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이 들어 좋은 점 1. 회식이 줄었어요

바쁘다 중소기업 기획부서

by 청개구리씨

최근 3번에 나눠 '가장 고민이 되면서도 확실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어 답답해 보이는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너무 글이 무거워진 거 같아서 분위기 전환 겸 제조분야 중소기업에 기획부서로 나이 든 아저씨로 합류해서 편해진 점 몇 가지를 가볍게 다뤄볼까 합니다 ^^


사실 제조분야 중소기업의 이야기만이라기 보다는 사회 전반에 변화와도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고 제가 이제 나이가 어느 정도 들다 보니 그런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만, 나이 들어 제조회사 기획팀으로 일하면서 좋아진 점 몇 가지를 몇 번에 나눠 적어 보겠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회식이 줄었어요!"입니다.


저는 제 커리어의 대부분을 금융업계와 IT업계 쪽에서 일해오긴 했습니다만, 지인들이 제조 쪽에도 제법 있었어서 함께 만나 얘기 나눌 때 보면, 제조회사들은 일이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끝나고 술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은 얘기들을 들었었습니다.


실제 당시에 지금 제 나이보다 어린 중년 아저씨들은 막걸리와 소주 좋아하고 "삼겹살에 대포 한잔" 좋아하던 사람 좋고 실력 좋은 아저씨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분들 중 몇몇 분이 친한 형님들이셔서 함께 술 한잔 하면 2차 가자는 걸 죄송하다며 거절하고 도망쳐 왔던 기억이 많습니다.(그때도 사실 술 먹는 거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함께 대화 나누며 안주나 축내던 재미없는 후배였지만, 선배들이 좋아해 주셨지요)


어느새 그때의 선배들의 나이보다 많은 나이가 되었고, 제조 중소기업에 기획부서로 오게 되면서 보니 요즘은 제조회사들도 예전같이 강도 높은 야근이 많지 않고, 그렇게 술과 야근을 달고 사는 문화가 더 이상 아닌 곳이 많습니다.


물론 일부 회사들은 여전한 곳들도 많다고는 들었습니다만, 제조 회사 종사자들이 다들 나이가 많이 드시다 보니 여기저기 질병들을 안고 살기도 하고, 예전의 호방함들이 다들 죽어서 가끔 객기를 부리시는 일부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예전같이 달리지 않는 게 정착되어져 가는 거 같습니다.


많지 않기에 아주 소중한 젊은 직원들은 당연히 길어지는 회식을 싫어하고 아예 단체회식 자리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친한 비슷한 또래들이나 소수의 선후배들과 함께 하는 회식은 여전히 좋아 하지만, 단체회식이나 꼰대들이 달리는 회식은 아주 노골적으로 싫어하더군요 ^^

잔소리 회식.jpg < 젊은 직원들은 꼰대들의 잔소리가 가득한 회식 아주 싫어해요~ >


저는 원래도 "술회식"보다 "밥과 차 회식"을 좋아하던 변종 직장인이었던 관계로 지금의 이런 분위기 아주 좋았습니다. 그래도 처음 제조 중소회사에 합류하면서 직원들, 특히 젊은 직원들과 친해지려면 뭔가 회식 같은걸 좀 해줘야 하나 고민하면서 분위기 파악을 했었는데, 젊은 직원들의 저 반응에 속으로 '아싸'라고 외치며 가볍게 치맥집에 가거나 맛있는 식사와 차 한잔 하며 얘기 들어주고 하면서 가까워져 갈 수 있어서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고객 접대도 비슷한 상황을 접하고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회사생활하며, 프리세일도 해보고 대표이사로 고객들을 접대해 보며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제 나름대로의 고객응대에 필요한 노력표가 있었습니다.(제 개인적인 경험이 반영된 것이니 웃으며 지나가 주시면 됩니다 ^^)


1) 골프접대 1번의 성능을 100점이라 하자면

2) 술접대 1번 40점

3) 밥접대 1번 20점

4) 차접대 1번 5점


1,2번이 한 번에 돈이 많이 들지만 비교적 손쉬운 방법입니다만, 술접대와 같은 방식을 싫어하는 저는 3,4번이 번거롭고 오래 걸리는 귀찮음이 많은 일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만나고 응대했을 때 결과는 나쁘지 않게 나올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제조분야 중소기업에 올 때, 사실 분야가 다르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도 많았습니다만, 내부 직원들과의 관계에서처럼 외부 고객들의 상당수도 일부 대기업 고객님들은 여전하지만, 그 외 일반적으로 만나는 협력사들이나 고객사들은 담당자들이 저희 직원들과 비슷하더군요. 낯선 사람들과 굳이 술 먹으며 불편한 자리 갖는 것보다 가볍게 식사하고 1차에서 마무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런 부분은 오히려 금융 IT 분야나 디지털콘텐츠 분야보다 더 두드러져서 저는 아주 만족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고객사나 협력사 분들을 만날 때, 제가 나이가 좀 있다 보니 거리감을 좀 가지고 조심하는 것도 느껴지는데, 저야 은근 그런 부분도 감사한 마음으로 잘 받아들이며 즐겁게 밥사고 차사며 가볍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가끔 젊은 고객님이 은근 접대를 바라면 저는 순진무구한 웃는 얼굴로 "맛있는 갈비탕 한 그릇 하실까요?" 라며 동문서답하는 나이 좀 있고 잰틀 한데 눈치는 별로인 아자씨 기획이사 모드로 오늘도 즐겁게 살아가렵니다~~~^^



keyword
이전 11화젊은 피 수혈 방법이 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