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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좋은 점 4. 사기꾼들이 잘 보여요. ^^

바쁘다 중소기업 기획부서

by 청개구리씨

오늘은 제조분야 중소기업 기획부서 나이 든 아저씨로 합류해서 편해진 점 세 번째로 "사기꾼들이 잘 보여요"라는 화두로 몇 마디 적어보겠습니다.


제가 예전에 사업을 할 때는 아직 젊고 열정적이며 아이디어가 많아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되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과 만날 때도 일들을 기획하고 추진할 때도 안 되는 상황보다는 잘 되는 상황을 산정해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서를 만들고 추진하며 앞만 보고 달려갔었던 거 같습니다 ^^


그러다 보니, 사람을 만나거나 채용할 때도 회사를 만나거나 사업을 협의하고 논의할 때도, 긍정적으로만 순진하게 바라보다 보니 사람에게도 속고 회사들에게도 많이 속았던 거 같아요.


살아온 연차가 있다 보니, 삶의 과정에서 다양한 사기꾼들을 만나고 때로는 속아서 낭패를 보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과정들을 겪고 제조분야 중소기업에 오니, 이 바닥은 또 이 바닥에 최적화된 다양한 형태의 사기꾼 분들이 많이 계시더군요. 업종 마다도 다른 건 알았지만,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인 거 같아요.


제조분야 사장님들, 특히 순수 제조, 생산으로 잔뼈가 굵은 사장님들은 순진한 엔지니어 분들이 많습니다.

제조분야는 특히 "최저가 입찰"이 너무 관행이 되어버린 바닥이라 엄청 아끼고 아껴서 겨우 손실을 막고 보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장님들은 대기업들의 횡포에 지쳐서 자신만의 사업을 만들어 보려고 몸부림치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아낀 돈을 모아 기존 비즈니스와 연계된 새로운 비즈니스나 자사 브랜드를 만들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되는 기회에 엄청 조심하시기는 하지만 투자해서 뭔가 다른 대안을 만들어 보려고 다양하게 시도를 하시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사장님들의 절박한 마음을 잘 이용해 이리저리 흔드는 사짜분들도 제법 많이 있습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당장 얼마간의 자금을 넣어 달리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처럼 뻥을 치시는 분들은 아주 양호한 편인 거고, 자신들의 감춰진 부채를 숨기고 계약을 한다든지, 안될 사업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속여서 솔깃하게 만드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 회사에 처음 합류했을 때도 마침 그런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마침 제가 예전에 유사한 분야의 사업을 신사업으로 전개해 본 적이 있어서 안될게 뻔히 보이는 사업인데, 젊은 스타트업 사장이었던 친구가 대표님을 솔깃하도록 만들어서 상당한 자금을 투여해 사업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친구가 아직 젊어서 의욕이 앞서서 구조를 잘못 잡은지도 모르고 하는 건 줄 알았습니다.

근데, 합류하고 사업회의에 대표님이 저를 참여시키셔서 참여해 볼수록 사업으로서 중간중간 문제가 많이 보였습니다. 평생 제조분야에서 열심히 만들어 오신 순진한 사장님은 이 사업으로 큰 기대를 하고 계셨는데, 시장을 어느 정도 아는 저로서는 말 그대로 허상인 게 너무 뻔히 보였었습니다.


그래도 젊은 친구가 열심히 하는데 제가 합류한 지도 얼마 안됐고, 몇 년 사이 시장이 바뀌었을 수도 있으니 옆에서 조언을 하며 지켜보자 싶은 마음으로 회의들을 참석하고 조언을 했었습니다.

근데, 이 젊은 친구가 계속 말이 안 되는 계획들과 업무들을 보고하고 얘기하길래, 중간에 아닌 부분은 왜 아닌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다 보니 저를 경계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더니, 얼마뒤에는 이만큼 했으면 사업진출 기반을 만들었으니 제가 맡아 하면 어떻겠냐고 대표께 얘기하고 자신은 다른 신사업 만드는 부분으로 빠지겠다고 하더군요.

애지 간하면 화 안 내고 착한 아저씨 모드로 잘 있으려 했지만 이건 아니어서, 따로 불러서 정색을 하고 나무랐던 거 같습니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넘기고 빠져나가려는 건 도의가 아니지 않으냐고, 진행을 해 온 부분을 정확하게 마무리하고 결론들을 내서 더 하든, 멈추든 해야지 이런 식은 책임 안 지고 그냥 도망가겠다는 얘기 아니냐라고 질책을 했었습니다.


그런 얘기들이 오가고 저는 다른 신사업의 정부과제를 하나 수주해서 수행 PM 역할과 셋팅을 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었는데, 이 친구는 그 사이 대표님과 면담을 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도망을 갔더군요. ^^;;;





정말 악한 생각으로 그런 건 아닐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참 무책임하고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거짓말과 거짓 꼼수를 쓰는 이들이 참 많습니다.

세상이 다 그렇겠지만, 제조분야에서는 특히 위에 언급드린 것처럼 우직하게 설계, 개발, 생산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해오신 사장님들이 많으십니다.


이런 분들은 대개 한편으론 엄청 깐깐하고 꼼꼼한 거 같으나 다른 한편으론 순진해서 잘 속으십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이미 SW분야와 방송 IT, 연예 IT 분야 사람들 속에서 정말 다양한 사기꾼들을 만나 속기도 하고 억울한 일도 많이 당해서 당시에는 엄청 힘들었었는데, 요즘은 그때 그 다양한 사기꾼들에 대한 경험이 이상한 사람들을 다른 분들보다 조금 더 잘 보게 된 거 같습니다 ^^


저만 그렇겠습니까?

50대 중반 이상 되시는 삶을 살아오신 분들은 온갖 세상 인간군상들을 봐 오시고 사셨을 겁니다.

우리 눈과 마음에 욕심들이 우리의 가장 가려운 부분을 긁어 주는 거 같은 이들의 교묘한 속임수와 사탕발림에 넘어가게 하곤 합니다.

특히 젊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거 같을 때나, 한참 괜찮은 성공경험이 많고 큰 실패가 없었던 분들일수록 우리 속에 있는 욕심과 미련이 이런 사기꾼들의 감언이설에 우리 눈과 귀가 멀게 만드는 거 같습니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나는 어떤가? 내가 살아오던 기간 동안 누군가에게 속아 내가 힘들었던 것만 생각하지, 내가 힘들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었는가 생각해 보면 저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새삼 느낍니다.


얼마나 오래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함께 하는 곳에서는 적어도 사기꾼들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조언하고 도움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세상에는 참 이상한 사람들이 많고, 멀쩡한 학력과 스펙, 그럴듯한 외모 가지고 왜 저렇게 살지 싶은 사람들도 많지만, 적어도 내가 함께 근무하는 회사와 사람들이 그런 이상한 사람들에게 속지 않도록 나라도 정신 똑띠 차려야겠습니다.


나이가 들어 기획부서에서 일하다 보니, 이런 점도 회사에 도움이 되니 감사할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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