하고 연구해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그것으로 뭔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중소기업이었지만 "사람과 가치"에 열심히 쏟아부었었습니다.


그때 친한 중소기업 사장님께서는 본인은 그런 사람들에 대한 기대가 없으시다며 매년 수익이 나신 돈으로 아파트형 공장 사무실을 하나씩 분양받으셨습니다. 

아파트형 공장이 계속 늘다 보니, 관리를 위해 어느 순간 부동산 관리회사를 별도로 만드셨고 몇 년 뒤에는 서울 모지역의 개발지역에 땅을 분양받아 건물을 올리셨습니다.

물론 이 사장님께서 기존 기업의 기술개발을 소홀히 하셨거나 땅투기만 하셨거나 하셨다는 게 아닙니다. 기존 일도 잘하셨지만, 이분은 그런 기술과 사람에 올인하지 않고 일정 부분을 부동산으로 분산하셨던 거였습니다.


그렇게 그분과 저는 친하고 협력하는 관계였지만 10여 년이 지나고 나니 기술과 사람에 올인한 중소기업은 망했고, 부동산에 분산한 그분은 꾸준히 오른 부동산 덕에 큰 부자가 되셨습니다.


조금 극단적인 비교라 적절하지 않음도 잘 압니다. 하지만,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런 부동산이 투기 수준으로 급등해서 부자를 만들고 그분들을 통해 소비가 진작되는 부동산 기반의 소비 기조가 우리나라 경제의 한축이 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 아들의 선배 청년들은 SNS와 여러 정보들을 통해 일찍부터 '더 가치 있는 인생을 걸 무엇'을 고민하고 달려가는 대신 일찍부터 '부자'가 되고 '경제적 여유와 워라밸'에 포커스를 두고 부동산을 통한 제법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투자(?)로 어릴 때부터 경제적 부와 자립을 목표로 움직이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두 번째는 "코인"과 같은 투기성 상품에 성공한 이들이 많아져서 부의 왜곡이 심해졌다는 것입니다


마침 제가 근무했던 회사 중 한 회사의 계열사에서 이더리움 기반 코인을 준비부터 발행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비트코인으로 시작되고 유명해진 이 코인이 만들어진 계기나 이상적으로 바라는 개념은 사실 굉장히 좋은 개념입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선진국 IT 흐름에서 Web 3.0(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웹, 모바일 체계가 대충 Web 2.0 시대라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라고 하는 새로운 가치에서도 이 코인의 기반기술이 되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정 서버에 모든 정보와 가치가 들어가 있어서 그 서버가 뚫리면 고객정보와 여러 데이터들이 손실되거나 유출되는 문제들을 방지하고 더 나은 보안과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기술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사람들은 그 본연의 내용보다 그 기술을 활용한 소위 "돈이 되는 행위"에 포커스를 두고 집중하고 그것을 활용해 새로운 돈벌이를 만들어 내는 것을 우선하게 되지요.


그 결과물이 대표적으로 "코인"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이 "코인"이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면서 여기에 돈냄새를 맡은 다양한 업종의 사람들이 묻지마 투자로 달려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럴듯하게 백서를 만들고 코인을 상장하면 손쉽게 수억에서 수십억을 손쉽게 벌어 들이는 사례들이 많아졌습니다.


친한 사장님께서 이런 류의 시스템 설계, 세팅, 운영대행을 해주시는 회사를 하십니다. 한때 국내 거래소 중 유명한 1~3위의 거래소를 제외하고 10위권내 거래소 중 5곳과 후발 여러 거래소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을 했었는데, 현재는 2곳을 제외하고 다 망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온갖 조폭도 달려들고 각종 회사들이 떡밥에만 관심을 갖고 달려들고, 각종 쩐주들이 달라 붙어 정말 아사리 판이었던 것을 저도 여러 번 목격했던 거 같습니다. 


북한이 외화벌이를 하는 것이 요즘은 이 코인 거래소 해킹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고 하는 얘기도 들은 거 같습니다. 그만큼, 이 "코인"들이 범람하는 최근 10여 년간 수만명 이상의 졸부들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성공담이 또 여지없이 SNS를 타고, 그들만의 카페나 네트웍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부자 되는 지름길로 공유되어 나갔습니다.


음... 너무 길지요? ^^;;;


이런 류의 내용을 쓰다 보면 아직도 뒷목에 힘이 들어가는 거 보면 제가 먼저 열받는 듯 싶습니다 ^^;

몇 가지 더 있기는 합니다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 

이런 큰 폭탄들이 사람들의 욕망과 탐욕이 결합되어서 너무 커져 버린 게 문제입니다.

이 폭탄들이 너무 커지고 여기에 얽힌 사람들과 단체들(그리고 나라들까지)이 많아져서 오늘 우리 사회는 "돈"이 '가치 중 최고의 가치'가 되어 버렸고, 젊은 청년들이 자신들에 대한 평가나 삶의 만족도를 평할 때도 이 "돈"이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아져 버렸습니다.


그런 시대이니 아들의 푸념과 넋두리에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라면 많이 들었을 '성실과 근면, 인내, 가치를 위한 열정' 이런 류의 얘기를 해줄 수도 없을 거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살아보니 "돈"이 중요하고 많으면 편하기야 하지만 그게 삶의 가장 중심부에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은 알려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맘으로 제 아이들에게, 그리고 제 아이들과 같은 속상함이 있는 이들에게 이렇게 나누고 싶습니다.


"아들,

우리나라가 감사하게도 선진국 수준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기에 살아보니 "돈"이 아주 많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하게 누리고 살아갈 수 있는 상황이 된 거 같아. 

그러니 네 이 멋진 젊은 청년의 시기에 일부 다른 사람들의 SNS 자랑글이나 뉴스에 맘 상하거나 조급해하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네 청년의 시기에 권하고 싶은 건  

1) 좀 더 멋지게 "가치"를 고민하며 근심도 해보고

2) "삶의 의미"를 고민하며 방황도 해보고

3) 젊은 날, '눈과 손'이 건강할 때 배울 수 있는 악기와 운동들로 심신을 건강하게 다듬으며 

4) 자신에게 낙심하지 않고 

5)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협력하는 일들에 시간과 마음을 드리며 살면 좋겠구나


세상의 모든 것은 유통기한이 있더라. 

세상은 변하고 가치도 변하지만, 네 중심에 네가 앞으로 살아갈 삶의 가치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고 넉넉히 시간을 가지고 네 속에 잘 세워가면 좋겠다.

청년의 시기에는 그런 고민으로 삐뚤빼뚤 거리며 살아가는 거 아닐까 싶다.


긴 호흡으로 낙심하지 말고 하루하루 세상에 잘 부딪쳐 가 봐라

응원한다!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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