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성전에서 찾은 것은. 호캉스 2. 룸서비스

D+5

by 아름자까

어제의 강렬했던 물놀이 여파로 둘 다 늘어진 채 일어나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갔다. 아무리 피곤해도 5성급 호텔 조식은 못 참지.




아들은 삐죽삐죽한 머리 그대로 조식당에 가서, 평소에 좋아하지만 엄마가 맘껏 못 먹게 하는 음식들 위주로 담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본인 접시를 스스로 들 수 없어서 (접시를 기울어지게 들어 음식을 계속 흘린다!) 내가 두 개씩 드느라 힘들었는데, 이번엔 한국서 미리 연습시키길 참 잘했다.

누텔라 초코를 듬뿍 퍼서 식빵에 바르는 모습을 보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침부터 저 단 게 들어가다니. 어린이의 식성은 놀랍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 모이는 호텔이니만큼 음식의 국적도 다양했다. 솔직히 나도 편식이 심한 편이라 늘 먹던 것만 먹었지만.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진리의 성전으로 출발했다. 진리의 성전은 파타야 북쪽 해변에 있는 거대한 목조 건축물로, 태국의 철학과 신화를 나무 조각으로 표현한 일종의 사원 겸 박물관이라고 한다. 아이에게 한국서 가져온 여행책을 보여주며 오늘 방문할 곳에 대해 이야기해 주니 진리를 한 번 찾아보겠다며 흥미를 보이는 모습이었다.


매표소 근처에 각 언어별 무료 가이드가 있었고, 어떤 언어를 선택하든 가이드와 함께 입장해야 한다. 우리는 물론 한국어 가이드가 있는 곳에 줄을 섰다.




놀랍게도 이 큰 건물을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지었다고 한다. 못은 목재를 임시 고정시킬 때만 사용하고 연결 부분의 '암(凹, 들어간 부분)'과 '수(凸, 튀어나온 부분)'가 잘 고정되면 못을 다 빼버린단다. 입구에서 작업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아직도 한참 짓는 중이라고 했다.




가까이에서 본 본관건물은 위용이 대단했다. 작업자들이 손으로 일일이 깎아서 만드는 모습을 보고 와서 그런가 조각품 하나하나, 장식 하나하나에 더 눈길이 갔다. 메인포토스팟에서 같이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아들이 가이드님 놓치면 안 된다고 휙 가버려서 그럴 수 없었다. 덩그러니 건물만 찍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진리를 찾아가는 박물관이라는 콘셉트답게 건물 내부는 인생의 진리라고 생각되는 인간의 도리를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조각으로 표현해 두었다.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는 내용, 자신의 재능을 나누어야 한다는 내용, 부모가 양질의 양육을 제공하는 모습 등. 확실히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따라다니니 새로운 걸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벽부터 천장까지 꽉 찬 조각품들의 표정 하나하나 특색 있는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껴넣은 것 없이 모든 부분이 정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건물에 힌두신 조각품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던 우리는 미리 신화에 대해 공부를 하고 갔다. 아는 만큼 보이고 그만큼 더 알차게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내가 요가를 공부했기 때문에 더 친근하게 느껴져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힌두 신화 속 이야기 중 아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부분을 골라 들려주고 가네샤, 가루다, 나가, 브라흐만 등을 각자 찾보았는데 이것도 재미가 쏠쏠했다.


고개를 한껏 치켜들고 열심히 사진을 찍는 내게 아들이 물었다.

"엄마는 왜 이렇게 사진을 많이 찍어요?"

"나중에 안 까먹고 기억하려고 그러지. 너 심심해서 그래?"

"아니 그게 아니구. 엄마가 사진은 조금만 찍고 여기를 더 보면 좋겠어요."

현재 내 눈앞의 것에 집중하라는 거구나. 그것도 맞는 말이다. 진리의 성전에서 배워야 할 진리 중 하나지.

나는 폰을 집어넣고 아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섰다.




아들이 지루해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적극적인 태도로 구경해 주어서 나도 맘 편히 둘러볼 수 있었던 진리의 성전. 파타야에 머무는 시간 중 여유가 있다면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인 것 같다.









역시나 오늘도 그나마 덜 더운 오전에 관광일정을 해치우고(?) 오후에는 호캉스를 하는 일정이다. 점심은 미리 계획해 둔 진리의 성전 내 식당에 갔다.

한국선 보통 관광지 내에 있는 식당은 가격만 비싸고 맛이나 서비스는 그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태국은 어떨까. 게다가 이 식당은 구글 평점은커녕 간판도 없는 식당인데, 오직 네이버 여행자카페 '태사랑'에서 얻은 정보만 들고 방문해 보았다. 점심식사를 망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을 안고.


다양한 메뉴가 조금씩 나오는 세트메뉴를 시켰다. 아들은 이름 모를 돼지고기조림 같은 걸 시켜주고. 태국에서 세트메뉴를 본 건 처음인 것 같다.




구성에 똠얌꿍이 포함되어 있었다. 드디어 똠얌꿍을 처음 먹어보는구나! 기대가 되었다. <백종원의 도전 요리왕 -태국 편>을 보고 와서 똠얌꿍에 대해 알고 있는 아들은 어서 먹어보라며 성화를 부렸다. 그 책에서 아마 똠얌꿍이 너무 매워 입에서 불이 났던 모양이다. 맵찔이 엄마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하는 아들램...


기대와 두려움을 안고 조심히 국물을 떠서 먹어보았다. 음, 이건 아마도 김치찌개에 오렌지주스를 넣은 것 같은 맛... 한 번 더 국물을 떠먹어봤다. 딱히 맛있다고 느껴지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맵거나 짜거나 그렇지도 않았다. 다만 고수향이 강했다.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은 태국음식이 좀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고수 빼달라는 말을 번번이 해야 할 테니.


걱정과 달리 운치 있는 뷰에 음식 구성도 좋고 깔끔했다. 대단한 맛집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진리의 성전을 둘러보고 한 끼 하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 같다.


그런데 팟타이의 새우는 어쩐 일인지 늘 3마리다. 왜일까?




숙소로 돌아와서 래시가드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어제 공간을 대충 익혀둬서인지 더욱 야무지게 놀 수 있었다. 모터가 달린 수중 스쿠터를 빌려서 타 보고, 무료로 이용 가능한 빅볼 안에도 들어가 보았다. 크고 투명한 비치볼 안에서 신나게 굴러다니는 아들을 보며 오늘 밤은 숙면 예약이라는 기쁜 마음이 들었다.


출출해지면 선베드에서 치킨너겟과 후렌치프라이, 아아를 시켜 먹고 또 물놀이를 했다. 질리도록 하고 아주 뽕을 뽑았다.


6시 정도가 되자 체력이 달려서 더 이상 놀 수 없어진 아들이 먼저 방으로 올라가자고 말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샤워 후 먼저 침대에 비스듬히 누운 아들은 눈이 퀭했고, 밥 먹으러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늘 저녁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보내고 싶었는데 완전히 방전된 표정을 보니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룸서비스를 시키기로 했다. 이것도 역시 내 생애 첫 룸서비스.


5성급 호텔은 왠지 양도 코딱지만큼 줄 것 같아서 넉넉히 시켰는데 의외로 푸짐하고 맛있었다. 서빙직원이 반무릎을 꿇고 와이를 하며 너무나 정중히 식사를 차려주셔서 황송했다. 다 먹고 나서는 전화 한 통이면 와서 깨끗이 치워주시는 모습을 보니 아, 나도 이제 돈 쓰는 맛을 알아버린 것만 같았다.


아들은 식사를 마치자마자 침대로 알아서 기어들어가더니 그대로 고요히 잠이 들었다. 그런 아들을 보고 씩 웃으며 나는 잠깐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완벽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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