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배수구 청소. 집안일 중 가장 하기 싫은 것 단연 1위이다. 자주 치워도 더럽고 오랜만에 치우면 당연히 더 더럽다. 도대체 누구 머리카락이 이렇게 걸리는 거얏! 하면 우리 집에 머리 긴 사람은 나뿐이다. 괜찮다. 치우는 사람도 나뿐이니까.
결혼 후 남편이 계속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그리고 전세계약이 다 되어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들로 총 여덟 번의 이사를 다녔다. 즉 내가 경험해 본 배수구가 최소 8개가 넘는다는 이야기다. 셀프로 인테리어를 한 적도 있어서 그것의 이름이 '유가(혹은 '육가')'인 것도 안다. 그러나 유가는 사실 배수구 문제에서 수박 겉핥기이다. 말 그대로 '겉'에 올려놓는 덮개일 뿐이고 진짜 문젯거리는 깊숙하고 은밀한 곳에 있기 때문이다. 유가에 낀 머리카락을 끄집어내고 주변부를 아무리 락스로 닦아도 쿰쿰하고 걸쭉한 화장실 냄새는 말끔히 없어지지 않는다. 유가를 들어내고 그 속에 자리한 핵심냄새근원지인 '봉수(혹은 '트렌치'라고도 부른다)'를 해결해야 한다.
'봉수'는 제품의 이름이라기 보단 고인 물로서 역류하는 배관냄새를 차단하는 시스템의 명칭인데, 이걸 그대로 제품명으로 부르는 것 같다. 혹은 유가에 봉수, 트렌치를 다 포함해서 부르기도 하고 업자마다 다르다. 여튼, 상단의 사진에 보이는 그것이 내가 가장 혐오하는 화장실 배수구의 정체이다!
아까도 설명했듯 봉수는 물이 고이게 만드는 장치인데, 이걸로 역류하는 냄새를 잡는다는 초기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어쩐지 그 고인 물이 더 문제일 경우가 많다. 배수구에 고여있는 봉수는 조금만 관리주기가 늦어져도 악취를 내뿜는다. 청소하기가 싫어서 미루면 냄새가 더 나고 그렇다고 자주 청소하기도 싫은 총체적 난국이다.
냄새를 막으려고 고인 물을 쓰는데 그 물이 순환이 안되게 만들다니... 꼭 이렇게 만들어야만 했을까. 화장실 청소 담당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흐를 일이다. (어차피 모든 곳이 내 담당이긴 하지만.. 또륵)
청소하기 싫은 화장실 배수구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것은 가스레인지 후드이다. 이것 역시 마찬가지로 분리가 쉬운 후드 필터를 청소하는 건 수박 겉핥기이다. 핵심골칫거리인 배관 안쪽을 청소하지 않으면 배관에 고인 기름이 후드를 타고 뚝뚝 떨어진다.
봉수도 배관도,
만드는 업체에서 조금만 더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주시기를 간절히 기다려본다. 봉수는 그나마 요즘 새로 나오는 방식은 많이 바뀐 것 같은데 가스레인지 배관은 그닥 큰 발전이 없는 것 같다. 사용자가 손쉽게 셀프로 부품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아니면 근본적으로 유증기가 고이지 않게 할 그런 어떤 획기적인 시스템이 혜성처럼 짠 나타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