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카파오무쌉엔 달걀프라이 추가. 니모섬 투어. 스노클링

D+3

by 아름자까

형편없었던 호텔조식을 포기하고 아침식사를 하러 근처 로컬식당에 갔다. 편식이 심한 아들램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고민하다가 찾은 곳. 구글 평점이 좋아서 조금 기대가 되었다.


오늘은 투어를 가야 하기 때문에 든든히 먹어두어야 한다. 아들은 치킨볶음밥, 나는 팟카파오무쌉. '팟카파오무쌉'은 돼지고기바질볶음과 밥이 나오는, 태국에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메뉴다.





첫맛은 짭조름하고 씹을수록 달큰 고소한 돼지고기에 내가 좋아하는 동남아바질향이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달걀프라이를 추가하는 걸 깜빡했는데도 처음 먹어 본 팟카파오무쌉은 접시를 닥닥 긁어서 먹게 만들었다. 가격도 너무나 저렴. 다해서 120밧 (당시 환율로 6천 원 안 됨)이 나왔다.


아침식사 후 땀 흘리며 가까운 스타벅스에 커피를 사러 갔는데 아아가 한 잔에 120밧이었다. 2인분 밥값과 커피 한 잔 값이 같았다. 동남아 로컬식당은 맛있고, 싸고, 정말 최고다.




오늘 하게 될 투어는 일명 니모섬 투어이다.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물고기 흰동가리가 사는 산호지대를 구경하고 근처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코스. 우리 팀만 가는 건 아니고 다른 사람들과 모여서 함께 움직이는 조인투어다.


블로그와 카페에서 후기를 꼼꼼히 찾아봤는데, 보통은 한인들끼리 붙여주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일행 중 어린이가 있어 같이 놀고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딱 아들 또래의 아이가 있는 가족과 함께 투어를 하게 되었다.


둘은 선착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내내 수다를 떨었다. 게임이야기, 학원이야기 등을 하는 모습이 처음 만난 사이 같지 않았다. 그 와중에 아들은 자기가 한 학년 선배라며 2학년 생활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 게 웃겼다.





1시간 넘게 밴을 타고 달려 선착장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각자 싸 온 점심을 먹고 멀미약도 챙겨 먹었다. 일행은 우리까지 총 6명이었고, 보트 운전기사와 안전요원 두 명이 탑승했다. 소규모 투어라 안전 사각지대가 적을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보트가 출발하자 나의 심장은 심하게 두근거렸다. 보트가 너무 빨랐다. 비행기만큼은 아니었지만 무서워서 아들을 꼭 끌어안았다. 아들도 무서워하며 나를 꼭 끌어안고. 맞은편의 다른 가족들은 바닷바람이 시원하다며 좋아하는 걸 보니 우리가 겁쟁이가 맞긴 맞는 것 같다.





첫 번째 포인트에서는 보트 위에서 사진만 찍고 두 번째 포인트로 이동해 스노클링을 시작했다. 신비한 애메랄드빛은 아니었지만 물이 어찌나 맑은지 자갈 굴러가는 게 다 보일 정도였다.


우리가 보트에서 내리자 얕은 바닷물 속에 줄돔이 모여들었다. 빵을 뭉쳐서 손에 들고 있으면 물고기들이 와서 뜯어먹고 갔다. 거지로 몰려드는 물고기들 탓에, 손에 쥔 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투어 직원들이 한 사람씩 사진을 찍어주셨다. 찌나 사진을 열정적으로 찍어주시던지. (나중에 투어가 모두 끝나고 웹에 업로드해 주신 사진을 보니 거의 200장이 넘었다.)

브이, 하트 등 포즈도 다 알려주시고 시키는 대로 잘 따라 하기만 해도 멋진 사진이 나오니 편하고 좋았다. 스노클링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도 즐거운 시간을 보 곳이었다.


줄돔 밥 주고 다음은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니모포인트로 이동. 다른 투어팀 보트도 와있어서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번에도 한 사람씩 사진을 찍는데, 안전상 차례로 한 명씩 보트에서 내려서 사진 찍고 타고 그다음 사람이 내리는 시스템이었다. 수영을 하든 못하든 직원 두 명이 옆에 붙어서 케어해 주시니 아이도 안심하고 내려보낼 수 있었다.


산호에서 사는 흰동가리를 보려면 3미터가량 바닷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위에서 직원이 꾹 눌러주신다. 먼저 수면에서 니모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사진 찍어주시는 분과 눈빛으로 신호를 주고받은 뒤, 위에서 다른 직원이 눌러주시면 숨참고 들어가서 포즈!




나는 몸이 자꾸 떠올라서 사진이 잘 안 나왔는데, 그 자리에서 결과물을 확인한 후 (그들의) 마음에 들 때까지 너댓번은 담가주신 것 같다. 아이는 숨 참기 어려워해서 그런지 한 번만 담가주셨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아들은 역동적인 자세로, 나는 두 발이 훌훌 날아가는 자세로 찍혔다. 까이에서 본 니모는 생각보다 작고 여렸다.

니모와 사진을 찍은 후엔 줄줄이 묶인 튜브에 매달려 직원들이 끌어주는 대로 스노클링을 했다. 제주도 바다에선 보기 어려운 산호나 대왕조개, 생소한 물고기 등을 보는 게 재미있었다. 사진도 열심히 찍어주시고 이렇게 놀아주기도(!) 하니 투어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세 번째 포인트도 얕은 바다에 내렸는데 슬슬 피곤해져서 그냥 돌아가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어른들은 꾹 참고 놀게 두었다. 모두들 영혼이 나간 것처럼 초점 없는 표정이었다.

돌아오는 밴에서 아이들은 내내 수다를 떨었지만 나는 결국 고개를 떨구고 졸았다. 애들은 진짜 에너지가 넘쳐난다.


그렇게 투어를 마치고 호텔에 도착하니 5시경.

5시 반에 스테이크하우스 예약을 해두었기 때문에 젖은 래시가드와 비치타월을 재빨리 빨아 널고 그랩을 불렀다.

고기가 너무 부드러워서 오히려 씹는 맛이 없었던 스테이크를 먹고, 간단히 근처 야시장을 구경했다. 번화가엔 곳곳에 야시장이 많아 여기저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야시장을 돌아다니다 유명한 그 메뉴, 망고찰밥도 먹어 보았다. 대체 왜 망고와 밥을 같이 먹는지 그 이유가 너무도 궁금했던 그 메뉴.


망고는 당연히 맛있고, 찰밥도 달달쫀득한 식감이 좋았지만 굳이 둘을 같이 먹어야 할 이유는 잘 모르겠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다.




야시장 구경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그랩을 불렀다. 큰 쇼핑몰 앞 광장에서 그랩을 기다리다 다리가 아파진 아들이 서양인 할들 사이에 앉아버렸다. 할 중 한 분이 아들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할배 : 너 영어 할 줄 아니?

아들 : ... (나를 쳐다보며 당황한 표정)
나 : 제 아들은 영어를 못해요.
할배 : 어디서 왔어?
나 : 남한이요. 북한 아니고 (어제 배운 영국식 유머 적용)
할배 : 하하하. 아들 하나여?
나 : 예. 온니원
할배 : 둘 셋 낳지 왜 하나여
나 : 이너프. (하나로 충분해요.)


외국 할배나 한국 할배나 어르신들 하는 얘기는 비슷한가부다.


어제도 그렇고, 외국인이 스스럼없이 눈을 맞추고 웃으며 영어로 말을 건네면 어쩐지 나도 부족한 영어라도 어떻게든 소통을 해보려고 하게 된다. 한국선 영어로 대화하는 게 부담스럽기만 했는데, 아들과 단둘이 해외에 나오니 영어란 정말 그저 '소통'의 수단일 뿐이고 발음과 문법이 어떻든 의미만 통하면 된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이렇게 허접한 나의 영어실력을 합리화하며 호텔로 돌아가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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