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등(無影燈): 수술실의 그림자

[팀 레터] 25년 10월호

by 한형규

안녕하세요 여러분!


최근에 흥미로운 아티클을 하나 읽었는데요,

'왜 수술실에는 그림자가 생기지 않을까?' 라는 글이었습니다.


수술실에서 수술을 받을 정도로 크게 다친 적도 없거니와(있더라도 수술받을 때는 그림자고 뭐고 안보이겠지만) 수술실에 들어가 본 적도 없고, 의학 드라마에서나 수술실 장면을 보았던 것 같은데 그런 장면들을 떠올려보면 그림자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해요.

사실 그림자의 유무가 떠오르기보다는 수술실에는 그림자가 없어야 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 같긴 합니다 ㅋㅋ


수술할 때는 한 치의 오차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수술 부위를 정밀하게 관찰하고 진행하기 위해서는 집도의에게 조금의 그림자도 생기면 안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술실에서는 '무영등(無影燈):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조명'을 설치한다고 해요.

이 무영등의 원리는 수많은 광원(빛의 원천)의 각도를 조절하여 빛을 특정 영역에 모이게끔 조절하여 빛끼리 서로 반사시켜서 그림자가 생기지 않게 하는 원리라고 해요.



일을 하다보면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 다른 과업을 잠시 진행하기 어려울 때, 금방 그 과업에게 그림자가 져서 현황과 팔로업 사항이 보이지 않게 될 때가 종종 있는데요,

그림자가 생긴 과업을 처리할 때는 급해지다보니 실수도 나오고 아쉬운 의사결정을 할 때도 나오는 것 같아요.


혼자만의 일이었다면 그림자가 오랬동안 져서 한 겨울 눈이 녹지 않는 지역처럼 그 일은 해결되지 못한 채 계속 남아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우선순위 과업을 진행하고와서 다른 과업을 조명했을 때 팀원 분들의 도움과 선제 접근으로 이미 팀 단위에서는 그 과업이 진행되고 있을 때 큰 안도감과 감사함을 만끽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각자의 광원이 조금은 약하고 각도가 조금 틀어져 있더라도 저희 팀은 점점 무영등 같은 팀이 되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사람이라면 순간의 판단 착오와 팀보다는 개인의 편의를 위한 행동을 피할 수는 없기에, 팀이 존재하는 이유는 각자의 광원을 조절하여 팀의 업무에 그림자가 지는 곳을 없게 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팀장으로써 무영등 같은 팀을 만들어나가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저 개인의 광원의 세기와 각도는 어디를/어떻게 비추고 있을까에 대한 회고를 먼저 해보고 있는 중이에요.

팀 단위를 넘어서 전사 차원에서의 그림자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라는 생각도 스스로 하며 관찰해보는 중입니다.

회사라는 수술실은 훨씬 크고 매일 변화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림자가 생기는 곳이 더욱 많을테고, 결국 하나의 팀 이라는 단위는 회사의 광원이기도 하기에 이런 입체적인 시각으로도 생각해봐도 흥미로운 것 같아요.


우리 팀의 그림자는 어디에 있고, 각자의 광원의 세기와 각도조절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회사는 성수동의 등대라는 별명이 있는데, 무영등이 모인 등대라니..ㅋㅋ)


그림자가 많이 생길 수 밖에 없는 11월의 업무들, 조금만 더 힘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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