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화해 모색을 위한 일본 탐방
일본에서 와서, 특히 교토에 와서 많이 놀란 건 많은 직장인들이 예전 1990년대처럼 흰색 계열의 와이셔츠에 짙은색 계열의 양복바지를 착용하고 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2000년에 벤처를 벤치마킹한 조직으로 옮기기 전까지는 화이트 톤의 화이셔츠에 짙은색 양복바지, 넥타이가 항상 교복같이 입고 다니던 시절을 겪었기에 까마득히 기억이 납니다(어휴 생각만 해도 갑갑 ^^).
"선진국인데 왜 저렇게 답답하게 입고 다닐까? "
역무원들도 후줄근한 예전식 제복을 입고 있고, 각 건물의 경비원들도 경찰 같은 제복을 칼같이 입고 35~36도의 폭염 속에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21세기를 사는 선진국 일본과 대비되는 과거에 여전히 묶여서 불편함 속에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을 보는 거 같아서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되는 여정이었던 거 같습니다.
교토가 천년고도다 보니, 오사카나 다른 지방보다 도시가 깨끗하긴 했지만 버스도 철도도 집들도 조금 더 걸어보니 낡은 곳들이 많았습니다. 굉장히 보수적인 느낌이 강했는데, 전후 이래 70년이 넘도록 계속 보수정권이 일당독재를 하고 있는 나라답게 많은 부분에서 여전히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부분이 남아 있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해봤던거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저희 팀이 방문한 "도시샤 대학"은 그런 일본 교토 내에서 매우 리버럴 한 학풍을 가진 대학입니다. 중고등학교도 한여름에도 깝깝해 보이고 두꺼워 보이는 교복을 여전히 대부분 입는데, 부속 고등학교와 중학교까지 사복이라고 하니 상대적으로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겠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일본 전역에서 그런 학풍과 분위기를 좋아해서 도시샤대학으로 찾아서 오는 학생도 많다고 하시더군요)
'니지마 조'라는 기독교인이 메이지유신 때인 1875년 설립한 학교로 "도시샤"라는 뜻 자체가 "뜻이 맞는 동지들이 모임"이란 뜻입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복음 8장 32절)는 말씀을 내세워 기독신앙을 기반으로 "양심적이고 능력 있는 젊은이"를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여 만들어진 학교입니다.
그래서 일제강점기에도 일본의 다른 어떤 대학보다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학교였고, 그래서 정지용 시인이나 윤동주 시인 등 한국인이 입학해 공부를 할 수 있었고, 현재도 한국과 전 세계 다양한 나라의 학교들과 교류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도시샤 대학과 '니지마 조'의 삶을 살펴보면서, 인연이 이어져 가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간 흐름을 보며 감동과 놀라움을 느끼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이 사진은 1883년 동경에서 모였던 일본 전국 기독교도 대친목회 사진입니다.
이중에 한복을 입고 유일하게 있는 이가 이수정이고 그 옆에 있는 이가 쓰다센 선생이며, 바로 윗줄에 두 사람이 한 명은 우리가 많이 들어본 "우찌무라 간조"선생이고 그 옆이 도시샤 대학을 만든 "니지마 조"선생입니다.
이수정은 실력 있는 유학자로 1882년 신사유람단과 함께 일본으로 갔다 오고 훗날 다시 일본으로 가 쓰다센이라는 농업학자를 만나 그의 집에서 공부를 하다 산상수훈과 한자로 된 성경을 읽다가 기독교신자가 되어 세례를 받습니다. 그리고 그는 세례를 받고 그 이듬해인 1883년 이 대회에서 한국어로 기도를 합니다.
사진의 바로 뒷 줄에 있는 '우찌무라 간조'는 이수정이 한국어로 기도하는 것을 들으며 ""아멘" 외에는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의 기도는 우리들의 머리 위에 무언가 기적적이고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온 회중이 느낄 수 있었다"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저는 이날 이수정의 감동적인 기도가 이날 참여한 모든 일본인 기독교인 지도자들에게 큰 감응을 불러일으켰다 확신이 들었습니다. 군국주의가 득세하고 극히 보수적인 일본에서 훗날 도시샤 대학이 "윤동주"와 "정지용"같은 시인들에게 그 실력과 양심을 보고 학교를 열어준 데에는 이수정의 기도를 보며 감동을 함께 느낀 "니지마 조"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 "이수정"은 1885년 당시 한문으로 된 성경을 한글로 번역해 최초의 한글성경인 "마가복음"을 집필하였고, 미국 장로교회에 한국에 복음을 전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였는데, 이수정의 끈질긴 요청에 미국 장로교의 "언더우드"와 감리교회의 "아펜젤러"가 한국으로 넘어오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역사의 사건들이 연결되어 가는 내용들을 현장에서 살펴보면서 너무 감격도 되었고, 놀랍게 연결되어 가는 역사의 고리들을 느낄 수 있어 참 행복했었습니다.
PS. 혹시 도시샤 대학에 여행 가시는 분이 계시다면 도시샤 대학 구내식당을 꼭 경험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일본 여정 중에 먹었던 어지간한 식당보다 다양하고 맛있고 저렴해서 팀원 모두 아주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일본 학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방문해 이용하면 색다른 경험을 해보실 수 있을거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