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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Sep 08. 2023

좋아하지만 키우긴 싫어요.

애완동물을 대하는 엄마의 자세. 

"엄마! 우리 강아지 키우면 안 돼?"


"안돼!"


"왜에에에~~ 키우자~~"


투정 부리는 아들의 모습이 마치 내 어린 시절의 모습 같았다.

어렸던 내가 저렇게 투정을 부리면 우리 엄마 역시 단호한 표정으로 "안돼!"라고 말씀하셨었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하얀 마르티스 한 마리를 데리고 오셨다. 새끼강아지는 아니었지만 아무렴 어떨까? 

그날 밤 엄마와 아빠가 다투는 소리는 건너 평 내 방까지 생생하게 들려왔다. 




성인이 될 때까지 우리 집엔 여러 마리의 개와 고양이. 토끼와 햄스터가 살다가 떠나갔다.

난 그저 좋아할 뿐 돌보지는 않았다.

먹이만주고 이쁘다 쓰다듬어주면 좋은 주인인 줄로만 알았다. 

산책시키고 목욕시키고 먹을걸 구입하고 하는 모든 행동의 주체가 나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33살 여름 나는 엄마가 되었고 37살이 되었을 때는 세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아이들은 동물을 좋아했고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조르는 것들이 생겼다. 그리고 그중에는 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매번 거절을 하고 나면 아이들은 울고 바닥에 드러누웠지만 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 어릴 적 나의 간절함을 거절했던 우리 엄마의 마음도 나와 같지 않았을까? 


그 모든 게 결국 내 몫이 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심지어 큰아이는 개와 고양이털의 알레르기까지 있었다.


핑계가 있으니 개와 고양이는 안된다고 말하자 


"엄마 큰 형아 알레르기 있어서 강아지 안되지? 그럼 토끼는? 햄스터는"


이라며 끈질기게 졸랐다.


엄마는 너네들만 키우기도 버겁다.




"금붕어는 어때?"


남편이 말했다.


"금붕어?"


"어. 애들 정서에도 좋고 관리도 어렵지 않으니까. 뭐 한 달에 두어 번 물갈이 같은 건 내가 해볼게."


그렇게 우리 집엔 두 마리의 금붕어가 들어왔다.


남편을 믿는 게 아니었다. 알고도 속는다더니 내가 딱 그랬다. 


아이들도 처음에나 관심이 있었지 금세 관심이 떠나갔다. 


결국 또 내 몫이었다. 생전 처음 키워보는 물고기를 위해 카페에 가입을 하고 공부를 했다. 하면서도 이걸 내가 왜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인생은 원래 이해하며 사는 것이 아니다. 


 "엄마!!! 달팽이!!! "


유치원에서 달팽이를 가지고 돌아온 셋째가 내 앞에서 달팽이가 담긴 투명한 테이크아웃 컵을 흔들었다.


맙소사... 저런 건 대체 왜 주는 거야?!! 


이미 우리 집에는 2년 전 둘째가 줄기차게 졸라서 들여온 달팽이가 손바닥만 하게 자라 기어 다니고 있었다.


어찌나 큰지 달걀 껍데기를 먹을 때면 와그작와그작 하는 소리가 나고 벽에 붙어있을 때면 똥꼬모양처럼 생긴 입이 움직이는 게 보일정도였다. 


부모로서 이 모든 과정을 감내하고 희생해야 한다지만 어째서 나는 내가 낳은 새끼도 아닌 금붕어와 달팽이새끼를 애지중지 키워야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는 와중에 난 또 달팽이 흙을 갈아주었다. 





"이제 그만!!!"


난 선언했다.


우리 집에 사람이 아닌 짐승은 더 이상 안돼!!


어항을 정리했다. 마침 딸이 금붕어를 키우고 싶어 한다는 아는 언니네 집에 고스란히 옮겨줄 수 있었다.


그사이 정이라도 들었는지 잠시간 속상한 마음도 들었지만 시원하게 비워진 테이블 위를 보니 그런 마음은 금세 사라졌다. 


달팽이가 남았다.

"먹어버릴까? 고급식재료라는데."

남편이 장난처럼 건넨말에 쏘아보자 남편은 장난이었다며 머리를 긁적이며 사라졌다.

아무리 그래도 키우던걸 어떻게 먹겠는가. 

달팽이는 누굴 줄수도 없었고 방생을 해주자니 생태계교란종이라고 해서 일단 한편에 잘 모셔두었다. 

잔인한 얘기 같지만 먹을 것을 챙겨줘 가며 자연스레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 저 달팽이가 움직임을 멈춘다면 난 슬퍼할까 후련해할까.

아마 후자가 아닐까


이런 나는 피도 눈물도 없는 매정한 사람일까?

어릴 땐 그렇게 귀엽고 예쁘기만 하던 강아지도 이제는 그저 내 삶의 귀찮음 +1로 느껴지는 중년의 아줌마가 된 내 모습이 서글퍼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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