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중소기업 기획부서
오늘은 제조분야 중소기업 기획부서 나이 든 아저씨로 합류해서 편해진 점 세 번째로 "조금 더 다각적으로 보게 되네"라는 화두로 몇 마디 적어보겠습니다.
지난번 글과 연결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는데, 오늘 글은 지난번 글의 결과로 나타난 내용이라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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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바둑이나 장기도 자기가 직접 선수가 돼서 진행할 때는 매 순간 긴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지만, 실수도 많을 수밖에 없고 여러모로 후회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선수가 아닌 구경꾼이나 훈수를 두는 어드바이저 입장에서 보면 그 판의 단면뿐 아니라 좀 더 넓고 큰 그림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부분과 비슷한 것으로 저도 나이가 제법 들었고 주연보다는 조연이나 서포터 개념으로 일할 때가 많아지다 보니, 제가 잘 아는 일뿐 아니라 많은 일들을 좀 더 포괄적으로, 때로는 전략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기획부서이다 보니 실제 사업을 기획하는 업무도 많이 있지만, 더 많은 경우는 시장조사와 분석, 경영진의 고민에 대한 현황과 문제점 분석, 대안 모색을 위한 경우의 수 제시 등의 업무를 요청받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대표들의 경우는 주요 의사결정을 결국 본인의 책임과 주도하에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회사 대표님 뿐 아니라 제가 이쪽 제조분야에 와서 만나게 되는 대다수의 중소기업 대표님들도 비슷한 상황임을 보게 되는데, 대표이사의 입장에서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듣고, 대안을 찾아갈 수 있는 정보와 방안들에 대해 듣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실제 그런 내용이 의사결정을 확정 져 주지는 못함을 다들 아십니다.
결국엔 본인이 최종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책임을 저야 함을 아는 만큼,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결정해 가는 과정에 도움을 받기를 원하시는데, 이런 부분을 소화해 줄 수 있는 부서가 기획부서인 셈입니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은, 내 스스로를 향한 젊은 시절과 같은 야심을 좀 내려놓다 보니 상황과 정보를 바라보는 복합적이고 넓은 시각에서의 검토와 판단이 가능해진다는 점입니다.
또한 그런 부분을 경영진과 상의하고 공유할 때, 경영진의 반대나 주변의 태클에 대해 젊은 시절과 같이 일히일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과거에는 내가 가진 생각과 방향에 대해 틀어지는 것은 나를 부정당하는 것 같아 화가 솟구치기도 하고 다른 대안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방향을 관철시키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거 같습니다.
요즘은 내가 가진 생각과 사고의 틀이 제 안에서 과거보다 자유롭고 유연해진 거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제시한 분석과 내용에 대해 부정당하더라도 욱! 하는 마음 대신 상대편의 얘기에 좀 더 귀를 기울이게 되고 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상황과 내용을 바라보게 되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최초 검토와 분석에서 미처 바라보지 못하던 새로운 대안을 찾게 되는 때도 있고, 내 의견과 제시안이 최종 거절되더라도 소위 뒤끝이 없이 훌훌 털어 버릴 수 있게 된 거 같습니다.
물론 제 주변에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이가 들수록 더 완고해진 사람들이 많기는 합니다.
과거에 그렇게 괜찮았던 선배들, 특히 대기업이나 관에 오래 계시고 거기서 나름 잘하셨던 선배들 중에서 그런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 거 같습니다.
그 잘 되시던 상황 속에서 겪은 경험들을 기반으로 가진 사고의 틀이 너무 단단해져서 그분들이 가지신 생각과 과거 잘 나갈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고체계를 벗어나려 하지 않으시다 보니 중소기업, 특히 제조분야 중소기업들 같이 겉으로는 매출 규모가 좀 되지만, 내부에는 열악한 부분이 많은 회사들에서는 그분들의 사고체계로 함께 풀어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생겨나는 거 같습니다.
다시 제 얘기로 돌아와서 ^^
이렇게 마음을 좀 더 느긋하게 가지며 회사의 일들을 풀어나가다 보니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해서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들을 제 속에 잘 체득하고 발전시켜 나가다 보면, 나이는 좀 들어 가지만 제 현역연장에도 도움이 될 거 같고, 좀 더 잘 발전시켜질 수 있다면 새로운 사업과 방향을 세워 가는 것을 힘들어하는 이들을 도우며 보람찬 인생 후반부를 살아갈 수도 있겠구나 싶어 감사하고 참 좋습니다.
어제 외운 영어단어가 오늘 잘 기억나지 않는 기능적, 체력적으로는 쇠퇴해 가더라도 좀 더 넓게 보고 유연한 사고로 조사와 분석, 조언을 해나갈 수 있는 넉넉한 아저씨가 되어 가길 소망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